근래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여부를 두고 동북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과거와 달라진 국제정세와 중국과의 밀접한 경제적 관계 등을 고려해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지만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 참석에 대해선 국내 일각에서도 통일을 좌절시키고 분단을 고착화시킨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에까지 굳이 참석해야 되느냔 논란이 일부 일어났다.
 
한편으론 이런 논란이 충분히 일어날 법도 하다. 아직 휴전상황인 우리나라 실정과 6.25전쟁을 겪은 참전용사 분들이 생존해 계신 점을 고려하면 박근혜 정부 들어선 이후 중공군 유해까지 수습해 중국에 인도해주는 행사를 열고, 지난 2010년 11월 6.25전쟁을 가리켜 “항미원조 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며 침략주체를 전도하는 발언을 한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방한한 데 대해 제대로 된 문제제기도 없이 한중관계 강화만을 강조한 부분도 아쉬운 점이 많다.
 
단지 그 뿐인가. 중국 어선이 연일 제 앞바다처럼 서해부터 심지어 동해까지 영해침범을 불사하고 누벼도 이를 단속하다가 순직한 우리 해경에 대해 중국이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한중FTA에 이를 방지할 어업 관련 조항조차 누락된 현실에서 안하무인으로 일관하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어디까지 가까이 해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경시할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진출과 엄청난 투자, 우리의 현재 최대교역국이란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대륙간 철도망 연결 구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남북 평화통일에 있어 중국의 협조가 필연적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89년 소련 붕괴를 2년 앞두고 일어나 냉전체제 종식의 단초가 된 동‧서독 통일도 당시 서독이 소련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진행했다면 아무리 갑작스럽게 일어난 통일이라고 해도 소련이 가장 중요한 위성국인 동독 상실을 그대로 방조했을지 과거 체코에서 소련에 저항한 ‘프라하의 봄’ 사건만 봐도 짐작해볼 수 있다.
 
일각에선 중국 위협론을 들고 나오며 국가주도 고대사 왜곡작업인 동북공정과 급변사태시 중국군이 북한을 점령해 편입시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아직 이런 일부의 주장이 기우로 그친다면 다행이겠지만 예전만 못한 북‧중관계나 2013년 12월 백두산 인근에서의 동계훈련에 이어 작년 10월 2만명을 동원한 대규모 훈련을 북‧중 국경에서 벌여온 중국군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북한 내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군이 한반도 내로 진군해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단 주장이 정히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집단 자위권 법안을 통과시켜 과거 군국주의 부활의 신호탄을 쏘려는 듯한 형세를 취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을 견제한다고 이를 묵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우리 입장에선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현재 애매한 처지에 있다.
 
물론 현재 우리 정부의 입장이 친중반미(親中反美)가 아닌 연미화중(聯美和中) 노선을 택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급격한 대중관계 강화를 통해 생길 기회비용이 어떤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지역패권국이 아닌 이상 외교에 있어 한쪽으로 편중되다 보면 그 반대쪽엔 반대급부로 더 큰 걸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번 열병식 참석으로 중국의 위신을 세워주고 나서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에 직면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를 일이다.
 
만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까봐 양측의 이익만을 충족해주기 바빠 정작 우리 외교는 주도권을 잃고 주객전도가 되는 상황이 올수도 있기에 대중관계 강화에 있어서도 민감한 시기에 급격한 진전을 이루려는 것보다 어디까지나 점진적으로 다가가는 편이 우리에게도 대미관계에서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도 양쪽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 본다.
 
통일은 도둑처럼 예고 없이 온다고 하지만 그것이 갑작스럽게 온다는 의미지 짧은 기간 내에 이룬단 뜻은 아니다. 임기 내에 통일을 가시화하려고 대중관계에 경도되기보다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중국에 접근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