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 논란 불가피…코오롱 “신사업 발굴 차원” 해명

▲ BMW 딜러사로서 수 십여년 간 독보적 위치를 유지해 온 코오롱그룹이 BMW의 경쟁사인 아우디코리아의 공식 딜러사로 선정돼 업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은 아우디 A4. ⓒ아우디코리아

BMW코리아의 최대 딜러인 코오롱이 별도 법인을 설립해 BMW와 세기의 라이벌 관계인 경쟁사 아우디코리아의 공식 딜러사로 선정돼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코리아는 지난 6일 송파·위례 지역의 판매와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는 공식딜러사로 ㈜코오롱을 선정했다. 국내에서 수입차를 판매하는 딜러사들이 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는 일은 드물지 않은 일이지만 라이벌 관계인 BMW와 아우디를 동시에 취급하는 곳은 코오롱이 처음이다.

㈜코오롱은 코오롱그룹의 지주사로 코오롱 측은 조만간 이를 전담할 별도 법인을 설립해 운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BMW의 딜러사로는 코오롱글로벌이 27년간 자리매김해 왔으며 ㈜코오롱은 코오롱글로벌의 지분 62.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이로써 아우디를 국내에서 공식으로 판매하는 곳은 고진모터스, 태안모터스, 참존모터스 등 총 8개사에서 9개사로 늘어나게 됐다. 그간 아우디코리아 판매사들 중에서는 고진모터스가 가장 큰 규모를 유지해 왔으며, 일각에서는 코오롱 측이 참존모터스를 아예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코오롱그룹의 합류로 벤츠의 한성자동차, BMW의 코오롱처럼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판매사가 없었던 점이 취약점으로 꼽현던 아우디는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반면 BMW코리아 측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여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유통부문(옛 코오롱모터스)은 BMW와 미니, 롤스로이스 등 BMW그룹의 수입차를 판매하면서 전국 14개 애프터서비스 센터 운영, 국내 최대 BMW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 왔다.

코오롱글로벌이 BMW 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3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글로벌은 서울 강남·삼성과 분당,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순천 등 전국 주요 지역에 모두 BMW 전시장·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이처럼 BMW 내에서 가장 큰 판매사인 코오롱이 경쟁사인 아우디를 취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비록 코오롱글로벌과 다른 별도 법인 설립을 통해서라고는 하지만 애초에 코오롱글로벌이 아우디까지 취급하는 방안도 고려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BMW코리아와 코오롱 측의 관계에 이상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코오롱 측은 “별다른 수익구조가 없는 지주회사로서 다양한 신규사업을 검토했고 첫 번째로 수입차 판매로서의 아우디 딜러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효성(벤츠·렉서스·도요타·페라리 등)이나 GS(폭스바겐·렉서스), 아주그룹(재규어랜드로버·볼보·폭스바겐), KCC(벤츠·재규어·랜드로버·포르쉐·혼다) 등 국내 대기업들은 여러 차종의 수입차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두산도 수 년 전까지 혼다와 재규어랜드로버 유통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BMW와 아우디라는 경쟁사 양쪽 모두를 한 그룹이 취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양다리’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BMW코리아가 경쟁 판매사인 한독모터스를 지나치게 편애한 데 대한 대응책이란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아우디코리아가 상도의를 저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는 등 뒷말만 무성한 상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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