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패권주의 잠재우기 부심, 그러나 여전히 소극적

▲ 새정치민주연합이 9월 위기설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최근 친노 패권주의 청산 의지를 드문드문 드러내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 분열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9월 위기설’ 등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친노 계파청산에 대한 의지를 조금씩 내비치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이 이대로 깨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절박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비노나 비주류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선언적 수준의 친노 청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표의 소극적 태도로 친노 청산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친노의 절대 주주가 아니기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보스’가 아닌 탓에 친노 계파를 청산하고 말고 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당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노계의 입장도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문재인 대표가 지금처럼 어정쩡한 소극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내분 수습 위한 측근 재편
문재인 대표가 최근 ‘친노’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들은 크게 티가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나둘 살펴보면 최소한 ‘친노 패권주의’ 비판에서만은 자유롭고 싶어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19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대표의 측근 세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의 최측근인 윤건영 정무특보가 최근 2선으로 물러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윤건영 특보는 지난 대선 당시 비선 논란이 있었던 친노 핵심 9인방 중 한 명이며, 최근까지도 문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왔다. 신문에 따르면,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문 대표가 ‘신당론 등 내분을 수습하고 통합을 이끌기 위해 대표가 먼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조언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의 분열적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수족과 같은 최측근을 2선으로 물러나게 했다는 얘기다.

윤 특보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윤 특보에 대한 대표의 신뢰는 여전하지만 쇄신 차원에서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덧붙여 밝혔다. 윤 특보에 대한 인사를 통해 비노 중심의 신당파에게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더 이상의 ‘친노 비선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이 신문은 윤건영 특보의 2선 후퇴 소식과 더불어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출신의 일부 원외 친노 인사들도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여 보도했다. 비노 측의 친노 패권주의 청산 요구에 소극적이나마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친노라고 해서 모두 문재인 대표 사람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친노 내부적으로도 강경파, 온건파 등 미세한 분화가 돼 있다. 친노 모두가 2선 후퇴 또는 기득권 포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가운데, 지난 17일에는 문재인 대표가 딸의 대기업 취업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윤후덕 의원에 대해 당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 의원이 대표적 친노 인사라는 점에서 문재인 대표의 조치는 남다른 의미로 해석됐다.

논란의 배경은 이렇다 윤 의원의 딸은 지난 2013년 9월 LG디스플레이에 경력 변호사로 채용됐다. 그런데 당초 LG디스플레이는 채용공고를 내면서 경력변호사 1명만을 뽑는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윤 의원의 딸까지 포함해 2명이 채용됐던 것. 더 큰 문제는 윤 의원이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이력서를 낸 사실을 알렸었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특혜라고까지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특혜 채용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LG디스플레이는 윤후덕 의원의 지역구인 파주에 위치한다. 지역구 국회의원 자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의원은 “당시 몇 명을 뽑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고, LG디스플레이 측도 “특혜는 없었다”고 의혹을 일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 친노 핵심 인사인 윤후덕 의원의 자녀 대기업 채용 청탁 의혹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발 빠르게 당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윤후덕, 친노 도덕성으로 번질까
의혹이 점점 커지고 논란이 확산되자, 윤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윤 의원은 사과문을 통해 “저의 딸 채용 의혹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 딸은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며 “모두 저의 잘못이다. 저의 부적절한 처신을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특혜는 없었다”던 윤 의원이 이처럼 직접 사과하고 나섰지만, 이후로 파문은 더 커져만 갔다. 16일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윤 의원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회부를 촉구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서울변회는 “윤 의원의 자녀 취업 청탁은 국회의원 품위를 손상하고 직권을 남용한 것으로 국회의원윤리강력 및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을 위반한 행위”라며 “다시는 이러한 특혜가 재발하지 않도록 윤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변회는 이어, “취업 청탁은 윤 의원 본인이 스스로 인정한 ‘부적절한 처신’을 넘는다”며 “공정한 사회의 걸림돌이 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새누리당 초·재선 쇄신파 모임인 아침소리도 17일 “문희상 의원의 취업청탁에 이어 두 번째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청년실업 해결에 가장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뒤로는 혼자서만 반칙을 하고 있었다는 데서 큰 자괴감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앞에서는 재벌개혁 부르짖고 뒤에서는 취업청탁을 하는 새정연을 보면 재벌과 일종의 패키지딜을 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새정연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들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새정연은 윤 의원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출당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건에 대해서는 윤후덕 의원 본인이 반성하고 사과했지만, 거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어 징계를 받아야 할 일”이라며 “윤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 나와서 심학봉 의원을 향해 ‘큰 망신 끼쳐 정치불신 조장’했다며 ‘의원직 자진 사퇴’를 주장했다. 윤 의원은 심학봉 의원에게 했던 말이 자신에게도 해당되지 않는지 반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윤후덕 의원 지역구인 파주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측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그야말로 파상공세로 윤 의원의 국회의원직 사퇴까지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파주갑 당협 청년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윤 의원에 대해 “딸의 특혜취업과 관련해 말로만 사과하지 말고 행동으로 사죄하라”며 “취업청탁 의혹은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전형적인 슈퍼갑질이며 공정사회의 근간을 뒤흔든 몰염치한 패악”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즉각 국회의원직을 사퇴해 상처받은 실업청년들과 그 부모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청년위는 특히, “지금도 청년 44만 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통 받고 있다. 보통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취업과 관련해 밤잠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자녀들의 구직을 위해 대기업 대표에게 전화할 수 없는 부모는 자식에게 미안해야 하고 그 자녀들은 부모를 원망하는 사회가 진정 윤후덕 의원이 추구하는 사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파주평등사회시민연대 회원들도 이날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이들은 “윤 의원은 대기업 대표와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특혜는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다”며 “윤 의원의 뻔뻔한 발언에 대한민국의 부모님들은 무능한 부모님이 되었고 열정페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꿈을 위해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고 살아가는 청년들이 또 한 번 상처를 받고 숨죽여 울고 있다”고 통탄했다.

