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협회 "의사폭력에 적극 대응", 병원 내 폭언·폭력 근절돼야...

지금까지 국내 의료기관에서 의사와 간호사 양 전문직종간에 벌어진 폭언·폭행 사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의 전공의와 간호사간 갈등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간호협회(회장 김의숙)는 2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K대학병원 등 최근 일부 병원에서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의사의 간호사 폭행 사건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로 하고, 병원 차원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직장내 성희롱 방지교육 때 폭언·폭행에 대한 교육도 함께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폭행사건에 대한 가중처벌 등의 재발 방지책 마련을 관계기관에 강력하게 요청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10명중 4명 병원 내 폭행 당해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내 성희롱 및 폭언·폭행 설문조사에서 '폭언·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1.2%로 10명 중 4명이었다"고 밝혔다. 또 "폭행 가해자는 전공의등 의사가 전체의 33.2%로 환자·보호자를 제외한 병원 구성원 중에 가장 높았다"고 지적했으며, 이는 병원 권력의 문제와 권위주의가 작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병원 내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인식되고 있고, 전공의의 경우 남자 비율이 높은 반면 간호사는 거의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간호사가 의사에게 폭언·폭행을 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잇따른 K대병원 폭행사건 논란 특히 지난해 말 폭행 사건이 발생한 K대병원의 경우 이전부터 전공의등 의사에 의한 간호사 폭행이 빈발했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K대병원에서는 2000년 내과 전공의가 임신 8개월의 간호사 배를 찼던 폭행 사건, 2003년 초 정형외과 전공의의 수술실 간호사 폭행 사건, 2003년 11월 외과계 중환자실에서 간호사의 멱살을 잡고 흔든 사건 등 병원 내에서 의료진간 폭언·폭행이 잇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전국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윤영규)가 해당 전공의를 중징계 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임동권)는 전공의의 뺨을 때린 노조간부에 대해 형사고발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병원 권력과 의사들의 권위주의가 문제 간호협회는 "간호사 폭행사건은 의사들의 권위주의 등이 얽혀 있는 의료계 내부의 오래된 악습"이라며 "어떠한 경우라도 병원에서 업무과정 중에 발생하는 폭언과 폭행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로 폭행사건이 일어났을 때 대부분의 병원장이 의사 출신이다 보니 문제가 발생해도 폭행사건 당사자 개인적 문제로 떠넘겨 미온적 대응을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의사들이 간호사를 상하관계로 보고 전문직종으로서 간호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태도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므로 의사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와 함께 최근 열린 간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제5차 장기사업 5개년 계획을 통해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및 건강 지원적 환경을 조성키 위해 회원의 권익옹호 활동 대폭 강화' 등의 정책을 천명했다. 한편 아시아 7개국 간호협회와 ICN(국제간호협의회)은 최근 'ICN 아시아 웤포스 포럼(ICN Asia Workforce Forum)'에서 여러 국가의 직장 내 폭력과 성희롱에 대해 강도 높은 자체 예방교육과 단체간 관계개선 등의 방법론을 제시, 강력한 대처 의지를 결의한 바 있다. 이성심 기자 lss@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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