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모두가 인터넷이 주는 편리함 속에서 살고 있는 시대다. 모두가 유·무선을 통해 눈을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생활도 일도 정보도 심지어 사람과의 소통도 온라인으로 해결한다. 그야말로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인이 몇 번의 클릭과 터치 만으로 끈끈하게 연결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이처럼 휴대폰과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지 십 수년 만에 이뤄진 일련의 놀라운 변화들은 많은 편리함을 낳았고, 누구나 미래에도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함께 수반되는 수 많은 부작용들도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특히 ‘온라인 마녀사냥’의 문제는 익명 뒤에 숨어 개인의 삶을 파괴시키는 행위임에도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분노와 비난으로 들끓던 여론에 충격적인 반전을 가져다 준 ‘세 모자 사건’의 얘기다.

지난해 10월 한 어머니와 두 아들이 한국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사인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20여년 간 수 천여 차례 성적 학대와 접대를 강요당했으며 시댁과 친정마저 가세했다고 주장했다. 경악스러운 내용이 틀림없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렇게 반향이 크지는 않았다. 일회성 폭로로 끝날 것 같던 이 주장은 어머니 이모 씨가 지난 달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면서 소위 ‘빵’ 터졌다.

‘나는 더러운 여자이지만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이 씨는 목사인 시아버지가 운영하는 교회의 힘과 재력 때문에 이런 일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누리꾼들의 분노는 온갖 포털 사이트 댓글과 커뮤니티로 옮겨갔다. 곧 남편과 시아버지의 신상과 교회 등이 알려졌고 어떤 기사에서도 이 부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달라는 댓글들이 넘쳐났다. 이 씨는 수 십여 명을 고소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오히려 두 아들에게 성범죄 관련 내용을 주입시켜 진술을 강요했고 학교에 보내지 않는 등의 ‘아동학대’ 혐의로 이 씨를 입건했지만, 그 누구도 어머니의 말이 진실이 아닐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경찰은 고소 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이 씨가 고소한 사람들을 대부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누리꾼들은 오히려 경찰이 사건을 덮으려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세 모자 사건을 다룬 1부를 내보내자 그제서야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 것은 한 편의 코미디였다. 목사이던 남편은 막대한 재력이나 권력은커녕 부산에서 피자 배달을 하고 있었고, 세 모자는 취재진이 없는 사이 진술이 설득력이 있었는지를 체크했다. 이 씨가 길을 걷던 동네 사람을 붙잡고 성폭행을 하지 않았느냐고 닦달하는 모습은 이 씨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뜨렸다.

아직 2부가 남았지만, 이미 <그것이 알고 싶다> PD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고 밝힌 바 있다는 점에서 재반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누리꾼들은 이번에도 한 쪽의 주장만 듣고 한 사람을 마녀사냥한 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곳곳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넘쳐나지만 수 차례의 마녀사냥으로부터 얻었다던 교훈은 이번에도 ‘도로아미타불’이었다.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 공간의 주장은 큰 파괴력을 갖는다. 과거 채선당의 임산부 폭행사건에 대한 주장이나 아들 얼굴에 국물을 쏟았다는 ‘국물녀’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마녀사냥의 과오는 “반성합니다. 다음에는 양 쪽 말 모두를 들어보겠습니다”는 식의 댓글 한 마디면 치유되는 것인가. 사법적 판단까지 믿지 않고 결국 모두를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분노를 거두는 무한 반복 알고리즘은 정녕 고쳐질 수 없는 성역인 것인지 참담하기만 하다.

지금도 온라인 공간에서는 연예인 김현중 씨와 전 여자친구 간의 진실공방과 관련된 기사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한 쪽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 상태가 수 달째 반복되면서도, 동시에 세 모자 사건과 관련된 기사에는 남편을 비난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에도 판단을 내리기에, 의견을 전달하기에, 그리고 분노를 퍼붓기 전에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이 남았으면 된 것일까. 보도 하나로 전 국민이 일희일비하지 않는 세태는 아직도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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