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보습제품 두고 갑론을박…상장 행보까지 영향 우려

▲ 상장을 일주일여 남겨두고 있는 토니모리가 최근 출시한 대나무 수딩젤 제품을 두고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토니모리가 5월 23일 출시한 제품(왼쪽)과 더샘이 5월 19일 출시한 제품(오른쪽). ⓒ각사 홈페이지

글로벌 코스메틱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중저가 화장품업체 토니모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또 다시 ‘베끼기’ 논란에 휩싸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토니모리가 지난 5월 말 출시한 ‘순수에코 대나무 시원한 물 수딩젤’이 그보다 앞선 1주 전 더샘이 출시한 ‘프레쉬 뱀부(대나무)’와 주요 성분, 용기 디자인, 가격 등의 면에서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제품은 대나무 모양의 용기로 출시됐으며, 대나무수(水)를 차용한 점도 유사하다.

먼저 상품을 출시한 것은 더샘이다. 더샘은 지난 5월 19일 “세계적 희소성을 지닌 강릉 지역에서 자라난 오죽 추출물을 정제수 대신 100% 함유했다”면서 흡사 진짜 대나무와 같은 모양의 용기의 디자인을 갖춘 보습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직후부터 주요 뷰티 커뮤니티와 블로거들의 호평을 받으며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고, 더샘은 추가 라인 확장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월 23일 토니모리가 ‘대나무 수딩젤’을 출시하고 이 제품이 인기몰이에 나서면서 점차 베끼기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토니모리는 대나무의 대표적인 산지인 담양의 대나무수 99%를 함유시키고 마찬가지로 대나무 모양 용기를 채택했다. 토니모리의 ‘대나무 수딩젤’은 출시 10일 만에 누적 판매량 4만개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제품 모두 대나무수를 담았고 대나무를 본 딴 용기로 디자인됐으며 색깔 등 작은 부분까지도 매우 흡사한 점 등이 표절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마저도 유사하다. 더샘이 출시한 ‘프레쉬 뱀부’의 가격은 6000원이었고, 1주일 뒤 토니모리는 이보다 200원 낮은 5800원에 출시했다. 양사는 6월동안 신제품 출시 기념으로 가격을 할인했는데, 공교롭게도 양 제품 모두 할인가가 4000원으로 책정되기도 했다.

◆더샘·토니모리 “예전부터 준비하던 것” 한 목소리
일단 출시가 더 빨랐던 더샘 측의 반응은 차분하다. 더샘의 한 관계자는 “유사하다는 논란을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면서 “양사의 제품에서 유사점을 느끼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대응이나 입장을 표명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샘은 한국화장품의 자회사다.

다만 상품 출시 과정에 대한 설명은 이어졌다. 더샘은 “우리는 지난해에서 올해 초부터 대나무 수딩젤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면서 “최근 용기를 통해 성분을 보여주는 방식은 하나의 트렌드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제품의 디자인권 특허 출원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표절 의혹을 받은 토니모리는 적극 해명에 나섰다. 토니모리 측은 “한 발 늦게 출시한 것은 맞지만 카피했다기에는 시기가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서 “이미 우리도 1년 전부터 이 제품에 대한 구상을 해 왔다”고 해명했다. 토니모리 측은 “이 같은 디자인 공법은 최소한 수 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용기 디자인에 대해서도 “대나무 성분이 메인이기 때문에 대나무 모양의 용기에 대해서는 누구나 (대나무 제품으로부터 대나무 모양의 용기를) 떠올릴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토니모리의 베스트셀러 제품 모두 성분과 관련한 모양이며, 이는 토니모리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토니모리 측은 “이번 신제품 역시 특허등록 신청을 마친 상태”라고 덧붙였다.

또한 제품 콘셉트에 관해서도 토니모리 측은 “다른 업체(더페이스샵)에서도 대나무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미투제품 의혹을 부인했다. 더페이스샵은 지난 4월 19일 신선한 담양 대나무 수딩젤을 출시했고 듀이트리는 5월 14일 대나무 97% 수딩젤을 내놨다. 스킨푸드와 네이처리퍼블릭에도 대나무 젤 상품이 출시돼 있다.

