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딸기가 좋아’, 실적 견인차인가 꼼수인가

▲ 공정거래위원회가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지난 7일부터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판단하고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뉴시스

하이트진로그룹의 박문덕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경영혁신을 통해 실적 개선을 꾀한다는 의미의 ‘턴어라운드’를 강조했지만, 실제 그룹 내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지난 7일부터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공정위는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하이트진로 본사와 서초동에 있는 하이트진로 계열사 서영이앤티에 조사관을 파견하고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판단하고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의 비상장 계열사인 서영이앤티는 오너일가 지분이 99.94%에 달하는 곳으로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걸리는 곳이다. 특히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전무가 지분 58.4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그간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와 진로소주 등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에 치중한 매출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서영이앤티의 2011년 매출 902억원 중 96%에 해당하는 868억원을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였고, 다음해 역시 매출 1118억원 중 97% 수준인 1086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이후 2013년 매출 873억원 중 내부거래액이 24.5%(204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었지만 공정위의 제재기준 보다 낮춰지지는 않았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2월1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뒤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법률에 따르면 자산 규모가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오너 일가가 상장 계열사 30%, 비상장 계열사 2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만약 그 기업에서 매출의 12% 이상 또는 2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를 하면 공정위 제제를 받게 된다.

◆ 뜬금없이 키즈사업?…꼼수논란

하이트진로는 서영이앤티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키즈카페와 캐릭터 사업을 주력으로 내세운 ‘딸기가 좋아’라는 신사업 키를 빼들었다. 이는 서영이앤티가 맥주 냉각기 제조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면서 그간 하이트진로와 진로소주로부터 일감을 받아왔지만, 향후 신규 사업을 통해 숨통을 트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딸기가 좋아’ 사업은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경영관리 전무가 서영이앤티의 최대주주로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3세 경영’을 앞두고 박 전문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많았다. 서영이앤티는 2013년 4월 ‘딸기가 좋아’를 인수한 이후 지점을 14개로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려나갔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영이앤티가 뜬금없이 키즈사업에 진출한 것을 두고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 3세경영 가시화…경영주자는 누구?

한편, 지난해 3월 박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하이트진로의 3세대 경영주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재까지는 박 회장의 장남인 박 전무가 아버지를 이어 경영일선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산 승계율 기준 차남인 박재홍 씨의 경우 9.3%에 불과한데 반해 박 전무는 이보다 3배가량 높은 25.2%다.

또한 박 전무가 지분 58.44%를 가지고 있는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2대주주인 점을 감안할 때 박 전무 필두의 승계설에 힘이 실린다.

다만, 박 회장 본인이 경영일선에 나설 당시 ‘차남 승계’로 주목을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둘째 아들인 재홍씨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재홍씨는 형보다 3년 앞선 2009년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다. 당시 일본으로 건너간 재홍씨는 하이트진로그룹의 일본법인 진로주식회사 상품개발팀 사원으로 입사해 현장 경험을 쌓고 현재 상품개발팀 상무로 일하고 있다. 이는 입사 후 영업 현장에서 업무를 익혔던 아버지 박 회장의 전철을 밟고 있는 모습니다.

장남 태영씨는 서영이앤티 지분 58%, 차남 재홍씨는 서영이앤티 지분 22%를 가지고 있고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 27.66%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아버지 박 회장(29.49%)이다.

◆ 업계 2위 지킬 수 있나

박 회장이 물러나면서 곧 3세경영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류업계 2위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4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업계 3위인 롯데칠성음료에 따라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자공시된 하이트진로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8723억, 937억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과 비교해 매출은 75%(8059억원)올랐지만 오히려 영업이익은 27%(351억) 떨어진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률은 4년 사이 7.1%p 하락한 5%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기준 지난해 주류업계 순위는 ‘OB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였지만, 올해에도 하이트진로가 2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롯데칠성음료가 충주공장 증설을 완료하고 올해 3월부터 맥주제품을 내놓으며 지난해 맥주 생산량의 두 배 수준인 10만㎘를 생산할 것을 예고하면서, 하이트진로의 입지가 더욱 위태롭다.

최근에는 맥주 사업 부진으로 인해 하이트진로의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지난달 29일 한국신용평가는 하이트진로홀딩스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A2’로 하향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신제품 시장 정착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맥주가 호응을 얻고 있어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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