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관록은 현대건설, 관행·승계는 현대ENG?…흥미진진

 

▲ 현대차그룹의 신사옥이 들어설 한전부지 개발의 주간사가 내부에서 선정되는 것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그룹을 대표하는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새롭게 떠오르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집안 싸움이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서울시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10조원을 들여 매입한 서울 삼성동 구 한국전력 부지에 높이 571m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하는 개발안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그룹 내 대표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집안 싸움’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 한전부지 개발과 관련,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통한 서울 도시 경쟁력 강화’를 사업 목적으로 제시한 ‘한전부지 개발구상 및 사전협상 제안서’를 제출하고 사전협상을 효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제안서에 따르면 오는 202년 연면적 96만㎡ 규모의 삼성동 한전부지에 115층, 571m 높이의 GBC와 전시컨벤션센터·호텔 등으로 쓰일 62층 건물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초고층 빌딩을 통합신사옥, 전시컨벤션센터, 공연장, 숙박·판매·업무시설, 전망대 등으로 활용해 기존에 없는 비즈니스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GBC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지대하다. 높이 115층은 제2롯데월드타워의 123층보다 낮지만, 571m라는 높이는 제2롯데월드타워의 555m보다 16m 더 높다. 건립되면 국내 최고층 빌딩 타이틀을 차지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초고층빌딩 상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서울시에 제시한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은 아직 협상중이라 더 증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 정도 규모만으로도 막대한 고용 및 내수 유발 효과가 예상된다. 아울러 공사비만해도 3조원 이상에서 많게는 4조원대까지 예상된다.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의 공사비가 2조2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해보면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는 공사다.

현대차그룹은 개발 과정에서 약 262조6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32만400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완공 이후 GBC를 찾는 방문객 수가 연간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국내 시공능력평가 수위권을 다투고 있는 현대건설은 그간 국내외에서 수주한 초고층 빌딩 및 업무시설 수주 경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현재 TF를 주도하는 것도 현대건설 임원진이라는 점도 현대건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현대건설, 실적면에서 압도적 우위
자연스럽게 어떤 회사가 이 같은 초대형 규모의 개발을 주도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그룹에는 건설의 종가로 불리는 현대건설과 기존 그룹 공사를 도맡아 오던 현대엠코를 떠안은 현대엔지니어링 등 두 개의 건설사가 있어 어느 건설사가 주간사가 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앞서고 있는 곳은 아무래도 현대건설로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아성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범현대가에서는 물론이고 국내 시공능력평가에서도 삼성물산과 1, 2위를 다투는 대표적인 건설사인 현대건설은 초고층 빌딩 등의 경험도 풍부하다는 점에서 최우선적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대건설의 해외 주요 빌딩·업무시설 개발만 해도 베트남 BITEXCO 파이낸셜 타워, Specialist 호텔, 싱가포르선텍시티 등 상당수다. 현대건설은 국내에서도 킨텍스 전시장, 여의도 전경련 회관, 부산 국제금융센터, 부산 BEXCO, ASEM 컨벤션센터 등 굵직한 빌딩·업무시설들을 수주, 화려한 경험을 자랑한다.

현재까지 그룹 내에서 돌아가는 모양새 역시 정몽구 회장이 현대건설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전부지 개발과 관련해 건물 설계 및 계발 계획 등을 총괄하는 태스크포스(TF) 자체가 현대건설 본사에 있고 현재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TF 추진단장 역시 김인수 현대건설 건축사업본부장이고 현대건설은 차승룡 상무, 조근훈 상무, 박종필 부장 등 부장급 이상 총 5~6명을 TF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종합설계 등 계열서에서 1명씩 파견됐다.

이 가운데 지난 1월 정몽구 회장은 현대건설 본사를 찾아 TF를 이끄는 정수현 사장 등으로부터 한전부지 개발사업 진행 사항 등을 보고받기도 해 대외적으로 개발 계획을 이끌고 있는 곳이 현대건설임을 알리기도 했다. 현대건설 본사에는 정몽구 회장의 집무실이 있지만 이 곳을 찾는 것은 일 년에 한두 차례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현대건설의 그룹 내 위상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낙찰받자마자 주식시장에서 현대차 주가는 고가 인수에 대한 우려로 내려간 반면, 현대건설 주가는 즉시 뛰어오르기도 했다.

