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전 앙금 여파?…실적부진 전망까지 불안

▲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왼쪽)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오른쪽). 한국타이어는 최근 신형 제네시스와 3세대 에쿠스에서 잇따라 굴욕을 맛본 데 이어 주가 역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등 잇단 악재에 시름을 앓고 있다. ⓒ한국타이어

업계 1위 한국타이어가 밀월 관계를 이어온 현대차와 잇단 파열음을 내면서 품질 논란에 실적 부진 전망까지 연달아 제기되는 등 진땀을 흘리고 있다.

1일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최근 현대차로부터 신형 에쿠스의 내수용 OE(신차용 타이어) 공급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1999년과 2009년 1·2세대 에쿠스에 타이어를 공급했던 한국타이어의 에쿠스 타이어 공급 탈락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말 공개되는 신형 에쿠스는 1·2세대 에쿠스를 이어갈 현대차의 최고급 모델로 올해 4분기 3세대 모델의 출시가 예정돼 있다. 특히 에쿠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의 회장 및 CEO들이 애용하는 모델로 현대차의 브랜드 및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세대 에쿠스에는 한구같이어와 미쉐린타이어가 OE 공급업체로 채택된 바 있고, 2세대 에쿠스에는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의 18인치, 한국타이어·콘티넨탈의 19인치가 채택됐다. 3세대 에쿠스에는 콘티넨탈과 미쉐린 등 수입산 타이어가 공급될 것으로 알려졋다.

이 같은 고급 차량에 OE 공급을 하는 것은 타이어 업체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타이어가 차량의 소음·제동·주행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급 차량에 장착된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업체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교적 짧은 업력의 넥센타이어가 고급 차종에 OE 공급을 하지 못하는 것도 완성차 업계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따라서 포르쉐·람보르기니 등 세계적 자동차 회사와 OE 공급을 체결하는 등 기술력을 자랑해 오던 업계 1위 한국타이어가 신형 에쿠스 OE 공급에서 탈락하고 것은 큰 타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성능승인까지 마치고 계약까지 끝낸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3월 현대차는 1년여 넘게 지적돼 온 신형 제네시스 소음·진동 문제의 원인으로 한국타이어의 노블2 제품을 꼽고 이를 전량 교체 또는 무상수리키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이 배경에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전에서 발생한 양사간의 파열음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

◆최상위 제품 노블2, 진동·소음 논란에 굴욕
업계에서는 이번 OE 공급 탈락의 배경으로 지난해 발생한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 소음 논란에 이은 타이어 무상 교체 사태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2013년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에 탑재된 한국타이어의 18~19인치 ‘벤투스 S1 노블2’는 한국타이어의 최상위모델로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제품이다. 3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 2013년 4월 출시됐고 3천 개의 시제품이 제작됐으며, 한국타이어는 소음을 10% 가량 줄여준다고 자신해 왔다.

하지만 출시 후 신형 제네시스에서 진동과 소음이 너무 많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현대차가 조사해 보니 동호회 등의 의견대로 타이어 한쪽만 마모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이어 한쪽만 마모되면 차의 균형이 맞지 않아 똑바로 주행하지 않으면 진동과 소음이 유발된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네시스 모델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현대차는 지난 3월 18일 이미지와 품질 제고를 위해 한국타이어의 노블2 제품을 전격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차종은 당시까지 국내에서 4만3000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는 2015년 모델부터 아예 독일 콘티넨탈 타이어를 장착해 출시하고 있다.

