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입 비용 대비 과도한 수익 계약 갑론을박

▲ 삼성은 개장한 지 60여 년이 지난 대구시민야구장 시대를 올해 마감하고 내년부터 신축 야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시대를 연다. 하지만 향후 구장 운영 등의 수익구조가 모기업의 투자 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야구계는 물론 지역 사회 곳곳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 명문 구단 삼성라이온즈가 내년 신축 야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의 개장을 앞두고 휘말린 특혜 시비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0일 야구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뤄낸 삼성은 개장한 지 60여 년이 지난 대구시민야구장 시대를 올해 마감하고 내년부터 신축 야구장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시대를 연다. 이로써 2000년대 이후 최고 명문팀으로 자리매김했음에도 낙후된 시설로 많은 야구인들의 지탄을 받았던 대구시민운동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하지만 향후 구장 운영 등의 수익구조가 모기업의 투자 비용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야구계는 물론 지역 사회 곳곳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견 지난 2013년 개장한 기아타이거즈의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두고 제기됐던 논란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둘러싼 논란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축 야구장, 삼성 부담분은 30% 남짓
총 2만9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는 대구시 수성구 연호동 도시철도 2호선 대공원역 인근 15만1500㎡ 부지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며 총 사업비는 1666억원에 이른다. 이중 국비가 210억원이 투입됐고 대구시가 시비로 956억원을 투입, 국민 세금이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인 500억원은 삼성 측이 부담한다. 지난 2011년 3월 삼성은 대구시와 신축야구장의 관리 운영권을 25년 내에서 삼성이 행사키로 하는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2013년 대구시와 삼성은 신축 야구장에 대한 사용 수익 허가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체결된 계약 내용에 따르면 삼성은 야구장 사용 수익권료 명목으로 500억원을 먼저 내고 2016년부터 2040년까지 25년간의 야구장 광고권, 입장 수익과 더불어 야구장 명칭 사용권 등의 수익권을 획득했다.

여기에 삼성은 특혜 논란이 일자 지역 사회 기여 차원에서 75억원을 내고 야구장 내 박물관 조성 30억원, 기자재 설비치 70억원 등 총 175억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삼성이 신축 야구장에 투자하는 총 비용은 675억원 정도가 된다.

얼핏 보면 막대한 비용으로 보이지만 부대 비용을 포함한다 해도 삼성 측의 부담 분은 전체 공사 비용의 절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500억원 외의 175억원 중 대부분은 야구 박물관이나 운영에 필요한 기자재 설치에 쓰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삼성을 위한 용처로 분류된다.

◆광고 수익 수직 상승…특혜 시비 재점화
여기에 흔히 스포츠 구단 운영 및 스포츠 마케팅은 광고 효과를 노리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적자를 광고 효과로 만회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삼성이 거두는 금전적인 수익은 투입 비용을 훨씬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삼성이 연간 50억원대로 야구장 광고 판매대행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자 특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삼성 측 발주처인 제일기획은 지난달 24일 공개경쟁입찰에서 대구의 광고대행사 ISJ커뮤니케이션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 7일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ISJ커뮤니케이션이 연간 50여억원을 써냈다는 얘기가 돈다. 제일기획의 입찰요청서에 따르면 양측의 기본 계약은 내년 1월1일부터 3년간이고 추후 협의를 거쳐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3년만 따져도 전체 투자금의 4분의 1에 약간 못 미치는 150억원대의 자금을 벌써 확보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 같은 규모는 현재 대구시민야구장의 광고판매대행 계약액 27억원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 25년간 675억원을 투자한다고 해도 연간 27억원의 지출에 불과하지만 얻는 수익은 이를 크게 초과한다. 수 백억원의 부담이 대승적 결단이라는 단어로 포장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 지난 2014년 개장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역시 유사한 논란을 겪은 끝에 결국 내년 4월 이전에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와 마찬가지로 대구시와 삼성 측이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시

◆대구시 무른 계약에 삼성 배만 불렸다?
문제는 이 같은 광고판매대행 수익이 껑충 뛸수록 삼성의 투자금 회수는 빨라지지만 대구시나 국가에 돌아오는 몫은 없다는 점이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올라가면 좀처럼 내려갈 일이 없는 광고 수익료는 앞으로도 연간 50억원대 이상이 될 확률이 높다. 단순히 연간 50억원으로만 계산해도 광고 수익만으로 675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는 13년 정도면 족하다. 나머지 12년동안 발생하는 수익은 온전히 삼성 측의 몫이다.

여기에 좌석 배치 조정을 통한 프리미엄 좌석 확대나 상업시설 임대료, 주차장 운영 수익 등을 포함하면 투자금 회수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포수 뒤나 중견수 뒤쪽 조형물 광고 등 가장 비싼 장소의 일부 광고는 이번 계약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야구장의 소유주이자 공사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한 대구시에 돌아가는 몫은 없다. 대구시는 956억원을 부담하면서 연 3%대의 지방채를 발행해 350억원을 메워야 하는 처지였다. 현재 대구시는 220억원치는 이미 발행했고 130억원을 더 발행해야 한다.

