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 빅3, 당권도 빅3 - 얽히고설킨 자리싸움

한나라당의 이번 7.11 전당대회는 크게 세 부류의 세력이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 부류는 각각 한나라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하고 있어 전당대회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과거로 해석되는 첫째 세력은 당내 중진급인 강재섭 전 원내대표를 의미하는 것이며, 현재는 현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며 한나라당의 실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오 원내대표를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래를 의미하는 세력은 당내 소장파 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과 비주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중도 성향의 ‘푸른모임’, 초선 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등 중도개혁 성향의 4대 모임 소속 의원들의 연대 형식인 ‘미래모임’을 의미한다. 당초 전당대회는 이 원내대표와 강 전 원내대표 간 2강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미래모임’의 세력이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전당대회는 2강에서 3강 구도로 모양새를 달리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 대표를 향한 한나라당 내 각 세력들의 치열한 접전 양상을 살펴보았다. ◈강재섭, 과거의 영광을 찾아 강재섭 의원의 당권 도전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당 대표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그의 주장은 ‘범 영남권 후보론’으로 대변된다. 이재오 원내대표가 ‘수도권 당권론’을 주장하며 당내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는 것에 맞대응해 내 놓은 강 의원의 전략이다. 그렇기에 한나라당 내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모두 영남권 출신이라는 점은 강 의원에게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이 원내대표가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서울시장 모두 영남 출신인 만큼 당권은 수도권에 정치적 기반을 둔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강 의원을 견제하고 있기에 독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한 강 의원의 역 공세는 약이 될 수도 있다. 현재 강 의원은 “역사의 고비마다 대구와 경북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내년 대선에서도 대구와 경북이 정권교체를 위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 원내대표와는 상충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강 의원의 주장은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와 경북을 아울러 영남권 전체에 메아리로 울려 퍼지고 있기 때문에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약발은 벌써 효험을 나타내고 있는 분위기다. 강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세력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갑 출신의 박종근 의원의 경우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구와 경북이 힘을 합쳐 강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지 못하면 지역 전체가 몰살에 가까운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강 의원의 지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강 의원이 아닌 다른 의원들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대구와 경북의 표심이 흩어져 최고위원 한 명도 내지 못한 채 중앙무대에서 지역세가 고사된다”는 우려에서이다. 그렇기에 영남권 의원들은 강 의원을 중심으로 “안방을 튼튼히 하고 난 뒤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남권 의원들을 토대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강 의원의 또 다른 지지 세력은 이른바 ‘3강 트리오’라고 불리는 강삼재 전 사무총장과 강창희 대전시당 위원장이다. 이들 3강은 철저하게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 우선 강삼재 전 사무총장의 경우 이번 7.26 재보선을 발판으로 정계복귀를 꾀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강재섭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당이 강삼재 전 의원과 같은 분들에게 일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강삼재 전 사무총장을 옹호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주고받기식으로 서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공산인 것이다. 또, 당 대표 경선에 같이 출마할 의사를 밝힌 강창희 대전시당 위원장과는 표를 나눠 갖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이른바 영남표와 충청표의 짝짓기다. 1인 2표제 방식으로 치러지는 전당대회 룰을 이용해 두 강 후보들이 사이좋게 표를 나누기로 암묵적인 약속을 한 것이다. 강 재섭 의원의 이 같은 물밑작업들은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에 비해 시나리오가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와 손을 잡은 줄이 믿을만하지 못하다는 것이 결정적 흠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에서는 강삼재 전 의원을 보며 “썩은 정치인들을 다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 지금의 실세는 바로 나 강재섭 의원과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인물은 이재오 원내대표이다. 이 원내대표는 그 동안 “공정한 경선이 되기 위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라”는 주위의 압력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까지 원내대표직을 이어가기로 하며 나름대로의 경선 전략을 세웠다. 사퇴를 하지 않은 이유인즉, 박근혜 전 대표마저 퇴임한 상황에 자신까지 원내대표직을 사퇴한다면 당의 지도부 공백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었다. 이 원내대표가 당을 배려하는 마음이야 어떻든 중요한 것은 원내대표직을 유지함으로써 당분간 한나라당의 실세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영선이라는 24일간의 초단기 임시 당 대표가 있기는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관록을 넘보기에는 김 대표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이 원내대표는 경선 레이스의 주도권을 쥐고 당 운영을 장악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강재섭 의원 측의 공격 또한 만만치 않다. 공정한 경선이 되기 위해 원내대표를 사퇴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원내대표를 통해 당심을 조종하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공세다. 이러한 공격을 받고 이 원내대표 역시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재보선 공천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미래지향적인 인물을 보선에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강재섭 의원이 지원사격하고 있는 강삼재 전 의원 등에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강삼재 전 의원이 정계에 복귀하게 될 경우 강재섭 의원의 힘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그렇기에 이 원내대표에게 있어서 전대를 향한 첫 번째 해결 업무는 강삼재 전 의원의 공천을 막는 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이 같은 속내와는 별개로 당내 다수의 의원들 또한 이 원내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리와 부정을 저질렀던 과거 인사들을 다시 한나라당이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부정적”이라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 원내대표에게 있어서 당연히 호재이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미래모임, 한나라당의 미래를 책임진다 7.11 전대에서 당 대표 경선은 당초 과거와 현재. 즉, 전 원내대표와 현 원내대표간의 2강 체제로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으나,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상대하기 버거울 만큼 강력한 복병이다. 당내 소장파 그룹인 ‘새정치수요모임(수요모임)’과 비주류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 중도 성향의 ‘푸른모임’, 초선 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등 4대 모임 소속 의원들의 연대 형식인 ‘미래모임’이 바로 그 복병이다. 우선 아무리 비주류계의 모임들이었다고는 하더라도 4개의 모임이 하나로 뭉치게 되었다는 것은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들이 한 목소리를 낼 때는 한나라당에 비주류가 주류가 되고, 주류가 비주류가 되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큰 모임이라는 뜻이다. 지난 8일 출범당시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9명을 포함, 56명의 원 내외 인사로 출발한 미래모임은 후보 선출 방식 등 본격적인 후보 단일화 방안이 논의된 15일 2차 전체회의에 와서는 원외 당원협의회장 26명 등 모두 79명으로 그 몸집이 더욱 커졌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 전체 의원이 123명이라는 점이다. 123명 중 미래모임에 참여한 현역 의원수는 53명. 후보 단일화 과정만 원활하게 넘긴다면, 미래모임 측의 인사가 지도부에 입성하는 것은 물론, 당 대표에 선출되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래모임의 당권 도전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감추지 않기도 한다. “당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일견 공감하지만 최고위원이면 몰라도 당 대표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미래모임이 당 대표를 만들어 내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심재철 의원 등이 탈퇴한 것은 물론, 각 모임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도 미래모임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데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로써는 남경필, 정병국, 권영세, 임태희 의원 등이 미래모임 내 후보 단일화 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7.11, 밥그릇 싸움은 안 돼 이밖에도 당권 및 지도부 입성을 목표로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꾼 김학원 최고위원 또한 이번 경선에 참여할 의사를 밝혀 경선에서 경우의 수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권도 당권도 한나라당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이제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겸손해야 한다”,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등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목소리를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누가 당 대표가 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주길 바란다. 국민들은 단지 조금이라도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먼저 생각해주는 인물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권 경쟁은 자칫 ‘그들만의 싸움’ 이미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적당한 경쟁과 적당한 욕심으로 페어플레이 하는 7.11 경선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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