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 앞두고 은행들 ‘초긴장’…하나금융 ‘통합 마일리지’ 승부수

▲ 계좌이동제 시행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은행들은 초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업게에서는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226조 원의 자금 대이동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좌이동제란 주거래 예금계좌를 타 은행으로 옮기면 각종 거래가 자동적으로 이동하는 제도다. 만약 고객이 주거래계좌를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옮기면 B은행이 주도해 기존 계좌에 연결되어 있던 신용카드 대금이나 공과금 등 자동이체를 새로운 계좌를 일괄 변경하게 된다.

계좌이동제는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1단계로 각종 공과금과 통신료, 보험료 등의 출금이체 게좌가 여러 은행에 흩어져 있더라도 금융결제원 출금이체정보서비스를 통해 한 번에 확인하고 필요하면 곧바로 해지할 수 있게 된다. 1단게는 오는 7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2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다음달 1일부터 ‘페이인포’ 사이트를 통해 개별 소비자의 출금이체 내역을 한 번에 확인하고 해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금융결제원은 계좌이동제 두 번째 단계로 10월부터는 기존 출금이체를 다른 은행 계좌로 한 번에 바꿀 수 있도록 하고 내년 2월 이후에는 부모 용돈이나 동창회비 등의 자동이체 내역도 한 번에 파악해 해지 또는 계좌 변경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지금처럼 고객이 일일이 계좌번호 변경을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져 주거래은행을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은행계좌이동제가 시행될 경우 약 226조 원의 자금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바짝 긴장하는 은행들

최근 연금저축 계좌이동 간소화 제도(계좌이동제)가 시행된 보험업계의 사례를 살펴보면 은행들의 긴장을 이해할 수 있다. 계좌이동제가 시행된지 한 달 반 만에 생명보험업계에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계좌이동제가 시행된 4월 27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삼성·한화·교보 등 주요 생명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계좌에서 총 959억원이 이탈했다. 계약건수로는 총 1453만건 가량이 계좌이동제를 통해 은행·증권 업계로 이전했다. 업계에서는 대형사 외에도 연금저축보험을 판매해 온 중소형 생명보험사들까지 합치면 빠져나간 자금 규모가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연금저축 계좌이동제는 새로 계좌를 개설할 금융사만 방문해 기존 금융회사, 계좌번호만 알려주면 계좌를 이전할 수 있는 제도다.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는 연금저축신탁과 보험사에서 가입하는 연금저축보험,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 간 계좌 이동이 용이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달에 금리가 또 내려갔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욱 빠른 속도로 계좌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업계는 사실상 신계약을 유치하기 보다는 기존 보유계약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하는데 이제는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익률 때문에 펀드로 옮기는 고객이 많지만, 연금저축 신탁과 펀드의 경우에는 수수료가 적립금 규모와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이같은 점을 업계가 나서서 충분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일각에서는 계좌이동제를 두고 ‘통장전쟁’이라고 일컫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하나금융이 승부수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나금융의 수가 통장전쟁의 개전을 알리는 효시가 될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김정태의 승부수

실제로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올해 초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계좌이동제 대책으로 ‘평생고객화’를 추진하겠다”면서 “평생고객화는 IBK가 1등 은행이 되기 위한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김병호 하나은행장도 2월 취임식에서 “계좌이동제 등 제도 변화에 대비해 상품을 재구성하고 대고객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들의 전략은 부가혜택 강화와 금리우대의 두 방향으로 나뉜다. 우리은행의 ‘우리 주거래고객 상품 패키지’는 수수료 면제 횟수를 이월해주는 상품이다. 또한 자동이체, 급여이체, 결제계좌 지정 중 두 개만 충족해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우대한다. 하나은행의 ‘대한민국만세 정기 예·적금’은 최고 연 2.9%(5년 만기 기준)의 이자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의 일반 정기예금 금리는 연 1.65~ 1.75% 선이다. 2%대 금리를 주면 은행으로선 오히려 손해가 날 수도 있지만 펀드, 대출, 카드 등 다른 상품의 이용을 유도함으로써 큰 틀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계좌이동제가 불러일으킬 변화를 ‘통장 전쟁’으로까지 일컫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하나금융지주가 던진 ‘승부수’가 통장 전쟁의 개전을 알릴 효시가 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조선비즈>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개인 고객의 결제성 계좌 유치를 위한 ‘통합 하나 마일리지’(가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일리지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직접 낸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통합 하나 마일리지는 하나은행, 외환은행, 하나대투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저축은행 등 하나금융 전 계열사에 대한 고객의 거래 실적이 모두 포함된다. 하나금융은 이를 통해 쌓인 마일리지를 이자를 내는 데 쓰거나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으로 뽑아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하나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금융사 마일리지는 카드사 정도를 제외하곤 활성화되지 않았었다”면서 “통합 하나 마일리지는 하나금융 계열사와 거래하면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통합 마일리지를 준비 중인 이유는 계좌이동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원가성 요구불예금 등 결제성 예금 기반이 약한 하나은행이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 계좌이동제가 시행돼 주거래은행을 갈아타는 고객들이 생기는 시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통합 마일리지는 일종의 투자로 결제성 예금 1계좌를 유치해 카드결제와 연동시키면 은행은 평균 55만원의 저원가성 예금이 들어오고, 월급 계좌를 유치하면 평균 200만원이 유입된다”며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결제성 예금을 둘러싼 은행간 사활을 건 싸움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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