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사건 정치쟁점화 차단, 야당 공세 힘 빼기

▲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 집중 견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안 전 대표가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을 맡아 이번 사건에 대한 야당의 대응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새누리당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 논란과 관련한 이슈를 주도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5일 당의 요구에 따라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직을 수락했고, 이와 동시에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전방위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도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는 야당과 뜻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방법론에서 다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선 의혹 검증, 후 현장조사’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서둘러 현장조사를 통해 의혹들을 털어버리자는 입장인 것. 이를 두고 새누리당에서는 국정원 사건을 정치쟁점화 하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야당의 대응 방향을 이끌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를 집중 공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이 최선의 방어가 되고 있는 셈이다.

◆安, 로그파일 통째로 달라?
지난 20일 안철수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정원측에 7개 분야에 대한 30개 자료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안 전 대표는 국정원이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인 RCS 운용과 관련한 모든 로그파일 제출을 전제로 RCS 내부운용 조직, 감청내역 및 조치사항 등을 요구했다.

안 전 대표는 이와 관련, “(RCS관련) 로그파일을 분석하면 (감청을 시도한) 모델명-단말기-통신사-접속일시 등을 알 수 있다”며 “이 정보를 통신사에 문의하면 타깃 단말기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로그 파일 원본 공개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국정원에 요구한 자료만으로는 의혹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2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안 의원은 일단 현장 조사 들어가기 전에 모든 자료를 통째로 달라는 것 같다”며 “로그파일만 있으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시스템 세팅에 따라 로그파일이 자세하게 남겨져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정확히 어떤 시스템의 로그파일이 필요한지, 기간은 언제까지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요구를 해야 한다”며 “로그를 통째로 달라고 하면 국정원에서 줄 리가 만무하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런 이유로 새누리당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빠르게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실시하면 될 것을 야당이 시간을 끌며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현장을 중요시하지 않고 다른 문제를 검증한 다음에 하겠다고 하니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당장 (국정원에) 갔다오면 의혹이 해소돼 버리니 시간을 좀 끌어서, 의혹을 좀 더 부풀리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원내대표께 안보장사라 얘기했는데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어, “이런 식으로 국민께 의혹을 부풀리는 건 잘못됐다”며 “지금이라도 안철수 위원장이 제일 전문가니 직접 빨리 확인해서 밝히고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안보장사 하고 있다” 비난 봇물
이날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한 비판 발언들이 봇물을 이뤘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근거 없는 의혹으로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며 대한민국을 갈등과 분열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야당은) 공개적으로 여론전을 벌일 게 아니라 여야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정보위원회 차원에서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국민을 위해서도, 의혹해결을 위해서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원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공개된 (국정원 직원) 고인의 유서를 보면 사찰은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대한 심리적 압박이 컸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의 거듭된 의혹 제기와 부풀리기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인식인 것이다.

