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의자는 잘못없다"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 '소유'의 문제만큼 복잡다단하며, 또 절실한 것도 없을 것이다. 소유로서 인간의 삶이 평가받는, 그리고 소유의 욕구로서 사회화의 욕구가 동시에 발생되는 이 비극의 순환고리는, 비단 자본주의 사회라는 이데올로기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인간이라면 모두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딜레마일텐데, 이런 고차적 의문에 대해 토로하고, 탐구하는 연극이 등장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연극 "의자는 잘못없다"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의자'이다. 의자를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욕구가 넘실대는 가운데, 그 욕구의 표상으로서 인식되는 의자는 이야기 중의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데, 이 에피소드들이 모두 나름의 상징체계를 지닌 채 여유롭게 재치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극적인 재미 또한 충만하다. 어느날 가구점 앞에 내놓은 의자를 보고 반한 남자, 강명규가 이를 구입하려 한다. 그러나 정작 의자를 만든 문선미는 이건 파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문선미의 아버지인 가구점 주인 문덕수는 이를 적당한 가격에 팔고 싶어한다. 문선미가 없는 사이를 틈타 강명규는 문덕수에게 삼 십 만원을 제안하고 계약은 성립된다. 그러나 그 다음날, 송강명규의 연인은 지애는 의자 하나에 삼십 만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이에 항의하지만, 문선미는 차라리 그냥 주었으면 주었지 돈을 받고 팔 수는 없다고 말하고, 문덕수는 여전히 공짜로는 절대 안된다고 한다. 이렇듯 복잡하면서도 리듬감이 부여된 복합적 스토리텔링 구조를 지닌 연극 "의자는 잘못없다". 한번쯤 우리 사회의, 아니 인간 근원의 '소유'에 관한 딜레마를 생각해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이 연극은 무엇보다 깊이있고 가치있는 실험의 장을 열어줄 것이다. (장소: 예술극장 나무와물, 일시: 2004.02.1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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