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차익 두고 금융당국 “형평성 맞지 않아”

▲ 한국거래소의 기업공개(IPO)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차익을 두고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 증권사들과 금융당국 간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한국거래소의 기업공개(IPO)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상장차익을 두고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 증권사들과 금융당국 간의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장차익을 기존 주주가 전부 가져가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내 증권사는 NH투자증권(7.45%) 한화투자증권(5.00%) 유안타증권(3.46%) KB증권(3.29%) KDB대우증권(3.23%)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단기적으로 각 증권사가 보유한 거래소 지분가치가 현실화됐을 때 상장차익을 가장 크게 누릴 곳은 NH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라며 “지분가치 덕분에 자기자본이 증가하고 레버리지 비율이 떨어지면 내년부터 적용될 증권사 레버리지 규제를 쉽게 피해가 영업상 담보 제공 등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차익이 얼마나 공익재단 설립 등에 쓰일지는 미정”이라며 “그러나 상장된 글로벌 거래소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4.4배로 상당히 높은 만큼, 현재 증권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PBR 1.3배에 비해 장부가치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현재 가치는 약 2조 9190억원으로 상장할 경우 2배 이상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즉 그만큼 증권사에게 돌아오는 이익도 크다는 얘기다.

거래소 상장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다. 거래소 지분율이 7.45%로 가장 높아 상장 시 3346억원의 주가 이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의 거래소 최초 납입금은 74억 5000만원으로 상장 차익만 3000억원 이상 거둘 수 있다. 다음으로 한화증권이 2246억원, 유안타증권은 1554억원, KB투자증권이 1478억원 등 대부분 증권사가 1000억원 이상 이득을 본다.

당장 금융당국은 상장 차익의 일부는 그동안 거래소가 독점이익에 따라 쌓인 것이므로 기존 주주가 전부 가져가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 김학수 자본시장국장은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주주들의 상장 차익의 일부는 그동안 독점적 이익이 누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상장 차익 전부를 기존 주주가 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거래소 상장차익 환원에 대한 주주들의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 "과거에도 거래소 상장 문제가 정부에서 심도 있게 논의된 적 있고, 정부 내에서도 검토했던 적 있다"며 "당시에도 주주가 전부 차익을 가져가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결론난 바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주주들에게 상장차익 환수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상 상장시 금융위의 승인을 얻도록 돼 있는 만큼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이 주주들과의 협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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