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신들메를 고쳐매며"

이문열은 기묘한 작가이다. 1980년대에 그가 남긴,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픽션'의 업적은 분명 인정해야만 할 것이지만, 이후 그는 '자신의 전성기를 넘긴 대가'가 으레 밟아나가는 고즈넉한 자기탐구와 부드러운 시선의 길을 져버리고, 작품보다는 오히려 논란성이 짙은 사회적 활동과 도발적인 멘트들을 통해 '사회문화의 초점'으로서 남기를 원하는 듯 보였다. 그가 발표하는 픽션들이 대부분 별다른 작가적 비젼이 보여지지 않는 역사소설들임을 감안해볼 때, 그의 이런 기이한 행보는 거의 '몸부림'으로 여겨지기까지 했는데, 어찌됐건 작품 자체보다 자신이 지닌 사상과 세계관을 더 강하게 피력해온 그의 최근 근황을 담아낸 그의 신간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는 그가 근래에 발표한 그 어떤 픽션들보다도 더 관심을 끄는 매력이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시론, 칼럼, 기행문 등의 형식을 빌려 씌여진 이 산문집은 자신의 문학세계를 바라보는 이문열의 시선과 함께 항시 논란거리로 작용해왔던 그의 세계관, 역사관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어 남다른 재미를 주는데, 책의 제 1장 '신들메를 고쳐매며'에서는 그가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메시지가 적혀있으며, 패러디와 인터넷, 포퓰리즘 등, 현대 젊은층이 즐겨 향유하는, 그러나 그만큼 위험성이 따르는 현상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어 제 2장 '읽으며 생각하며'에서는 그가 바라보는 문학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제 3장 '시속과 더불어'는 과연 화제의 초점이 되고 있는 그의 '기묘한' 정치적 사상들이 고스란히 명시되어 있다. 제 4장 '시대에 부치는 글'은 21세기를 맞이하는 작가의 바람이, 제 5장 '낯선 길 위에서의 상념'은 기행문의 형식으로 씌어져 있어, 이 복잡다단하고 흥미로운 '이문열의 정서 오딧세이'의 마지막을 장식해 준다. 이문열을 사랑해온 그의 팬들이나, 그를 열심히 비난해온 '안티'들 모두에게 흥미로운 '자료'의 역할을 해줄 만한 "신들메를 고쳐매며"는, 단순히 한 작가의 자기고백을 넘어서, 한 시대를 '뒤흔들고' 있는 '문제아'적 예술인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본다는 또다른 의미도 숨어있어, 이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만한 서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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