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다르크 “내가 나라를 살리겠다”

거침없는 독설과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발언으로 수많은 비난을 받아온 한나라당의 대표 논객 전여옥 의원이 당권 도전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27일 염창동 당사에서 7.11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전 의원은 “죽기를 각오하고 대선의 지뢰밭으로 앞장서 갈 것이고, 피 흘리기를 두려워 않고 가시덤불을 헤쳐갈 것”이라고 밝히며 여전히 죽지 않은 입심으로 당 대표를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전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는 입담이 분명하다. 그러나 쓴 소리이다 못해 독이 되기까지 하는 그의 입담은 때로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전 의원의 입담이 과연 이번 한나라당 7.11 전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주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선 승리를 향해 목숨 걸고 싸우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는 전 의원. 당 대표를 놓고 혼전을 벌이고 있는 예비 후보자들 속에서 그의 전투력이 어느 정도나 될지 한나라당 안팎의 시선들이 모아지고 있다. ◈최고위원직으로 만족 못해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 최고위원에 선출될 수 있는 인원은 모두 5명. 5명 중 1명은 당규에 따라 여성 의원을 배려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까지 전당대회에 출마 의사를 밝힌 여성후보는 전 의원 한 사람이기 때문에 저조한 성적을 낸다고 하더라도 전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그러나 전 의원의 목표는 단순히 최고위원에 입성하는 것이 아닌 실력으로 검증 받고 입성하겠다는 것이기에 그 의지는 실로 대단하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만큼 당원들과 동일한 가치와 심정을 가지고 있는 후보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성의원 핸디캡에 대한) 그런 우려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전투력은 ‘여성의원을 뛰어넘기’가 아닌 ‘한나라당의 미래’라는 자신감으로 대변된다. 그렇기에 전 의원은 “그동안 여성 남성 따지지 않고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라며 “한나라당에 대해 모든 점에서 준비가 된 만큼 여성최고위원에 대한 인식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가야할 길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그 자신감은 최고위원이 되고 난 후의 약속으로까지 표현된다. 전 의원은 “당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헌신한 이들에게는 반드시 보상을 할 것”이라며 “우수당원 포상제와 정기 당원토론회를 개최하겠다”는 미래까지 설계해 놓은 상태이다. ◈전 의원의 독설은 현 정권 탓? 전 의원이 최고위원직에 선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도 적지 않다. 그의 거친 입심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미 ‘안티’를 형성하고 그가 정계에서 떠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비꼬기’, ‘막말하기’ 등 1년 8개월 동안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토론회에서 보여 온 모습을 통해 국회 파행 등 수많은 갈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안티’ 세력들에 대해 스스로 “나는 좋은 정치인이라고 감히 자부하고 있다”며 “이 시대가 나를 야당 대변인으로서 모든 것을 던지고 일할 수밖에 없게 했다. 이 정권의 부당성, 무책임함, 무능을 이야기해야 이 나라가 바로 간다”고 자신이 거친 독설을 하게 된 배경을 현 정권의 탓으로 돌렸다. 또, 전 의원은 “대변인으로서 나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몸을 던졌고 어떤 정치인으로 남을까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열심히 진실만을 이야기했는데 많은 분들이 나의 땀과 진심을 알아줘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고 오히려 자신의 독설이 지금의 현실을 만드는 데 득이 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전 의원에게 ‘안티’도 많지만 지지 세력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의 가장 큰 배경이 될 수 있는 인물은 박근혜 전 대표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박근혜 대표의 목소리를 가장 명쾌하게 대변해온 이력 때문에 그는 당내에서도 확실한 박근혜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것은 “당내에 전 의원을 박근혜 전 대표의 사람으로 분류하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다. 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그림자를 등에 업고 충분히 상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의 한 관계자 말을 통해 증명되기도 한다. ◈지도부 3등으로 입성 목표 전당대회를 통해 상위 3등 이내 당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 의원의 야심 찬 계획은 어느 정도 실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다. 지난 23일 ‘피엔피리서치’라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한나라당 대의원 1,151명을 대상으로 “한나라당의 새 대표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의 ARS 여론조사를 실시해 전 의원의 가능성을 점쳤다. 물론, 여론조사의 결과는 실제와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는 전당대회가 1인 2표제로 실시되는 것도 그렇거니와, 전 의원이 여성후보 배려 차원에서 표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고위원직에 선출될 수 있다는 사실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 의원은 그가 바라는 대로 3위를 차지했다. 1위 강재섭 의원(475명, 41.27%), 2위 이재오 원내대표 (292명, 25.37%)의 뒤를 이은 3위 83명(7.21%)의 지지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전 의원의 뒤를 이은 정형근(76명, 6.6%), 강창희(68명, 5.91%), 남경필(62명, 5.39%) 의원 등 다른 후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은 것은 앞서 언급한 변수들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안티’들을 어떻게 감당하려나 중요한 것은 그가 제1야당의 지도부에 입성하게 될 경우 ‘안티’들의 우려처럼 또 다시 막말 정치, 대치 정국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냐 하는 것이다. 대변인 활동을 하며 여당 최고의 입담꾼 유시민 복지부장관과 벌이던 설전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 되어 있다. 물론, 자기주장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은 그 수많은 토론회 모습과 설전을 통해 양보라고는 전혀 모르고 자기만 아는 전 의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유 장관의 경우에도 복지부장관으로 내정될 당시 전 의원과 다르지 않은 모습 때문에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상당한 걸림돌들을 넘어야만 했다. 유 장관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전 의원 또한 그러한 ‘안티’들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당면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벌써부터 그를 의식한 여당의 반응은 다양하다. 열린우리당 한 의원의 경우 “전 의원 2~3명만 있어도 열린우리당이 정권을 재창출 할 수 있다”며 전 의원에게 ‘안티’ 세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켰으며, 또 다른 의원은 “전 의원이 한나라당 지도부가 된다면 여권은 꽤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며 전 의원의 그칠 줄 모르는 독설에 대해 경계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전 의원은 현재 정국의 최대 관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가 한나라당의 지도부에 성공적으로 입성을 하는가못하는가 하는 문제는 어차피 전 의원 개인의 문제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싸움닭’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최고위원이 아닌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비난과 무관심은 면치 못할 것이다. 전 의원이 시대를 탓하고, 정권의 무능함을 탓하기 이전에 그것들을 보완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 정치인으로 한나라당의 지도부에 입성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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