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일탈과 친박 돌격대 무모함, 정치를 뒷골목 수준으로 끌어냈다”

▲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해 누구보다 강한 여당 정치인이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에 대해 “야당을 분노케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강한 여당 정치인이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심상정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세 가지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지켜보며 개탄을 금치 못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유승민 개인에 대한 호불호와 지지 여부를 떠나, 합리적 상식이 깡그리 무시되는 현실에 대한 한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심 의원은 특히, “대통령의 일탈과 친박 돌격대의 무모함이 우리 정치를 뒷골목 수준으로 끌어내고 말았다. 참담한 일이다”며 “아무리 공천에 목숨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친박이 보여준 한 줌 부끄러움도 없는 저열한 처신은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였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심 의원은 또, 박근혜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교 평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심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행에서 뿜어 나오는 권력의 독기가 섬뜩하다”며 “권위주의 태내에서 태어나 구중심처에서 성장한 배경을 고려하면 그 이상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2004년 열린우리당 당시 김근태 전 의장과 ‘아파트 원가공개’ 정책을 놓고 계급장 떼고 논쟁에 나섰던 일화를 언급하며 “그로부터 몇 달 후 ‘계급장 떼고’ 달려든 김근태 의장은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었고, 내각을 떠나서는 집권당 대표가 되었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정한 민주주의자로서 품격을 보여준 분”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을 논할 때는 대등한 위치에서 탈권위주의적으로 상대방과 토론에 임했다. 이런 모습의 대통령은 우리 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할 것”이라고 거듭 높이 평가했다.

심 의원은 “보수진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격의 없는 언행을 두고 대통령답지 않는 화법을 구사한다며 공격했지만, 그 분이야말로 민주공화국에 걸 맞는 소통하는 리더십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한편, 심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심 의원은 이와 관련, “지금의 양당 독과점식 정치 체제가 종식되지 않고서는 국민 보다는 계파 줄서기에 급급한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정치개혁의 최대 관건은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의원의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세 가지 단상’ 글 전문>

어제, 유승민 원내대표 기자회견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며, 우리 정치에 대한 여러 상념이 떠올랐습니다. 그 단상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 일장춘몽이 된 개혁보수의 꿈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지켜보며 개탄을 금치 못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유승민 개인에 대한 호불호와 지지 여부를 떠나, 합리적 상식이 깡그리 무시되는 현실에 대한 한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일탈과 친박 돌격대의 무모함이 우리 정치를 뒷골목 수준으로 끌어내고 말았습니다. 참담한 일입니다.

아무리 공천에 목숨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친박이 보여준 한 줌 부끄러움도 없는 저열한 처신은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내가 선출된 공직자’라는 자각이 있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행태입니다.

어떤 이는 정부 여당의 정치적 자해행위가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어, 야당으로서는 호재가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얄팍한 정치적 계산은 우리 정치를 더욱 퇴행으로 몰고 갈 뿐입니다. 누가 더 나쁜 정치를 하는 지를 두고 서로 손가락질 하는 네거티브 경쟁은 거부해야 할 관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이상적이지 안느냐고 반문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생산적 정치의 가능성을 엿본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 3월, 저는 유승민 원내대표, 원혜영 의원과 함께 ‘한국사회의 진영주의 극복’을 주제로 중앙일보가 주최한 좌담회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유승민 대표는 보수주의자답게 ‘성장’의 가치를 말하고 저는 진보주의자로서 ‘복지(분배)’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논의를 이어갔지만 논리가 충돌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그는 놀라워하며 환영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면, 유승민 대표는 ‘시장만능주의’는 잘못된 것이라며 부자, 대기업이 좀 더 세금을 부담하는 사회를 말할 때 저는 매우 기뻤습니다. 또 원혜영 의원은 현행 승자독식 선거구제를 비판하는 제 주장에 흔쾌히 동의하며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공감해주었죠.

좌담에 참석한 모두는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습니다.