오히려 토니모리 측은 자사 보안을 강화하는 등 자사의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한 발 앞선 경쟁사 제품 출시에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최근 “보안에 더 신경을 쓰라”며 내부 단속에 나선것으로 알려졌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제품하나를 만들기까지 거치는 수많은 협력업체들에게도 제품 보안을 당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양사는 저마다 예전부터 제품 출시를 기획했다며 표절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토니모리가 과거에도 몇 차례 베끼기 논란에 휘말렸던 전력이 재조명되면서 세간의 시선이 따가운 상황이다. 사진은 네이처리퍼블릭이 출시해 인기를 끌었던 핸드크림(왼쪽)과 토니모리가 3개월 뒤에 출시한 핸드크림 제품(오른쪽). ⓒ각사 홈페이지

◆토니모리, 과거 베끼기 논란까지 재조명
문제는 토니모리의 ‘베끼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양 제품이 유사하다는 의혹을 보내면서 과거에도 몇 차례 불거졌던 토니모리의 ‘따라하기’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토니모리는 ‘이하늬 크림’으로 불리며 마유크림 붐을 몰고 온 클레어스의 ‘게리쏭 마유크림’이 자사의 ‘프리미엄 알렉스 홀스유 크림’과 디자인과 색상이 크게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토니모리의 ‘립 마스터’는 메가톤급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 립스틱으로 잘 알려졌던 입생로랑의 누드틴트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제품은 아리따움이 ‘월드그램 코팅틴트를’, 더페이스샵이 ‘핑거글로스’를 내놓으면서 수 많은 미투 제품을 양산했다.

또한 토니모리의 ‘자연그린 핸드크림’은 중위권을 두고 다투는 경쟁사 네이처리퍼블릭의 ‘핸드 앤 네이처 핸드크림’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핸드 앤 네이처 핸드크림’은 파워블로거들이 꼽은 핸드크림 테스트에서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50만개를 돌파, 3초만에 1개 꼴로 판매되는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3개월 뒤 나온 토니모리의 자연그린 핸드크림은 ‘핸드 앤 네이처 핸드크림’이 열매와 꽃, 나무 등 자연을 그려낸 일러스트 패키지 방식을 채택한 것을 그대로 따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12종 중 로터스, 가드니아 , 밀크를 제외한 나머지 상품군은 ‘핸드 앤 네이처 핸드크림’과 대부분 겹쳐 논란을 빚기도 했다.

토니모리의 베스트셀러인 ‘쉬머러버’는 바비브라운의 ‘쉬머브릭’과 케이스·디자인이 거의 유사해 의혹을 받기도 했다.

◆상장 D-8…나비효과 될까 노심초사
실상 화장품 업계의 베끼기 관행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건도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별 탈 없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토니모리가 현재 상장이 코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기업 가치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행보를 걷고 있는 와중에 자꾸 표절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일 토니모리는 중국에 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2006년 설립된 중저가 브랜드숍 토니모리는 2일 공모 청약을 마쳤고 오는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현재 20개국에서 18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 56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052억원까지 늘었다.

배해동 토니모리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성공적인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 자금으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직접 중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200억원은 직영 매장을 확대해 나가는 데에 사용하고 100억원은 상하이 생산 공장 설립에 투자할 예정이다. 제2공장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

밝은 전망 덕에 지난달 24~25일 실시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는 531개 기관이 참여해 무려 44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한 수요예측에 참가한 기관 72.5% 이상이 희망공모가 밴드(2만6400~3만200원) 최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공모가는 3만2000원으로 확정됐다.

당초 기업공개 일자가 다가오는 와중에 메르스발 악재가 터지면서 기업공개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메르스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화장품 업종 주가가 전체적으로 반등하고 있는 추세다. 예상 외의 흥행은 이 같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한 때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나섰던 미샤가 결국 미투 제품의 범람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은 토니모리도 곱씹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브랜드들이 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추가 공략을 공식 선언한 토니모리 역시 잇따른 표절 논란에 휘말릴 경우 높은 중국 의존도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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