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트홀딩 합병 과정 탈세 정황?…오비 “아는 바 전혀 없다”

▲ 지난 2013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던 오비맥주가 지난달부터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비맥주

최근 오비맥주가 2년여 만에 국세청으로부터 심층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지방국세청은 지난달부터 충북 청원에 공장을 두고 있는 오비맥주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세무조사는 지난 2013년 정기 세무조사 이후 2년여 만으로, 통상 정기 세무조사가 4~5년 마다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국세청이 오비맥주의 특정 의혹에 대한 정황을 잡기 위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지난 2013년 국세청이 오비맥주 최대 주주였던 외국계 사모펀드 KRR(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가 오비맥주의 지주사격으로 세운 법인 몰트홀딩에 1500억원의 추징금 폭탄을 부과한 바 있어 이번 세무조사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추징금 불복 건이 현재까지도 조세심판원의 심결을 받지 못하고 계류된 상태인 만큼 명확한 배경에 대해서는 추측만 오가는 상태다.

기본적으로 오비맥주 측은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된 사항은 전혀 알지 못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세무조사에 대한 얘기들 자체가 금시초문”이라면서 “우리로서는 배경도 진행상황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500억원대의 추징금과 관련한 조세심판원 불복 신청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지주사가 바뀌었기 때문에 전혀 파악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 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연초 오비맥주와 몰트홀딩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잡기 위해 심층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시스

◆국세청, 양도소득세 탈루 혐의 찾나
명확한게 밝혀진 게 없다보니 업계는 과거 탈세 관련 혐의와 연관지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는 상태다.

우선적으로 과거 오비맥주의 대주주였던 KRR의 몰트홀딩과 오비맥주가 연초 합병하는 과정에서 세금 탈루가 있었는지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몰트홀딩은 지난 2009년 KRR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가 세계 최대 주류회사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중간 지주회사 격인 실레네스홀딩과 함께 세운 법인이다. 네덜란드 소재 실레너스홀딩은 KRR과 AEP가 50%씩 출자해서 세운 페이퍼컴퍼니였고, 이 실레너스홀딩의 100% 자회사가 오비맥주를 소유한 몰트홀딩이었다.

인수대금의 절반 이상을 차입금으로 마련한 KRR과 AEP는 몰트홀딩을 통해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빚을 조달했다. 지배구조는 ‘KKR-실레네스홀딩-몰트홀딩-오비맥주’로 정리됐다.

하지만 지난해 AB인베브가 KKR으로부터 다시 오비맥주를 사들이면서 오비맥주는 지난 1월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특별결의로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오비맥주는 합병안을 통해 몰트홀딩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승계하고 몰트홀딩 주주에게 합병신주 2201만1100주를 발행한 뒤 전량 무상소각을 거쳐 몰트홀딩의 해산 절차를 밟았다. 2013년 별도 기준 몰트홀딩의 자산은 775억원, 부채는 769억원이었다. 이로써 지배구조는 ‘AB인베브-오비맥주’로 단순화됐다.

하지만 KKR이 오비맥주 지분을 AB인베브에 넘기는 방식으로 매각한 게 아니라 몰트홀딩과 오비맥주를 병합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탈세 정황이 포착된 것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은 KKR 등의 지분매각 차익에 대해 소득세법의 20% 세율을 적용, 80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레네스홀딩의 소재지인 네덜란드와 정부가 맺은 조세조약 14조 4항에 따르면 주식의 양도로부터 발생하는 이득은 그 양도인이 거주자로 등록된 나라에서만 과세된다. 따라서 몰트홀딩의 100% 대주주인 실레네스홀딩은 이 조항을 적용해 국내 과세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어 국세청과 충돌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00억대 법인세 추징금 심판 근거 보강?
일각에서는 이미 KKR등이 몰트홀딩을 통해 납부한 1500억원대의 법인세에 대한 불복 절차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부과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국세청이 과세 근거를 보강하기 위해 추가 정황 포착을 목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국세청은 2013년 초 오비맥주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 과정에서 당시 오비맥주의 대주주였던 몰트홀딩이 2009년부터 3년간 7100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고도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해 11월 1557억원을 추징했다.

당시 국세청은 몰트홀딩이 사무실도 종업원도 없어 국내업체에 해당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라고 판단해 세금을 탈루한 것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세금을 부과했다.

국내기업으로 등록됐던 몰트홀딩은 법인세법 18조의 ‘(지주사가)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소득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에 근거해 7000억원이 넘는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을 3년간 한 푼도 내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몰트홀딩은 사업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득이 아예 발생하지 않아 법인세를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국세청은 조세회피목적이 있는 경우 원천지국의 실질과세원칙에 근거해야 한다며 1557억원의 배당소득세를 부과했다. 

▲ 한편 프레데리코 오비맥주 사장 등 대주주인 AB인베브 경영진들은 재인수 후 처음으로 맞게되는 세무조사라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뉴시스

◆무리한 부과 논란 잠재우기용?
하지만 당시 국세청의 세금 부과는 업계에서 ‘무리한 부과’라는 논란을 야기했다. 몰트홀딩 측은 현행법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며, 국부유출 논란을 겪은 론스타와 달리 배당금을 차입금 상환에 썼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아예 페이퍼컴퍼니를 조세회피지역에 세웠다.

당시 한 세무업계 관계자가 “국세청의 과세 근거는 현행법상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국세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세법을 해석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한 전문가는 “국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라고 당시 국내법인 설립을 유도해서 따랐는데 지금 와서 법 해석을 달리해 세금을 매기면 이중 정책을 쓴 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세법을 무리하게 적용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현행법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 셈이다.

KRR과 AEP가 오비맥주를 인수하면서 취한 방식은 차입금융 또는 차입매수(LBO·Leveraged Buy Out) 방식이다. 인수목적회사(SPC)로 기업을 인수하고, 인수기업의 배당금으로 이자를 갚고 그 동안 기업을 성장시켜 기업매각 차익을 노리는 방식을 의미한다. 해외는 물론 국내 사모펀드 또한 차입매수 방식으로 기업 사업을 운용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이 차입매수 방식의 정석과 같은 운용행태를 보여준다. 인수 후부터 과세 당시까지 3여 년간 KKR과 AEP는 7200억원에 달하는 오비맥주 배당금을 전액 국내 금융권에서 진 이자와 빚을 갚는 데 썼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가 올린 이익은 대부분 배당금으로 지급됐고 몰트홀딩은 이를 차입금 상환에 썼다.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몰트홀딩의 2010년말 총 차입금은 8219억원이었으나 2011년에는 4773억원으로 절반 정도 줄었다.

몰트홀딩 역시 “자회사 오비맥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차입 상환에 주력했다”며 “몰트홀딩의 지분 100%를 소유한 모회사 네덜란드 실레누스홀딩에 송금된 돈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오비맥주 측 역시 당시 모회사인 몰트홀딩이 차입 인수금융을 위해 한국에 설립한 명백한 ‘국내법인’인만큼 법인세법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정에 따라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에 세금을 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실레네스홀딩으로부터 배당금을 회수해 일단 세금을 내고 조세심판원에 불복심판을 제기했다.

이처럼 당시 국세청의 부과 방침에 대해 무리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일각에서는 세수 확보에 나선 박근혜 정부의 무리수라는 얘기까지 나왔던 만큼 국세청이 근거를 보완하기 위해 심층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세무업계에서는 법리적으로 붙었을때 KRR 측에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다수 제기되는 상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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