마침 좌담에 참석한 우리 셋은 원내 3당의 전 현직 원내대표들이었습니다. 세 명이 각 당을 대표해서 정치 협의에 나서는 것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할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따뜻한 믿음이 전해졌습니다.

그 좌담으로부터 몇 주 후,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이 나왔습니다. 그가 연설에 담은 메시지는 이미 좌담회에서 듣던 내용이었기에 나로선 놀랍다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 자격으로 개혁적 보수 노선을 천명했기에, 저는 그의 연설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 심정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러고 보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을 분노케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강한 여당 정치인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그 긴장이 계속될 수 있었다면 우리 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자양분이 되었을 것입니다.

■ 민주공화국 대통령의 품격

박근혜 대통령의 언행에서 뿜어 나오는 권력의 독기가 섬뜩합니다. 권위주의 태내에서 태어나 구중심처에서 성장한 배경을 고려하면 그 이상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대목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일화가 떠오릅니다. 지난 2004년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을 때, 김근태 의장은 ‘아파트 원가공개’를 주장하며 대통령과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고 나섰죠. 그 당시 원가공개 반대 입장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몇 달 후 ‘계급장 떼고’ 달려든 김근태 의장은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되었고, 내각을 떠나서는 집권당 대표가 되었습니다.

나는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에 대해서 많은 반대를 했었고, 민생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정한 민주주의자로서 품격을 보여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책을 논할 때는 대등한 위치에서 탈권위주의적으로 상대방과 토론에 임했죠. 이런 모습의 대통령은 우리 정치사에서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당시 보수진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격의 없는 언행을 두고 대통령답지 않는 화법을 구사한다며 공격했지만, 그 분이야말로 민주공화국에 걸 맞는 소통하는 리더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 정치 현실과 정의당

유승민 대표를 몰아내는 데 홍위병처럼 앞장섰던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모두 “수평적 당청관계”를 새누리당 당원들 앞에 공언했던 당사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안면몰수하며 몰염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요. 삼척동자들도 다 알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공천이 곧 당선이 보장되는 우리 정치 구조 때문이지요.

지금 당장 국민에게 어떤 욕을 먹더라도, 계파 보스에게 충성을 다할 수밖에 없는 구조, 바로 이 점이 우리 정당 문화가 수십 년째 지체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제1야당의 처지도 다를 바 없죠. 국민연금, 국회법 개정안 등 여당과의 합의가 번번이 번복당하는 판국에서도 당 내부 대결에 더 몰두하는 제1야당도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것은 매 한가지일 것입니다.

저는 이 분들이 선천적으로 정치인의 자질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훌륭한 뜻과 역량을 갖고 있더라도 양당에서 공천 받지 않으면 도루묵이 되는 현실에서는 생존의 논리가 본능일 테니까요.

그러나 지금의 양당 독과점식 정치 체제가 종식되지 않고서는 국민 보다는 계파 줄서기에 급급한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치개혁의 최대 관건은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것을 저는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

지난 재 보궐선거에서 국민들은 1번을 견제하기 위해 2번에게 표를 몰아주지 않았습니다. 야권 혁신없이 정권교체 가능치 않습니다. 각 당의 내부혁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야권혁신은 야권이 힘을 합쳐 승자독식선거제도 및 지역주의 정치 극복을 위한 정치제도개혁에 주도적으로 나설 때 신뢰가 배가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정의당이 당직 선거를 치루고 있습니다. 이미 선거과정에서 정의당은 더 크고 강해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대표에 출마하였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당 지도부의 권한과 역량을 믿고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마 출마한 모든 후보들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외부의 시선에서도 우리 정의당의 혁신된 모습이 포착되었나 봅니다. 필자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래 링크로 소개드립니다. 앞으로 기대를 갖고 지켜봐 주십시오. 우리 정의당, 국민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세상읽기]‘정의당 모형’의 개막(김윤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

[정동칼럼]하나의 꿈, 하나의 팀.(박상훈 | 정치발전소 학교장)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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