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 계열사 수 십개 동원해 공공택지 싹쓸이

▲ 반도유보라로 알려진 반도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공공 택지 분양 시장에서 수 십개의 자회사를 동원해 택지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반도건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정부의 부동산 시장 부양 정책 효과로 분양시장이 호황기를 맞은 가운데, 최근 ‘반도유보라’로 알려진 반도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자회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싹쓸이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실에 따르면 중흥건설, 호반건설, 반도건설 등 중견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수 년간 공공택지 분양 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호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5년간 중흥건설은 계열사 32곳을 동원해 24개 필지에 당첨돼 14개 필지를 전매했고 호반건설도 27개 계열사를 동원해 15개 토지를 계열사 앞으로 낙찰받아 5개 필지는 다른 계열사에, 비계열사에 5개 필지를 전매했다.

특히 반도건설은 이 기간 가장 많은 계열사(총 34곳)를 동원한 곳으로 조사됐다. 이달 초 반도건설은 지난 3월 삼성물산의 소액 주주 미행·감시를 이끌었다 퇴사한 박모 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해 관심을 끈 바 있다.

반도건설은 2012년 11월 37개 업체가 참여한 화성동탄2지구를 낙찰받아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맏사위인 신동철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퍼시픽산업에 전매했다. 퍼시픽산업은 반도건설과 시공계약을 맺고 ‘동탄2 반도유보라 1차’를 지어 분양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비용을 축소, 1천억원의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4월에 입찰이 있었던 965억원 짜리 동탄2 A-98블럭 6만여㎡ 택지는 자본금 3억원의 한숲개발이 낙찰받았다. 한숲개발은 반도종합건설의 자회사다. 2013년 9월 A-38블럭을 분양받은 한올개발 역시 반도종합건설의 자회사다.

<경기일보>에 따르면 반도종합건설은 2012년 5~7월 두 달 사이 한숲개발, 한빛개발, 한울개발, 한덕개발, 한샘개발 등 이름이 유사한 자회사를 13개나 설립했다. 반도건설 역시 성림개발, 다솜개발, 의성에이치에스개발 등 11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택지를 분양받기 위해 수 십여개에 달하는 자회사를 설립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중견 건설사들이 자회사들을 설립하는 것은 택지 분양에서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금 수억 원의 자회사들이 택지를 분양받은 뒤 모 회사에 전매 또는 하도급시키는 방식이다. 여기에 반도주택과 퍼시픽산업, 퍼시픽개발 등도 택지 확보에 뛰어들고 있어 당첨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이에 반도건설은 2013년 3개, 2014년 8개의 자체사업지가 공공택지지구에서 분양을 했고 그리고 올해에는 7개 사업지를 공공택지지구에서 분양한다.

문제는 공공택지를 중견 건설사들이 쓸어가면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아파트를 원하는 주택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택지분양 단계에서부터 제한된다는 점이다.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계열사 편입 등의 문제로 페이퍼 컴퍼니 설립이 불가능하다. 택지분양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실제 최근 분양된 도내 신도시 택지 30여 곳 가운데 대형건설사 사업장은 6개뿐이다.

다만 전매를 하지 않더라도 다수의 시행사를 내세워 땅을 낙찰받고, 모회사에 시공을 맡기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아, 중견 건설사들이 최대한 계열사들을 동원하는 것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본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편법 계열사 동원을 저지하는데 소극적인데다, 국토교통부 역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재인 택지가 중견 건설사의 배를 불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정부가 수수방관하는 것은 직무유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반도건설 관계자는 “계열사를 동원해 여러차례 택지 입찰에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택지를 낙찰 받아 계열사에 전매한 경우는 동탄2지구 단 한 차례였다”며 “당시 금융기관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건으로 시행·시공 분리를 요청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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