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출로 600억원 손실…메리츠 매각불발 가능성 주목

▲ 두산캐피탈이 1000억원대 부실 대출 의혹을 받게 되면서 메리츠금융으로의 매각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두산그룹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두산캐피탈이 1000억원대 부실대출 의혹을 받게 되면서 메르츠금융으로의 매각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두산캐피탈은 지속된 수익성 저하로 최근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이에 '매각만이 살길'이라는 충고가 우세했으나 검찰수사에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1천억 부실대출 의혹…김모씨 친인척 회사 대상?

최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는 두산캐파탈의 전‧현직 임직원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집행 과정에서 회사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끼치고 일부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아 조사 중이다. 이는 앞서 두산캐피탈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재무적 투자자들이 부동산 대출 팀장인 김모씨 등 전‧현직 임원 5명을 고발한 일이 발단이 됐다.

재무적 투자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두산캐피탈은 2009년~2011년 서울 남대문 일대의 복합 사무지구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부동산 개발회사 A사에 1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승인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출금에 대한 담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부실 대출을 집행했다. A사가 설정한 담보 설정 규모는 약 500억원대 수준에 불과한 해당 부지의 토지였다.

그러다가 2011년 A사의 개발사업이 무산됐고, 결국 두산캐피탈은 사업장 부실채권을 약 400억원에 매각하면서 최종적으로 6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실제 두산캐피탈의 영업손실은 2011년 기준 3억원이었지만 1년만인 2012년 1200억원으로 폭증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의 경우 시행사가 특수목적회사를 설립한 뒤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산캐피탈은 A사에 직접 대출을 해줬다. 이와 관련해 재무적 투자자 측은 당시 두산캐피탈의 부동산 대출 팀장이던 김씨가 친인척이 소유한 A사에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금을 일부 횡령한 정황도 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검찰은 피고발인들을 소환해 A사에 대출이 직접 이뤄진 이유와 대출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물을 계획이다. 수사는 김씨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만약 전‧현직 임원들이 부실 대출임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조한 혐의가 있다면 함께 조사대상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업계는 ‘부실 대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매각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뉴시스

◆ 메리츠에 매각 기회 놓칠까

두산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두산캐피탈 매각을 추진해왔고,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면서 매각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부실 대출 의혹’과 관련한 조사에서 전‧현직 임원들의 혐의가 밝혀질 경우 매각작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7월과 8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캐피탈의 신용등급을 ‘BBB-’로 낮추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보통 신용평가기관들은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있지만 경제 여건이나 환경에 따라 지급능력이 떨어질 위험성을 안고 있는 BBB까지를 투자적격 등급으로 보고 BB 이하를 투자 부적격 등급, 즉 투기등급이라고 평가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메리츠금융의 인수가 성사될 경우 투기등급까지 떨어진 두산캐피탈의 신용등급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최근 두산캐파탈의 등급 방어 요건으로 유상증자 또는 재무구조가 튼튼한 대주주의 인수를 제시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검찰조사로 메르츠금융으로의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 PEF들도 고심

두산그룹이 올해 1월 두산캐피탈 매각공고 때 제시한 매각대상주식은 최대주주 두산중공업아메리카,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 연강재단 등 3개 주주사가 보유한 보통주 지분 29%(812만주)와 우선주 100%(875만주)다. 우선주 1주를 보통주 2주로 쳐 전환한다고 감안했을 때 총 2562만주가 되고 매각지분은 56.3%가 된다.

메리츠금융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이 두산캐피탈 지분 56.3%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 인수대금은 70억원선이다. 이를 기준으로 전체 지분을 환산해 보면 총 지분(100%)의 가치는 113억으로 추산된다.

이에 그간 두산캐피탈에 투자해온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하나투자증권, IMM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투자펀(PEF)의 셈이 분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캐피탈은 지난 2011년 4월 유상증자를 통해 3개 재무적투자자(FI)를 대상으로 500억원을 끌어왔다. 당초 이 유상증자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두산중공업 등 주주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실권주식 전량을 FI들이 인수하게 됐다. FI들은 모두 PEF로 두산캐피탈 지분 총 21.7%를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8.5%(투자금 196억원), 하나투자증권이 5.8%(132억원), IMM이 7.4%(169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투자 총액은 497억원이다.

그러나 현재 두산그룹과 메리츠금융이 논의 중인 지분 56.3%에 대한 매각가 70억원으로 환산할 경우 이들 3곳 PEF이 보유한 지분에 대한 가격은 24억86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당초 투자금에서 95%나 폭락한 수준이다.

하지만 PEF들은 두산그룹이 두산캐피탈을 메르츠금융에 70억원에 매각한다고 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현재 PEF들은 두산그룹이 두산캐피탈을 외부에 매각할 때 자신들의 보유 지분도 함께 팔 수 있는 테그얼롱 옵션만 가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이들 세 PEF들이 두산캐피탈의 투자에서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테그얼롱 옵션을 행사를 하지 않고 메리치금융 소유가 된 두산캐피탈 지분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서 기업가치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지만, 만기가 정해진 펀드 특성상 언제까지 계속 기다릴 수만은 없다.

한편, 두산캐피탈의 전신은 ‘연합기계할부금융’으로 1995년 12월에 만들어졌다. 이후 2006년 10월 두산인프라코어가 삼성그룹이 가지고 있던 연합기계할부금융 지분 20%와 두산중공업의 기존 지분 20% 포함해 총 40%의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두산그룹으로 편입됐고 2007년 사명이 두산캐피탈로 바뀌었다.

당초 두산캐피탈의 수익구조는 나쁘지 않았다. 두산캐피탈은 중국 자회사 ‘두산융자조임유한공사’등의 물적 담보를 중심으로 구축된 국내외 영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2012년 이후 리스크가 늘어난 팩토링 및 자동차금융부문과 선박리스부문에서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등 내실을 다졌다.

하지만 2013년 중국 두산인프라코어 및 두산융자조임유한공사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두산캐피탈의 실적도 덩달아 악화됐다. 두산캐피탈의 총자산은 2007년 2조 2918억 원에서 7년만인 2014년 8213억 원으로 급감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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