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구속 사유와 필요성 인정돼”

▲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이 탈세와 사기 회생,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뉴시스

‘베스띠벨리’, ‘씨(SI)’, 비키 등 패션의류 브랜드로 잘 알려진 여성복 패션명가 신원그룹의 박성철 회장이 30억원의 탈세와 회생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전날 30억원 가량의 양도세 및 증여세를 탈루하고 개인회생 과정에서 250억원의 개인 채무를 부당하게 면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성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앞서 박성철 회장은 자숙하는 취지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수집된 증거자료에 의해 소명되는 범죄 혐의의 내용과 성격,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박성철 회장은 1971년 직원 10명과 수공업 형태로 의류제조업을 시작하면서 삼도물산, 천지무역 등에 하도급 물량을 납품하다 1973년 신원통상으로 무역업을 등록해 신원그룹의 서막을 알렸다.

1984년 5000만 달러 의류를 수출했고 1987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뒤 1988년 상장했다. 1990년대 베스띠벨리 등으로 의류시장에 진출해 금융·레저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재계 30위권, 매출 2조원대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이 외환위기 이후 화근이 돼 1998년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99년 초 주력계열사인 ㈜신원과 신원제이엠씨·신원유통 등이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신원은 골프장과 전기회사 등을 매각하는 한편 구조조정으로 절반 이상의 직원을 퇴직시켰다. 2003년 워크아웃을 5년 만에 조기 졸업한 신원은 2000년대 후반부터 재도약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박성철 회장은 계속 대표이사를 맡았다.

하지만 워크아웃 당시 박성철 회장은 워크아웃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보유 지분 전량(16.77%)을 회사에 무상 증여하고도, 2001년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이하 티엔엠)을 만들어 주요 주주로 가족과 최측근을 앉히고 2003년부터 신원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 신원을 우회적으로 지배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가족 명의로 주식거래를 하고도 세금을 내지 않아 30여억 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티엔엠은 신원 지분 28.38%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광고 영화 및 비디오물 제작업체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전체 지분의 99%가 신원에 대한 지분으로 이뤄져 있고 지난해 매출은 4300만원에 불과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나 다름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티엔엠은 현재도 매출이 거의 없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티앤엠이 신원지엘에스, 신원네트웍스, 신원글로벌 등 1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신원그룹 측은 “티엔엠은 처음에 광고대행사로 세웠지만 곧 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 지분을 사들인 것”이며 “지주회사 격이다 보니 어떠한 영업행위가 없어 매출이 없는 것은 당연하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박성철 회장은 또 2008년 개인 파산, 2011년에는 개인 회생 절차를 각각 밟으면서 수백억원의 재산을 가족·지인 등의 명의로 숨기고 있으면서도 재산이 없는 것처럼 꾸며 법원을 속이고 개인 빚 250여억 원을 탕감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1980년부터 박성철 회장이 살아온 200평대 북아현동 단독주택은 2006년 강제 경매가 결정됐지만 신원이 낙찰받아 박성철 회장이 계속 거주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신원 측에서는 “사택 개념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해명한 상태지만, 검찰은 회사 명의로 낙찰 받은 집에 박성철 회장이 살고 있는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박성철 회장이 그룹 계열사 자금 100억원 안팎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파악하고 범행 경위와 정확한 횡령 액수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원그룹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 검찰과 입장이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자세한 것은 검찰에서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