아울러, 원 원내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안질의 실시를 주장하는데 대해서도 “우리 입장은 정보위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정보위 공개 진행’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 정보기관은 비밀이 생명인데, 그것이 깨지면 국가정보기관의 존재 의의가 없다. 국회법에 따라 운영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원 원내대표는 덧붙여 “국정원과 관련해 오래 끌수록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신혹하고 정확하게 정보위가 중심이 돼서 사건에 대한 전모를 파악하고 명명백백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청원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서 최고위원은 “지금은 경제살리기에 나설 때지 국정원 문제로 정치쟁점화 할 때가 아니다”며 “국정원이 도입한 해킹 프로그램에 대해 진실은 모르겠지만 국가 안위를 위해 도입한 것 아니냐. 국민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최고위원은 특히,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해 “소위 해킹 프로그램 전문가라는 야당 의원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보다는 오히려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어, “과거 야당이 집구너시절 때는 많은 민간인을 도청해서 국정원 일당들이 구속되는 사례를 보았다.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권 중에서 이런 부분에서는 안심할 수 있는 정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야당은 국가 재난이 있을 때마다 이걸 해결하기 보다는 정치쟁점화 삼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국정원은 모든 것을 공개하고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야당의 공세로 프로그램을 한 국정원 직원이 자살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고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같은 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초재선 쇄신파 모임인 ‘아침소리’ 주례회동 자리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들이 나왔다. 여당 내 안철수 저격수로 불리는 이노근 의원은 국정원 직원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문 대표와 안 의원을 비롯한 야권에서 시연회까지 하며 정치공세를 벌여 국정원 직원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이 결국 자살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닌가 하고 많은 평론가들이 이야기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노근 의원은 이어, “결국 안 의원은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정치적 바이러스는 잡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는 전문가인 국정원 직원만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이 의원은 “안 의원은 컴퓨터 보안회사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나 발언이 이해관계가 있다”며 “계속 이 문제에 관해 주장하려면 떳덧하게 백지신탁을 하거나 처분, 매각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안 의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건 자기 보유 주식 때문이다. 정보위에 들어가려면 보유주식을 백지신탁하거나 처분해야 한다”면서 “자기 직무와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데 그렇게 장외에서 떠드는 건 부도덕하다”고 덧붙여 비난했다. 아울러, “지금 문 대표와 안 의원은 서로 경쟁하듯 돌아가면서 이러쿵저러쿵 논평하는데 이를 통해 두 유력 대권 주자가 소위 ‘안보장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가 한다”며 “70~80년대에는 대개 여당 측에서 안보장사를 한다고 비판 받았지만 최근엔 야권 인사들이 국가 안보를 정치 상품으로 해 장사를 하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하태경 의원 또한, “이노근 의원은 안보 장사라고 했는데 괴담 장사다”면서 “야당은 괴담 장사를 중단하고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안 전 대표를 겨냥햐 “2013년 북한 사이버테러가 있었는데, 그때 안랩이 관리하고 있던 농협서버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유출당한, 안랩으로서는 치욕적인 사건이 있었다”며 “지금까지 한 마디 반성도 없었다. 그런데 고작 20여개로 확인된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에 대해 온 국민이 해킹 당하고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 새누리당은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야당이 국정원 해킹 의혹 사건을 계기로 안보장사를 하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 역시 안 전 대표에 대해 정치쟁점화를 하고 있다며 연이어 비난을 가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해묵은 ‘백지신탁’ 문제까지
새누리당의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한 포화는 더욱 거세졌다. ‘정치쟁점화’, ‘안보장사’ 비난에 더해 안 전 대표의 해묵은 논란거리인 ‘백지신탁’ 문제를 끊임없이 꺼내들며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 안철수 때리기를 통해 야당의 공세에 힘을 빼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이인제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해킹프로그램을 가지고 국정원이 어떤 정보 공작 활동을 했느냐는 것은 100% 초특급 국가기밀”이라며 “그런데 지금 야당의 무슨 위원장을 맡고 있는 분이 이런저런 자료를 다 내놓으라고 윽박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이는 상식을 뛰어넘는 있을 수 없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하태경 의원은 KBS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안보가 보수라는 사람이 국정원의 파일 원본을 통째로 달라는 것”이라며 “이건 국가기밀을 공공연하게 유출하겠다는 범죄행위를 하겠다고 자기가 선언하는 것”이라고 해석해 비난했다.

이장우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철수 의원이 법적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무턱대고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정보에 위해를 가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안철수 의원은 소유주식을 백지신탁하고 정보위로 사보임해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야당 대표까지 역임한 분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국정원에 어떤 요구를 하려거든 소유하고 있는 안랩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정보위로 옮긴 후 하라는 얘기다. 안 전 대표 힘 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23일에도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해킹 프로그램은 대한민국 혼자 들여온 게 아니고 35개국 97개 정보기관에서 들여왔는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되느냐”며 “모든 해커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국정원을 호구로 보고 다 달려들 것”이라고 야당의 공세에 반발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런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나. 이 문제를 정치 문제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98년도에 전 정권들이 무슨 짓을 했는 줄 아는가. 국회의원 30명을 협박해서 빼가고, 도청을 해서 국정원장이 구속되는 등 이렇게 야당의 전 정권들이 했던 엄청난 짓거리들이 있었다”며 “자기들이 요즘 제 발 저려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서 최고위원은 덧붙여 “이런 문제로 북한이 늘 우리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날을 세우고 정쟁으로 가야하냐”고 야당의 공세를 거듭 비난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이병호 국정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국정원 책임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인 안철수 전 대표는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병호 원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나나테크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 최측근이자,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소속인 송호창 의원은 “오늘 고발로 끝이 아니다”며 “추가적으로 위원회에서 확인되는 위법행위가 있으면 2차, 3차 고발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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