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 “한국에서는 거인이 언제나 승리한다”

▲ 새롭게 출범하는 삼성물산은 두 회사의 핵심 역량을 물리적·화학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만들겠다고 선언.사진/홍금표 기자.

마지막까지 승리를 예상하기 힘들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가운데 주가는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

삼성물산은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제1호 의안인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의 건을 찬성률 69.53%로 가결했다. 투표에 참여한 1억3천235만5천800주 중 9천202만3천660주가 찬성했다.

새롭게 출범하는 삼성물산은 두 회사의 핵심 역량을 물리적·화학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삼성 사장단은 합병 5년 뒤인 2020년에는 매출 60조원과 세전 이익 4조원을 달성하겠다고 호언해 왔다. 두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33조 6000억 원이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2020년 예상 매출의 10%인 6조원이 합병에 따른 시너지로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39%(7,200원) 급락해 6만2,100원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들과 기관이 주식 순매도를 이끌었다. 외인들이 1,000억원이 넘는 163만주를 쏟아냈고, 기관도 400억원에 달하는 61만주를 매도했다.

제일모직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로 전 거래일보다 -7.73%(1만5,000원) 떨어진 17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79%(2만3,000원) 오르며 130만5,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재용 체제가 공고해지며 향후 사업 추진 등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러한 합병안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각) 칼럼을 통해 “1990년대 후반 아시아시장에 투자해 본 사람이라면 이번 일은 놀랄 일도 아니다”라면서 한국에서는 “거인(삼성)이 언제나 승리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성경 속 영웅 ‘다윗’, 삼성그룹을 ’골리앗‘으로 묘사하며, 성경 이야기와 달리 “한국에서 다윗은 무참히 패배했다”고 썼다.

신문은 이어 “엘리엇이 패배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엘리엇이 주총에서 이겼다면, (한국에서) 삼성물산 같은 대기업이 재벌 일가가 아닌 주주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을 것이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낮게 평가된 한국 주식 시장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이 지난달 자사주 전체를 KCC에 넘긴 사실을 언급하며 “(지분 매각은) 양사 합병의 지지 세력을 만들기 위한 조치였고, 주주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요 외신들은 그동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엘리엇의 싸움을 한국 재벌과 외국계 자본의 힘겨루기로 받아들였으며 “내부 순환 출자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 재벌의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시사포커스 / 김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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