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부지 매각 놓고 ‘갑론을밥’

▲ 옛 서울의료원 부지가 공개 매각된다. 해당 부지는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인 만큼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서울의료원 부지가 공개 매각된다.

지난 10일 서울시에 의하면 오는 11일 이전 서울의료원 부지가 포함된 3만1543.9㎡와 건물 9개동에 대한 재산 공개매각 공고를 내고, 24일까지 전자입찰 방식을 통해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 예정가격은 약 9725억원이다. 매각 방식은 최고가 선정 방식으로 예정가격을 넘는 가격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입찰자가 최종 선정된다. 감정평가에 따른 이 부지의 예정 가치는 약 9725억 원 수준이다. 하지만 낙찰이 최고가로 진행되는 만큼 실제 낙찰가는 1조 원을 훨씬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매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업의 움직임들도 심상치 않다. 현대건설은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에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며 낙찰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삼성생명 소유의 건물과 맞닿아 있어 삼성의 입찰 참여 또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접근성이 좋은 해당 부지에 사옥이나 연계 사업을 진행하고 싶어 하는 다른 기업들의 참여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각축이 예상된다.

하지만 부지 매각과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부지 감정평가가 너무 저평가 됐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 현대車·삼성 외 기업 등은 옛 서울의료원 부지를 놓고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현대車·삼성 옛 서울의료원 부지 놓고 대립하나

서울시와 경실련의 주장이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료원 부지를 원하는 기업들 간의 兆단위 전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해당 부지는 현대가 일전에 매입한 한전 부지와도 가깝고 현재 삼성 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옛 한국감정원 건물과 맞닿아 있어 두 기업 모두에게 매력적인 땅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의료원 부지는 한강과 잠실 지역까지 시야가 확보되는 쾌적한 공간이라면서 지상·지하를 합쳐 연면적 6만5000여평 규모로 건물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현대나 삼성은 주변 지역에 토지를 가지고 있어 연계 개발이 가능해 매입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근 기업이 신사옥을 짓는 차원에서 매입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해당 부지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 9호선 봉은사역에 인접해 있어 인근 기업들 접근성에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은 매각 공고가 나서 입찰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연계 개발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옛 서울의료원 부지 인수의 주체로 선정해 현재 인수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현대건설이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 옛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에 참여키로 했고, 낙찰을 자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건설을 위해 10조5500억원에 한전부지를 낙찰받은 바 있다.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자동차테마파크와 통합사옥 등을 지을 계획이다. 또 현대차는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한전부지를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보인다.

옛 서울의료원 부지와 한전부지 일대는 코엑스와 잠실운동장도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스포츠, 문화 엔터테이먼트 등의 시설을 갖춘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삼성·현대車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대한 한국감정원이 평가 규모는 9725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낙찰이 최고가로 진행되는 만큼 실제 낙찰가는 1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 경실련은 옛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은 박원순 시장의 임기 내 부채 감축이라는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서울의료원 부지 매각은 박원순 시장의 무리수?

옛 서울의료원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서울시 발표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0일 서울의료원 부지의 감정평가액이 지나치게 저평가 됐다며 비판했다.

경실련은 서울시의 재벌 특혜가 의심된다며 공개토론을 요청했다. 경실련은 “서울의료원 부지 감정가가 3.3m²당 1억 원으로 측정됐는데 이는 현재 강남 일대 준주거 지역(논현역 일대) 시세인 3.3m²당 1억3000만 원보다도 낮다”며 “이번 매각 사업은 재벌을 위한 무리수 개발계획이고 박원순 시장 임기 내 부채 감축이라는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경실련은 “만약 1조원 내외로 토지가 매각 결정된다면 이를 인수하는 대기업은 매각 차액으로만 3000억원의 이득을 챙겨간다”며 “서울시의 설명대로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 이뤄지고 KTX, GTX, 경전철 등의 사업이 진행될 경우 서울의료원 부지의 가치는 더욱 높아져 수조원의 개발이득이 기업에 사유화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경실련은 “대형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 소수 재벌 대기업과 국내외 투기자본에 불과한 상황에서 부지 매각은 재벌을 위한 무리한 개발계획과 부채 감축이라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치적 쌓기용’ 이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공개토론을 통해 박 시장이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서울시와 경실련 측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의회의 결의도 받았고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매각하게 됐다”고 일축해 거센 진통이 예상된다. [시사포커스 / 남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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