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수령액 146억원…패션 CEO 최고 연봉의 2배 넘어

▲ 입소문을 통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브이엘엔코의 이재엽 대표가 최근 상표권료로 과다한 로열티를 수령하고 있다는 구설수에 휘말렸다. ⓒ브이엘엔코

골프웨어 ‘루이까스텔’로 널리 알려진 국내 패션기업 브이엘엔코(VL&CO·대표 이재엽)이 해당 상표의 로열티를 대표이사에게 과도하게 지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브이엘엔코는 ‘루이까스텔’이라는 골프브랜드로 사업을 영위하면서 상표권자인 이재엽 대표에게 로열티로 지급한 금액이 2년간 146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이엘엔코는 지난 2013년부터 이재엽 대표에게 60억2380만원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85억3707만원을 지급했다. 2년간 지급된 금액은 145억6087억원이나 된다.

이 같은 지급액은 매출액의 5% 수준이다. 2012년 761억2852억원 수준이었던 브이엘엔코의 매출액은 2013년 1천억원을 돌파한 1204억760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707억414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매출이 2년 만에 2.5배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재엽 대표가 수령한 로열티 규모도 늘었다.

20년간 LF(옛 LG패션)에 몸을 담았던 LF 상무 출신 이재엽 대표가 2007년 창업한 브이엘엔코는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고 별다른 광고도 하지 않으면서도 입소문이 나면서 2011년 매출이 두 배로 뛴 것을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별 다른 이변 없이 지난해 이상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역시 2013년 396억원에서 2014년 530억원으로 견실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무려 30%를 넘는다. 최대 주주는 이재엽 대표로 65.44%를 보유하고 있고, 조희정 부사장이 30%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회사가 소위 ‘잘 나가고’ 있지만, 상표권료로 최대 주주이자 대표 이사에게 주는 금액치고는 지나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년간 이재엽 대표가 수령한 로열티 금액은 2년치 영업이익의 20% 수준이다. 올해 지난해 정도의 매출만 거둔다고 가정해도 3년간 상표권료로 지급하는 금액은 200억원이 넘게 된다.

지난해 수령액만 해도 패션업계 CEO들의 연봉액 중 가장 많은 액수인 영원무역 성기학 회장의 연봉 36억원의 2배가 넘는다. 인기 글로벌 브랜드는 매출액의 4~7%를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더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브이엘엔코는 검사업체의 품질검사를 합격한 제품을 납품 받아 매장에 비치했다가 3개월 뒤에 제품 하자를 이유로 대금 지급 취소를 통지해 공정위로부터 10억8300만원의 하도급 대금(미지급 대금 10억7600만원과 지연 이자, 어음 대체 결제 수단 수수료 포함)의 지급 명령과 함께 재발 방지 명령을 받았다. 브이엘엔코는 따로 생산 공장이 없으며 생산을 외주에 맡기고 있다.

또한 공정위와 하도급 업체 한울플래닝 측에 따르면 브이엘엔코는 주문 계약서에 하도급 대금과 지급 방법 등 법적 기재사항이 제대로 적히지 않은 불완전 계약서를 발급한 점도 문제가 됐다.

이에 난해 10월 브이엘엔코는 한울플래닝을 상대로 평균 납품원가(1만8000원선)의 8.5배를 물어내라며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제기하고 채권 20억원을 가압류했지만, 지난 1월 가압류 소송에서는 한울플래닝이 승소했다. 부도 위기에 처했던 한울플래닝은 공정위의 지급 명령으로 겨우 부도를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갑질 논란까지 일었던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하도급 업체에는 대금을 미루고 대표에게는 지나친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팔린 2만3000여장의 의류 중에서 불량 접수 건은 1% 남짓으로 업계 평균 수준이었다. 이 건은 현재 브이엘엔코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로열티 지급에 대해 브이엘엔코 측은 “법적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 “상표권은 창업 이전부터 이재엽 대표가 소유한 상태에서 무상 계약으로 진행해 오다 2013년부터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브이엘엔코는 “이전 지급률은 확인이 어렵지만, 현재는 3%로 책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매출을 기준으로 3%의 지급률을 적용하면 51억원 수준이 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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