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노조 “현장의 목소리 반영하지 않았다” 반대 목소리

▲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원회의 거래소 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에 맞춰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자체 경쟁력 강화 전략을 내놨다. 이를 두고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경쟁력 강화 방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거래소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2일 정기국회에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기업공개(IPO)하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역시 시장서비스를 대가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체 경쟁력 강화 전략을 내놓았다.

거래소는 '경쟁과 혁신으로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아시아 금융허브'를 목표로 ▲수요자 중심 서비스 강화 ▲시장간 경쟁체계 확립 ▲글로벌 경쟁력 제고 ▲경영시스템 혁신 등 4대 방향과 12개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정부가 발표한 방안을 적극 지지하고,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각계 전문가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거래소 임직원들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감을 절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주회사는 경영관리, 자회사는 사업기능으로 경영을 전문화하겠다"며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중복기능을 최소화해 비용 증가요인을 제거하고, 조직구조를 슬림화해 효율적인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독점 거래소 이미지에서 탈피해 시장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기업으로 환골탈태하겠다"며 "시장간 경쟁과 끊임없는 혁신으로 벤처·모험자본시장을 육성하고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향후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글로벌 M&A, 조인트 벤처 설립 그리고 지분교환을 통한 글로벌 거래소 네트워크에 참여하겠다"면서 "IPO 이전 단계인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자회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등 경영시스템을 확 바꾸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장 정부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지주회사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조속히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후 지주회사 전환과 IPO를 본격 추진해 체제개편 작업이 빠르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거래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거래소 ‘환골탈태’

거래소는 우선 서비스 강화를 위해 창업·벤처기업 성장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창업에서 상장에 이르기까지 기업성장 주기에 따라 토탈 자금조달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창업 초기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위해 성장성 중심으로 상장제도 재설계하고 모험자본 회수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 기업 매도·매수자 발굴, 인수합병(M&A) 정보제공 등 M&A 중개기능을 수행키로 했다.

시장간 경쟁체계 확립을 위해 코스피 아시아 우량기업의 동시상장 또는 주식예탁증서(DR) 상장을 우선 추진하고 이를 점차 글로벌 기업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외국인투자 제약요인을 해소,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외국인 선호종목을 적극 확대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증시 저평가 해소 및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코스닥에서는 기술주 시장의 특성을 강화한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및 사적시장(Private Market)과 연계해 초기 모험자본 조달을 적극 지원한다. 이를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코넥스시장의 질적 심사를 완화해 코스닥까지 이어지는 모험자본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글로벌 M&A 등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기업공개(IPO) 조달자금으로 글로벌 M&A(ATS, IDB 등), 조인트벤처를 추진하고 지분교환을 통해 글로벌 거래소 네트워크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밖에 글로벌 합동 IR 정례 개최, 싱가폴 등 금융중심지에 해외사무소 설치, 중국시장 진출 사업아이템 발굴 등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밖에 마켓메이커 제도 도입, 국채·외환 파생상품에 대한 전문투자자(은행 등)의 직접거래 참여 허용, ELS 장내화, 해외 ETF 직접상장 등 상장증권상품 확대, 채권 전문투자자시장 개설, 해상운임지수선물(부산금융중심지 연계추진) 등 다양한 신상품 상장을 추진하고 해외 거래소 등과 국제협력·연계거래를 추진하는 한편 자회사 경영자율성 강화 및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조직운용을 효율화하기로 했다.

◆내부 갈등 격화

한편,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이번 금융위원회의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일 한국거래소 노조 측은 "민간에 대한 자율성을 확대한다면서 옥상옥의 지주회사제를 도입해 조직이 비대화될 것이고 비효율성도 커질 것"이라며 "장외시장을 활성화한다면서 장내시장 운영 주최인 거래소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스닥 분리와 관련해서는 "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된 개별 주식선물, 상장채권 매매는 코스피시장에서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해묵은 탁상공론의 재탕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거래소 IPO의 선결과제로 제시한 '증권ㆍ선물회사의 상장차익 중 독점이윤의 강제 출연'에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거래소 노조는 "(코스피와 코스닥)통합이후 정부의 강압으로 65%에 가까운 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상황에서 과연 독점이윤이 남아 있는지조차도 불명확하다"며 "금융위원회에서는 2007년 당시 주주가 공익기금 출연에 합의하여 문제가 없다고 하나, 자본시장법 시행이후 증권․선물업계의 합종연횡으로 합의한 주체가 변경되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증권ㆍ선물회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발표되었고 결과적으로 금번 금융위의 지주회사 전환과 거래소 IPO 추진방안은 제대로된 의견수렴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된 것이다"며 "거래소의 경쟁력 강화와 지배구조 개편은 애시당초 인과관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노조 집행부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개편안에 대한 반대 기류를 표출하고 있다.

한 직원은 "정부가 지난 2005년 자본시장의 선진화와 효율화를 위해 거래소를 통합할 당시 지주회사제는 비효율성의 문제로 검토 대상에서 빠졌었다"며 "정부 주도로 거래소의 체제가 너무 쉽게 흔들리면 자본시장 발전도 요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직원은 "이번 사안에 대한 거래소 직원들의 입장을 최경수 이사장 등 경영진이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노사 간 소통은 계속 단절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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