수익이 많이 난다는 것은 삼성이 운영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반론이 나올 여지도 있지만 애초에 공사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대구시가 계약을 맺을 때 광고 수익이나 입장 수익 등에 대해 정확히 예상하고 추가 수익의 일정 비율을 회수하는 등의 조항 등을 계약에 반영했어야 한다는 질타가 나온다.

실제 대구시가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실시한 ‘대구야구장 관리운영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예상되는 25년간 광고 수입 1099억원의 광고수입 기준은 2013년의 연간 27억원이 그대로 적용됐다. 물가 상승률이나 프로야구의 인기 상승, 민간 관리에 따른 광고 수익 상승 등을 아예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광주시-기아타이거즈도 결국 재협상 예정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비슷한 논란을 겪었던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기아차와 광주시는 지난 2010년 12월 신축 구장 건립을 위해 ‘야구장 건립을 위한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 총 건설 비용 994억원 중 기아차가 30% 가량인 300억원을 부담하고 25년 범위에서 야구장 운영권을 보장해 주는 내용이 골자였다.

2만2000석으로 대구 신축 야구장보다 작은 규모의 광주 신축 야구장은 국비 298억원, 시비 396억원, 기아차 300억원이 들었다. 역시 세금이 70% 들어갔다. 1년 뒤 양측은 25년간 야구장과 부대시설(매점, 영화관, 주차장 등)을 포함한 운영권 전체를 기아차에 사용·수익 허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구시와 삼성 측의 계약과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뒤이어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처럼 특혜 논란이 거세졌고 감사원이 양측의 계약이 부적정하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감사원은 광주시가 시설물 가치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하지 않아 터무니 없는 가격을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광주시는 예비비 등의 투입 곤란 등을 이유로 민간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적정 기간에 대한 용역을 기아차에 떠넘겼다. 기아차는 야구장 전체 시설물을 25년간 운영할 경우 1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용역 결과를 제출했고, 적자가 난다는 보고서를 근거로 양측은 최장인 25년 간의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한국감정원에 의뢰한 바에 따르면 이는 터무니 없는 결과였다. 한국감정원은 18억원의 손실은 커녕 최소 384억원을 선납받아야 한다는 결과를 내놨고 광고판매대행을 공개입찰할 경우 선납액 규모는 454억원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광주시와 한국감정원의 자료를 종합해 기아차에 책정된 사용료가 많게는 456억원까지 낮았다고 결론지었다.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자 결국 광주시는 기아차와 수 차례 협상 끝에 2013년 ‘2년 간 운영한 뒤 재협상’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2014년 개장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올해까지 2년의 운영기간을 마치고 내년 재협상 대상이 될 예정이다. 

▲ 삼성 측이 마케팅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참여하거나 기부한 것도 아닌 마당에 대부분 국민과 대구시민의 세금을 들여 삼성에 상식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다시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재계약 요구 빗발쳐…기아차 전철 밟나
이처럼 광주시와 기아차가 결국 재협상 테이블을 마련키로 한 것이 재계약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광주시나 대구시 측은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을 수 차례 피력한 바 있다. 특히 수 백억원을 한 번에 동원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들 모기업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부담키로 결정하면서 구장 신축이 가능해졌다는 취지의 반론이다.

실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건설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막막하던 상태에서 기아차의 건설 비용 부담 결정으로 활로가 뚫린 바 있다.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대구시 역시 삼성의 참여 결정이 없었다면 오랜 시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던 야구장 신축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삼성 측이 마케팅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참여하거나 기부한 것도 아닌 마당에 대부분 국민과 대구시민의 세금을 들여 삼성에 상식 이상의 수익을 보장하다시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양대 산학협력단 측조차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어 실제로는 대구시의 설명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0년 후 회계실사를 거쳐 다시 협의하는 조항이 있지만 광주시와 기아 측은 이를 2년으로 앞당겼다.

마침 대구시와 삼성 간의 계약에는 재계약을 위해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조항이 있어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 측의 계약서 11조 1항에는 ‘제반 사정으로 인해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본 계약의 변경을 제안할 수 있고 계약당사자는 적극 합의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한편 현재 대구시 측은 과거 광주시와 같이 특혜가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다. 대구시는 “사업 수익 중 국고채 수익률과 위험프리미엄을 고려한 할인율, 사회적 할인율 등 평균 7.81%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사업수익은 540억원에 불과해 특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당초 용역 결과에는 인건비, 유지관리비, 기본경비 등을 제외하고 25년간 1454억원의 수입이 예상된 바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