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재벌 총수들과 관련된 이슈가 많다. 승계 구도를 본격화하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 2차 확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는가 하면 롯데그룹 신격호-신동주-신동빈 부자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화제가 되면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세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해 말 한진그룹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양호 회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인해 고개를 숙였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 역시 이마트의 불법 파견 논란과 연초 수 십억원의 현금인출로 인한 비자금 의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독 재벌 총수들과 관련된 이슈가 많았던 한 해인 만큼 논란의 중심에 있던 재벌 총수들이 조만간 열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의를 빚은 재벌 총수들은 대체적으로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벌금으로 대체하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국회에 출석한 자체를 찾아보면 아예 전례가 없지는 않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국회 출석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서도 거론될 정도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일 것이다. 국정감사는 아니었지만 1988년 헌정 사상 최초로 열린 국회 청문회인 5공 비리특위 청문회에서 출석한 정주영 회장은 당시 통일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이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힘 있는 사람에게 괴로움을 당하지 않으려 돈을 냈다고 말한 것을 집중 추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강하게 몰아붙이며 전국구 스타가 됐고, 당시 굴욕을 당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전철을 밟는 것을 꺼렸던 고 정몽헌 회장은 이후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로비를 벌이다가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97년 열린 한보청문회에서는 당시 수감중이던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이 출석했다. 한보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정태수 리스트’로 세상을 흔든 정태수 전 회장은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로 일관해 국회 무시 논란을 일으켰다. “기억이 안 난다”는 발언은 특히 큰 화제가 돼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또한 정태수 회장은 “자금이라는 건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압니까”라고 말해 수 많은 서민들의 공분을 샀다.
 
비교적 최근에 국회에 출석했던 재벌 총수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다. 2013년 11월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용진 부회장은 변종 SSM으로 불리는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히 증인 채택 과정이 흥미롭다. 원래 산자위는 정용진 부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계획이 없었지만 앞선 2013년 10월 15일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모르겠다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하자 산자위 강창일 위원장은 “증인을 잘못 불렀나보다”라면서 정용진 부회장을 부르겠다고 말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정용진 부회장은 결국 국감에 출석해 허인철 대표의 언행에 대해 사과하는 굴욕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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