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고고비치"

'서퍼'들의 세계란, 적어도 서핑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만한 '국지적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기만 한 것이 사실. 이번에 공연되는 "고고비치"는 바로 이 서퍼들의 세계를 흥겹고 경쾌한 무드 속에서 되살려낸 작품으로서, 세계 뮤지컬계의 총아로 불리우는 존 윔즈 주니어, 마이클 셰이엡, 브렌트 로드가 창조해낸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이 그 원작이다. 1960년대 고고비치라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해변파티를 배경으로, 젊은 서퍼들의 꿈과 사랑을 담뿍 담아낸 이 작품은, 근래에 미국에서 유행하던 노스탤지어의 향취를 그린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며, 여기에 60년대 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까지도 곁들여낸 작품으로서, 1960년대를 살아온 이들은 물론 10대, 20대의 젊은층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낸 바 있다. 이번 국내 초연에는 세간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토요일밤의 열기"의 토니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건형과 "오페라의 유령", "그리스" 등 수많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히로인을 맡은 김소현이 출연하여 세계적 히트뮤지컬의 국내초연다운 면모를 보여주며, 독특한 이미지로 많은 팬층을 지닌 가수 이소은이 뮤지컬에 첫도전하여, 뮤지컬 팬들 뿐 아니라 대중가요 팬들까지도 흡수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킨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을 맡았던 김장섭이 이번 공연에서는 '연출'을 맡아 그간의 노하우를 최대치로 발휘할 예정이라는 점. 아직 여름이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만, 해변가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기를 담아낸 "고고비치"를 통해 누구보다 먼저 여름의 기분을 만끽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듯. (장소: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일시: 2004.03.0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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