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남기고 모두 처분…상장 과정서도 1000억 확보

▲ 현대차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노션이 상장하면서 정의선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승계 작업을 시작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현대차그룹의 광고를 쓸어 담으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이노션이 상장 첫 날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서 맡을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노션은 공모가 6만8000원을 하회하는 6만6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9.16% 하락한 6만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 대비로는 11.03% 낮은 수준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3600억원이었으나 이날 종가 기준 1조2100억원으로 하락했다.

이노션의 혹독한 신고식은 지배구조에 대한 불안감과 현대차의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노션의 현대차그룹 매출 비중은 70%를 넘는다. 또한 이노션의 취급액은 3조6000억원으로 제일기획(4조9000억원)에 이어 국내 2위 수준이지만 해외에서는 매출총이익이 글로벌 경쟁사들의 50분의 1에서 70분의 1 수준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려가 커지면서 앞서 지난 9일 이노션은 청약에서 7조원을 끌어들이기는 했지만 기관 수요예측에서는 큰 흥행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희망공모가 밴드(6만4000~7만1000원)의 중간을 약간 웃도는 6만8000원에서 공모가가 결정된 바 있다.

다만 이번 기업공개로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의선 부회장의 보유 지분이 30% 미만으로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이노션은 현재 최대주주인 정성이 고문이 지분율을 40%에서 27.99%로 낮췄고 정의선 부회장 역시 10%에서 2%로 낮춰 마지노선인 29.99%를 정확히 맞췄다. 연초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과 유사한 결과다.

또한 이노션 상장은 현대차그룹 승계작업의 신호탄으로 보는 해석이 주를 이뤄 왔다. 이미 재계에서는 ‘이노션 상장=현대차 승계수순’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다. 과거 정의선 부회장은 이노션이 상장하기 전 현대글로비스 23.28%, 현대엔지니어링 11.7%, 이노션 10%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이 상장 과정에서 이노션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금화하며 현물출자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기업공개에 앞선 공모에서 구주 매각을 통해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재는 2% 수준으로 낮췄다. 기업공개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전량 매각은 하지 않았지만, 구주 매각을 통해 1000억원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8월에는 이노션 보유 지분 40%중 30%를 30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아울러 연초 현대글로비스 블록딜을 통한 자금까지 더하면 현재 순환출자 구조의 한 축이면서도 정의선 부회장이 한 주도 갖고 있지 못한 현대모비스를 매수할 수 있어 이노션 상장이 결국 현대차 경영승계의 포석으로 읽히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이노션 지분의 나머지 2%까지도 블록딜 등을 통해 처리해 승계 작업의 실탄으로 쓸 것이라는 예상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