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각 팀별 동의율 50% 할당” 주장

▲ 한국남부발전이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동의서 제출 압박’을 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뉴시스

한국남부발전이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각 팀별로 동의율 50% 이상을 받아낼 것을 할당하는 ‘동의서 제출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불법 강제도입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가 지난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확정한 후 이를 불법적으로 강제 도입하려는 시도가 남부발전을 통해서 처음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남부발전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간 직원들에게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를 받았고, 과반수가 넘는 동의(59%)를 받아냈다. 회사 내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발전산업노조 남부본부와 기업노조 남부발전노조가 설립돼 있음에도 사측이 직접 동의서 취합에 나선 까닭은 두 노조 모두 과반수 노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남부발전은) 노조를 모두 무시하고 개별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일방 강요했다”며 “동의서 서명방식도 법에서 정한 자발적 동의나 집단적 토론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별적 동의를 가장한 형식으로 부서별 설명회 개최 후 일정기간 동의서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 됐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과반수 동의를 받는 것이 합법인데, 남부발전은 직원들로부터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각 팀별로 동의율 50%를 할당해 실적을 강제하는 등 찬성 동의서를 제출할 것을 압박했다.

◆ 남부발전 간부 “이미 판 끝났다” 회유

노조가 수집한 녹취록에 따르면 남부발전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전기팀장은 동의서 취합 마감 하루 전날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를 왜 안 쓰냐. 오늘 퇴근 무렵 회사 전체 56% 과반수 (동의서를) 받았는데 우리팀은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본부장이 50% 이상을 받으라고 지시했는데, 이번에 찍히면 우리 팀에 조그만 사고가 나도 끝장날 것”이라면서 “‘노조가 방패막이가 돼 주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노무팀은 100% 나오고, 총괄팀은 1명인가 안하고 다 썼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판 끝났고, 살다보면 생각에 반해서 하는 경우도 많으니 내일 잘 생각해보라”고 동의서 제출을 회유했다.

또 같은 날 부산복합화력발전소의 김모 본부장은 정모 운영실장과 최모 노무차장을 대동하고 제어실에 두 차례 방문해 직원들에게 1시간 20분가량 동의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직장이 있기 때문에 내가 이때까지 가정을 꾸리고 애들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거고 회사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매일 사업소별로 임금피크제 동의서 결과 나오는데 우리 사업소 꼴지다. 동의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 반대 못한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서 (경영평가를 통해) 한 푼이라도 더 받자”고 구슬렸다.

▲ 노조 측은 남부발전 간부들이 직원들을 회유한 상황을 근거로 남부발전이 조직적으로 동의서 제출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뉴시스

◆ 남부발전 ‘조직적 압박’ 의혹

노조 측은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와 부산복합화력발전소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회유한 상황을 근거로 남부발전이 조직적으로 동의서 제출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간부들이 회사전체와 사업소별, 부서별 상황을 수치를 들어 얘기하고 있는데 이는 상황을 공유하면서 조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신인천복합화력 전기팀장이 밤에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자체가 해당 직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고 협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특히 신인천복합화력 전기팀장의 통화 녹취록에서 ‘본부장이 50% 이상을 받으라고 지시했는데’라고 언급된 부분을 들어 “상부로부터 분명한 지시가 있었음을 자백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부산화력본부장이 운영실장과 노무차장을 대동해 직접 같은 부서를 하루에 2번이나 방문한 것은 배우 이례적이고 거의 발악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남부발전의 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내라고 독려 문자를 보낸 이유에 대해 “동의서 압박 의도 전혀 없었고 일부러 비밀보장을 해주기 위해서 동의서를 모두 일괄 제출하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 “비밀보장 위해 동의서 독려” 주장

남부발전의 ‘동의서 제출 압박’ 정황에 대한 비난여론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조 측 주장을 모든 간부급 직원들에게 일반화 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날 남부발전의 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직원들에게 ‘열시까지 동의서 양식을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제출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동의서 압박을 가한다는 의도 전혀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부러 비밀보장을 해주기 위해서 동의서를 모두 일괄 제출하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부서의 직원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만 동의서를 내도록 하면 오히려 직원들 개인 의견에 대한 비밀보장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해 동의서 제출을 독려했다”며 “(동의서에) 서명을 하든 안 하든 관여하지 않을 테니까 내라고 했고, 그런 뒤에 취합해서 냈다”고 말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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