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패배 이후 불확실성 증폭

경제정책이 혼돈에 빠졌다. 14일 재정경제부와 열린우리당 등에 따르면 여당은 5.31 지방선거 패배 이후 여론을 반영해 정책을 수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이에 따른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다. 더욱이 경기가 하강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본격화되는 등 경제적으로 민감한 시점에서 이런 혼란은 한국경제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조세개혁 추진에 차질 정부는 중장기조세개혁방안, 자영업자 과표노출 방안, 근로소득보전세제(EITC) 등에 대한 공청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중장기조세개혁방안과 자영업자 과표노출방안은 이달내에 공청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5.31지방선거 후에는 이런 개혁조치들을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담당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조세개혁조치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와 관련,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손질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는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언급, 정치적 고려로 인해 공청회 일정이 늦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조세개혁 방안은 결과적으로 증세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여당에 또다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데, 정부가 이를 모른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부동산정책도 혼란 여당이 부동산정책을 손질하겠다는 의견을 계속 내놓으면서 부동산시장에서는 나왔던 매물이 다시 들어가는 등 수급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여당에서는 ▲8.31 부동산종합정책의 원칙에 따라 부동산거래세 인하 폭은 오는 가을 정기국회에서 결정하고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는 기존의 골격을 유지하되 실수요자나 노령층 등에 대해서는 과세이연(납부시기 연기) 등 세부담 완화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여당의 정리된 의견이 아니라 산발적으로 제시되는 개인 견해인 경우가 많아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당내에는 부동산정책에 대한 통일된 방향이 없다"면서 "부동산정책을 수정하자니 일관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생기고, 그냥 두자니 여론을 무시하는 것 같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서민경제회복추진본부를 만들어 서민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어서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정부에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검토한 방안들을 수용한다면 정부의 원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전문가의견 "경제 리더십 필요"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혼란스런 상황이 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부총리의 경제리더십이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는 "지방선거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국민들이 정부 정책방향에 대해 잘못됐다고 평가한 만큼 이런 혼란은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경제부총리를 제치고 여당과 청와대가 부동산 등 각종 경제문제를 주도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경제정책에 대한 수정이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국민들이 경제정책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재경부의 총괄기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지금과 같은 혼란이 장기화된다면 경제정책의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면서 "하루빨리 결론을 내서 국민이나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 상무는 "다만, 지금은 기존 정책의 큰 틀을 바꾸기보다는 정책 시행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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