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앞두고 표 대결 본격화…‘여론전’도 가열 양상

▲ 삼성물산과 엘리엇의 표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양사는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권유하고 나섰다. ⓒ뉴시스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 대결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엘리엇-삼성 ‘의결권 전쟁’ 개막

지난 24일 엘리엇은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했다. 엘리엇은 “엘리엇은 본건 합병이 삼성물산의 주주에 대하여 심히 불공정한 것이며 위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엘리엇은 다가오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본건 합병 결의안에 대하여 반대하거나 엘리엇(또는 엘리엇이 지명하는 대리인)으로 하여금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또한 정관개정을 통하여 앞으로 필요한 경우 현물배당을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관의 개정에 대해서도 의결권 대리행사를 요청하는 바”라고 밝혔다.

삼성물산 역시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25일 “신성장 동력 확보와 장기적인 주주 이익 제고 등을 위해 추진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을 내용으로 하는 의결권을 회사에 위임해 주시기 바란다”며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장동력을 훼손할 수도 있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회사에 위임해 주기를 권유한다”고 공시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은 불공정하고 위법한 합병결의라고 주장하지만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령은 강행규정이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가 오히려 위법”이라며 “주가를 기준으로 한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이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의 시가보다 낮다고 해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양사 합병이 성사되면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건설, 상사 부문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뿐 아니라 합병 회사가 그룹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의 최대 주주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 움직임 ‘주목’

이런 상황에 삼성물산 소액주주 일부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다. 인터넷카페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는 22일 두 회사의 합병부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작성해 법원에 전달했다.

소액주주들은 탄원서에서 “부당한 합병비율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 받았으며, 삼성물산의 KCC자사주 매각은 주주의 의결권 행사 권리를 원천 차단하는 부당한 처사로 주주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의결권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물산 지분 3.2%에 해당하는 500만 주 이상을 모으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카페가 공식적으로 집계한 위임 주식은 24일 오후 8시 기준 92만주(0.592%) 수준이다.

이 카페 운영진은 2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액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다”며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지만 이후 상황에 따라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라고 밝혔다.

이 운영진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 입장에는 뜻은 같이하지만 아직 의결권 위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단 앞으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엘리엇과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상황에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 카페의 회원 수는 26일 오전 11시 기준 2803명이다.

◆가열되는 여론전

26일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에 대한 추가 자료를 공개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회의 주주가치에 대한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며 “삼성물산 주주에 미치는 가치 영향에 대한 삼성물산 이사회의 분석은 사업 및 자산의 실질적 기본 가치를 무시했으며 제일모직 및 추정 합병 사업체의 수익 및 수익성 성장에 대해 매우 투기적이고 지지하기 힘든 장기적 예측을 채택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사회의 분석은 독립적인 분석이나 자문을 근거로 하지 않고 서둘러 결정한 것이며 본건 합병의 가치파괴적 특성에 대해 자사가 반복적인 경고를 했음에도 합병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26일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해외 헤지펀드의 근거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 여론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엘리엇의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없으며 삼성물산은 지금까지 주주와의 소통,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합병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은 기업의 미래와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정당하고 적법하게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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