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소송 제기 가능성…17일 주총에도 관심집중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1차전에서 삼성이 승리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완벽한 삼성의 승리로 점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1차전에서 삼성이 승리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를 완벽한 삼성의 승리로 점치기에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등은 엘리엇이 추가 소송을 제기해 삼성물산과의 법률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 달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 측이 벌이고 있는 ‘위임장 경쟁’ 역시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는 1일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주가에 따라 산정된 것"이라며 "산정기준 주가가 부정행위로 형성됐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상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 경영진이 주주 이익과 관계없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 즉 제일모직 및 그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됐고 제일모직 주가는 고평가됐다며 합병의 시기를 문제 삼은 것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가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주가 역시 시시각각 변동하는 것"이라고 봤다.

또 법원은 엘리엇이 제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적정주가에 대해 "공개시장에서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는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8∼9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서도 "회사 보유자산은 주가 형성 요소 중 하나의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합병이 공시된 직후 삼성물산 주가가 상당히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합병이 삼성물산과 주주에게 손해만 주고, 제일모직과 주주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합병이 정당하고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원활하게 합병을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법원의 결정에 실망했으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안이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삼성물산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엘리엇은 앞으로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안이 성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모든 삼성물산 주주도 동일한 선택을 할 것을 강력하게 권유한다”라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엘리엇, 추가 법정 공방 촉발?

초점은 이제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재판으로 모인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관계인 KCC에 매각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엘리엇이 신청한 ‘자사주 매각금지’에 대한 결정은 이달 17일 전까지 내릴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재판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엘리엇이 이 사안에 대해 보다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실제로 엘리엇은 입장 발표를 통해 "법원이 자사주를 KCC에게 부적절한 방식으로 매각한 것이 불법적이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다"며 "삼성물산의 그러한 행위가 불법적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법조계 등에서는 앞으로 삼성과 엘리엇의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추가 소송을 제기해 성물산과의 법률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로 엘리엇은 소송전 끝 수익을 극대화한 경험을 다수 갖고 있다.

엘리엇은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 디폴트에도 관여했다. 아르헨티나는 1000억 달러의 디폴트 선언 후 국제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을 합의, 채무의 71~75%를 탕감해주는 합의안에 채권단 다수가 참여했으나 엘리엇은 합의에 불응했다. 이어 타 해지펀드 한곳과 함께 미 법원에 소송, 액면가 13억 3000만 달러의 국채를 4800만 달러의 헐값에 사들인 뒤 소송에서는 액면가 전액 상환을 요구했다. 미국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며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도 전액 상황을 하게 되면서, 결국 아르헨티나는 기술적 디폴트에 빠졌다.

또한 2003년 엘리엇은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며 제시한 우선주 가치가 부당하다며 저지에 나서, 독일 2대 펀드인 Deka investment와 손을 잡고 법적 분쟁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데도 성공했다.

이후 엘리엇은 2005년에도 미국 유통업체 샵코를 한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는 거래에 반대해 자신들의 샵코 지분 가격을 주당 24달러에서 29달러로 올려서 받아냈다.

2006년에는 인력 컨설팅업체 아데코가 독일기업 DIS를 인수해 비상장사로 만들려는 계획에 맞선 끝에 지분 가격을 주당 54.5유로에서 113유로로 끌어올린 바 있다.

◆이어질 위임장 경쟁

아울러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17일 예정대로 개최되는 만큼, ‘위임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삼성물산과 엘리엇은 각각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공시를 내고 위임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주총 참석률을 70%로 가정하면 삼성물산 총 주식 수의 47%를 확보해야 합병이 성사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변수가 불거졌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권유한 위임장에서 의결권을 대리할 대리인들의 이름을 무단 도용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

안진회계법인에 따르면 엘리엇은 안진회계법인의 회계사 2명을 삼성물산 주총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 용지와 참고 서류에 대리인으로 기재했으며, 이런 내용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안진회계법인은 "엘리엇이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면서 보낸 위임장에 딜로이트 안진의 시니어 회계사 2인을 허위 기재했다"며 "허위 기재한 위임장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안진회계법인은 "엘리엇이 이들을 대리인으로 위임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안진회계법인이 삼성물산에 대해 자문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름이 허위 기재된 회계사 2명도 엘리엇을 자본시장법 위반(허위공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하고 금감원에 허위공시를 알리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안진회계법인은 전했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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