이들은 또, “이제는 더 이상 서민 국회의원 코스프레는 보고 싶지 않다”며 “블로그를 통해 ‘부적절한 처신을 깊이 반성합니다’라는 사과문과 함께 딸은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는 글을 올린만큼, 본인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윤후덕 의원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파문이 이처럼 커지자, 문재인 대표는 발 빠른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표는 윤후덕 의원의 자녀 취업청탁 논란과 관련해 당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가 직접 친노 핵심 측근 인사인 윤 의원에 대해 발 빠르게 조치를 취하고 나선 것이다.

윤후덕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정무비서관 등을 지낸 친노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부실장을 맡기도 했었다. 그런 윤 의원이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입게 된 만큼, 문재인 대표에게도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윤 의원에 대한 문 대표의 원칙적 대응을 두고 일각에서는 문 대표가 친노의 도덕적 흠결 문제로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는 친노든 비노든 원칙적 대응을 한 자체가 문 대표의 성품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 대표가 윤 의원 사건을 통해 무조건적인 친노나 측근 감싸기를 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보였다는 점에 있다.

핵심 측근인 윤건영 특보를 2선으로 물리고, 윤후덕 의원에 대해서도 발 빠르게 윤리심판원에 직권조사를 요청하는 등 친노를 대하는 문 대표의 행보가 이전과는 사뭇 달라졌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노력은 하지만, 갈등 요소 산재
비주류 측에서도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가 읽힌다. 특히,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며 사퇴했던 주승용 의원의 당무 복귀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주 의원은 그동안 번복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최근 당내에서 주 의원의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거세지면서 주 의원도 입장을 선회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가 되면서 비주류의 대표주자가 된 이종걸 원내대표 또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표와 나는 당의 양 날개다. 다르지만 틀리지 않다”며 “작은 갈등을 부채질하는 데 기여했다는 세간의 평가도 충분히 이유가 있다고 보고, 그 점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당내 신당파를 향해서도 “새정치연합은 60년의 유래를 가진 당”이라며 “저도 번호를 넘나들며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신당 창당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소극적이나마 계파 청산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비노 측에서도 전향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친노가 그런 것은 아니고, 모든 비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갈등 상황들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 혁신위가 현역의원 하위 20%, 도덕성 하자 인사, 분열-갈등 조장자, 막말 행위자 등에 대한 물갈이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호남 및 비주류 인사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조경태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정치는 종합예술이지 성적순으로 줄을 세워 자르는 시험이 아니다. 정치력을 객관적 수치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지금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 위원장의 임명을 당 대표가 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특정계파의 줄 세우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전남지역 의원 10명도 19일 저녁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긴급 만찬회동을 갖고 혁신위의 이 같은 혁신안에 대해 우려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위원들이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이와 관련, 박지원 의원은 회동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가위 구성은 전원 외부인사보다는 당내 인사도 포함시켰으면 한다”며 “선거는 당에서 치루지 당외 인사들이 치루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총선 공천 가이드라인이 세워지고, 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논란과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는 9월 위기설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문재인 대표가 지금의 소극적 대처만으로 이런 거대한 분열의 물줄기를 막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