현대건설이 그룹을 대표하는 건설사라는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현대건설에 주간사를 맡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2009년부터 수 년째 지키던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지난해 삼성물산에 내줬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액(토목건축) 13조1208억원를 기록, 현대건설(12조5666억원)보다 5500억원 가량 앞섰다.

이에 가뜩이나 힐스테이트 브랜드 가치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주문을 그룹 고위층에서 잇따라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1위 탈환을 위한 방편으로 그룹이 한전부지 개발을 현대건설에 맡길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물산 역시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에 395만㎡ 규모로 짓는 고덕산업단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에 한전부지 개발에서 현대건설이 탈락한다면 당분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고덕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과거부터 현대엠코가 그룹 내 건설 물량을 도맡아 왔다는 점에서 우위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구도와 관련해서도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가야 하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한전부지 개발을 현대엔지니어링에 몰아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그룹 공사 또 맡을까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에 비해 조용한 행보를 보이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그룹 공사를 맡아온 경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공 플랜트, 발전, 인프라 등에서 경험과 기술을 쌓아온 현대엔지니어링은 그간 그룹 공사를 전담해 온 현대엠코를 떠안았다. 현대엠코는 토목, 건축, 주택, 산업플랜트 분야가 주력이었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를 떠안으면서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그룹 내에서 현대건설의 아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은 5조283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영업이익은 3788억원으로 현대건설의 9589억원의 3분의 1 수준을 뛰어넘었다.

특히 현대건설과 공유키로 한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내세운 주택 사업이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해외 수주액이 크게 늘면서 영업이익률 면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7.2%)이 현대건설(5.5%)를 앞서는 파란을 연출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현대차그룹의 ‘신데렐라’로 강력히 부상하는 중이다.

여기에 현대엠코는 그간 현대·기아차 양재사옥,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등 그룹의 굵직한 공사를 독식해 이를 발판으로 성장해 왔다. 애초에 2002년 현대엠코 설립 목적 자체가 자동차·제철공장 등 그룹 공사를 맡기기 위해서였다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현대엠코를 떠안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초고층 빌딩의 경험이 전무함에도 그룹 공사라는 차원에서 역시 한전부지 개발을 맡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 5조2834억원 중 20.2%인 1조682억원이 현대차, 현대제철,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그룹 공사다.

반면 지난해 현대건설은 이에 비해 그룹 공사 비중이 1704억원으로 매출의 0.6%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713억원), 현대제철(482억원), 현대모비스(102억원), 현대서산농장(53억원)이 주요 매출이다. 기아차 등 나머지 계열사와 거래는 대부분 1억원을 밑돈다.

◆승계 구도 전망도 현대엔지어링에 한 표
더욱이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승계 구도와 관련해서도 현대건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로 이어져 있는데,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1.74%)를 제외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대신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와 현대엔지니어링 11.72%, 이노션 10%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승계 자금을 마련하는 창구가 필요한 상황인 정의선 부회장의 자금 마련 방편으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하거나 현대건설과 합병하는 등 몸집을 키워 배당 및 지분 매각하는 방안이 주로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유력히 거론됐지만 지난 2월 블록딜 이슈가 불거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이 방안은 당분간 폐기된 상태다.

따라서 정의선 부회장이 승계 자금을 최대한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 가치를 키우는 데에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장외시장의 ‘황제주’로 등극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만 따질 경우 1조원이 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생긴 7400억원 정도도 있고,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의 현재 가치만 해도 천문학적인 액수지만 승계에는 아직 모자란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엔지니어링에 한전부지 개발을 맡기는 것만큼 기업 가치 증대에 확실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연내 승계 구도가 가시화될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밖에 한전부지 이전에 세워졌던 현대차그룹의 뚝섬 본사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곳이 현대엔지니어링 품에 안긴 현대엠코가 진행했던 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요소 중 하나다.

다만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일제히 그룹 차원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성향을 봤을 때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조만간 참여해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과 그래도 현대건설이 여전히 우위를 이어 나갈 것이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상태다.

팽팽한 전망 속에서 일각에서는 사업 특성상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분을 나눠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개발은 2017년 상반기 착공될 예정이다. 완공 예상 시기는 2020년에서 2021년 1월 정도로 현대차그룹은 내년 초 시공사를 선정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삼성동에 들어서는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는 내년 초 시공사를 선정하고 연말쯤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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