노블2 제품은 미국 포드의 스포츠가 머스탱에 공급되기도 했던 터라 한국타이어는 현대차의 결정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기도 했지만, 현대차는 제품 자체에 문제는 없다면서도 소비자 불만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며 이를 강행했다. 개당 평균 20만원인 것을 감안해 보면 4만3000대의 4개를 모두 교체할 경우 교체비용은 7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업계에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시판중 차종의 타이어 교체를 두고 밀월 관계를 유지해 온 한국타이어와 현대차의 신뢰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프리미엄 타이어에서 고객의 신뢰도 부분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현대·기아차 고급세단의 신규 타이어 공급자 선정에서 이번 일이 고려사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3세대 에쿠스의 OE 공급자 선정에서 그대로 현실화됐다. 한국타이어의 탈락 배경으로 신형 제네시스 타이어 교체 건이 꼽히는 이유다.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경영진이 신형 제네시스 타이어 이슈 때문에 아예 3세대 에쿠스 타이어는 처음부터 외산 타이어만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아예 타이어 협력업체를 한국타이어에서 해외 타이어 업체로 교체하겠다는 움직임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타격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원인은 한라비스테온공조 항명사태?
일각에서는 신형 제네시스의 소음·진동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노블2 제품이 포드, 포르쉐 등 해외 제조사들의 차량에 탑재되고도 별 문제가 없었고, 한국타이어가 현대차의 원인 조사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신경전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한국타이어가 자동차 공기조절장치 제조업체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공동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신형 제네시스의 타이어 교체 결정이 내려지기 불과 3개월여 전이다.

당시 현대차는 주요 협력업체 중 하나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인수키로 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사모펀드가 인수하게 되면 막대한 이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익만을 쫓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연구·개발 및 품질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어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요 납품처인 현대차가 불만을 표시하자 화들짝 놀란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를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이고 추후 지분 매각시 사용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까지 제공했다. 한국타이어가 참여한 만큼 기술력·품질·가치 등의 훼손 우려가 적다는 제스처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의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한국타이어가 가세하더라도 부품 품질 관리 및 공급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 완성차와 부품사 간의 신뢰가 저하될 것을 염려했고,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사장의 설득에도 입장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최근 분기 배당을 도입, 1년에 네 번 배당키로 하면서 한앤컴퍼니가 이익을 먼저 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모양새다.

이에 강한 불만 표시에도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참여한 한국타이어에 불만을 품은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의 타이어 교체를 결정했고, 그 여파가 3세대 에쿠스 OE 공급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차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그렇게 속이 좁지 않다”며 의혹을 일축했고, 한국타이어 역시 “한라비스테온과 시기적으로 전혀 관계 없다”고 해명했다.

◆실적 부진 전망에 비주력기업 M&A도 우려

▲ 한국타이어는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 유로화 약세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주가 역시 4만원대 초반에서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이처럼 품질 논란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타이어는 실적 면에서도 좋지 않은 전망을 받으며 주가 역시 좀처럼 반등할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2013년 10월 6만6000원대까지 치솟았던 한국타이어 주가는 1일 4만3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에 비해 1300원(3.1%)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 4만원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실적 부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분기 한국타이어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1.3%, 21.9% 감소했다. 2분기 실적 전망 역시 그다지 우호적이지 못하다. 키움증권은 2분기에도 매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고,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한국타이어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와 1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 부진 우려의 배경은 유로화 약세 영향과 제네시스·에쿠스 등 OE 공급 차질 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의 중국산 타이어 비중 급등으로 중국 판매 부진이 예상되고 있는 것도 우려의 배경으로 꼽힌다.

비중이 높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계가 전반적으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타이어업체들은 최근 독일, 미국, 일본 등 수입차 업체들에게 신차용타이어(OE)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현대·기아차가 가장 큰 고객이다. 한국타이어가 OE를 통해 얻는 매출의 40% 이상은 현대차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가 시너지 효과를 노리며 잇따라 M&A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선 한국타이어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2위 공조부품 제조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 외에도 롯데그룹에 매각된 구 KT렌탈, 동부익스프레스, 대우로지스틱스 등 알짜 매물 인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외 판매 비중이 높은 한국타이어는 물류업체를 확보해 해외 판매에 시너지 효과를 구축하고 물류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내겠다는 복안 하에 지속적으로 물류기업 인수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대우로지스틱스 건은 본입찰 불참을 통보했지만,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한국타이어가 주력 사업군과 전혀 맞지 않는 비주력 기업들의 M&A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탐탁치 않은 분위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라비스테온공조에 한국타이어가 들인 자금은 1조원에 달하고 동부익스프레스 역시 7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T렌탈은 1조원에 롯데그룹이 인수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