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무단 복제에 일방 계약 취소 등…사업 접기도

 

▲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참여연대, 민변 등은 25일 오전 4차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회를 열고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지난해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갑질’ 논란으로 대기업들의 협력사들에 대한 횡포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LG아워홈·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CJ대한통운·동국제강 등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에 ‘갑질’을 했다는 성토가 쏟아져 나왔다.

25일 오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회의실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참여연대,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이 중소기업들의 대기업 피해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회’는 이번이 네 번째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LG아워홈의 영업권 약탈, 현대중공업의 특허기술탈취, 삼성중공업의 사업권 약탈, CJ대한통운의 책임전가 부당강요, 동국제강의 계열사인 (주)DK UIL의 공사대금 미지급 등의 사례들이 소개됐다.

사회를 맡은 안진걸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공동사무처장은 발표회를 열면서 “우리 경제 의 핵심인 중소상공인들의 고충을 함께 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대기업의 횡포나 갑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점이 많아 4차 발표회까지 하게 됐다”고 발표회 취지를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은 “아무리 불공정하고 힘들어도 국회에서 얘기하면 대기업으로부터 다른 피해를 당할까 꺼려하는데 을지로위원회에까지 온다는 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우원식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서 중소기업이 살아갈 수 있는가”라면서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가 경제가 제대로 서는데 대기업만 살아남고 중소기업들은 불공정 거래를 당하고 사업권까지 뺏기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대기업만 살아남는데 결국 중소기업이 다 죽으면 내수도 죽고 대기업도 죽는 부메랑이 돼고 있다”면서 “정부가 눈을 돌리지 않으면 모두 파탄나게 된다”고 성토했다.

우원식 위원장은 “을지로위원회가 없어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없어지지 않고 점점 번창해가니 참으로 걱정스러운 현상”이라면서 “국회의원이 갖고 있는 모든 권한을 동원해 여러분의 문제, 이 억울함을 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정희 의원 역시 “초원이 발달해야 맹수가 잘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면서 “국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일은 결국 모두가 다 죽게 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는 안진걸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았고 을지로위원회 우원식 위원장, 전정희 의원, 홍종학 의원이 참관했으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정경제팀장이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성춘임 위원이 법률 자문을 맡았다. M2G 타코벨코리아 함영주 사장, 타코야코렐 함영주 사장, 다스 조훈향 상무, KLS 마홍원 이사, JBS건설 정병수 전 대표, 테크마레 김금식 소장, 한미건설 김일중 대표 등이 피해 사례를 소개했다.

◆테크마레 “현대重, 샘플 줬더니 무단 복제” 분통

▲ 테크마레 김금식 대표는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왼쪽)과 현대중공업이 복제한 제품(오른쪽)을 직접 들고 나와 양 제품이 유사함을 역설했다. 김금식 대표는 현대중공업에 샘플을 돌렸더니 4000여개를 무단 복제해 사용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가장 먼저 사례를 발표한 테크마레 김금식 소장은 지난 2012년 자신들이 개발해 특허·디자인·상표권 등의 권리를 갖고 있는 제품의 샘플을 접한 현대중공업이 무단으로 4000개를 복제해 사용하면서도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금식 소장은 “울산 동구에 위치한 테크마레는 여성 1인 기업이고 같은 동네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은 2만80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조선소 아니냐”라면서 “집사람과 2년간 모은 돈을 투자해 개발한 제품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고 모든 조선소들에 샘플을 소개해줬더니 유일하게 현대중공업만 제공받은 샘플을 무단 복제해 사용했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이어갔다.

김금식 소장이 피해를 당했다고 얘기하는 제품은 선박을 지지하는 핀 지그 상부 및 블록 접촉부에 집중되는 하중에 의해 블록 접촉부가 손상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Pinjigcap’이라는 제품이다.

김금식 소장은 “배는 알다시피 철판으로 배를 만들다보니 제작과정에서 철판에 손상이 갈 수 있다”면서 “이 제품을 사용하면 손상이 원천적으로 방지되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테크마레의 제품과 현대중공업의 제품을 직접 가지고 나와 비교하며 “이 정도로 거의 똑같다”고 비교하며 울분을 토했다.

김금식 소장은 지난해 8월 현대중공업을 고소했고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이 특허심판원의 심판결정문을 요구해 10개월간 특허심판원에서 상표·디자인·특허와 관련해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유사상표 등록추진, 권리범위 심판, 특허무효 심판 제기 등 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제품은 다른 경쟁 조선사들이 인정하고 많이 팔아주고 있는 제품”이라면서 “기존 고객이 배신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현대중공업의 회유 등에 넘어가지 않고 열심히 싸움을 진행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KLS “CJ대한통운, 계약 취소하고 책임 떠넘겨”
이어 복합화물운송 주선사업 중 초중량 활대품 운송 전문 회사인 KLS의 마홍원 이사는 CJ대한통운이 계약서를 제때 써주지 않는 등 하도급 법을 위반하고 해당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횡포를 부렸다고 토로했다.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수 달여간 조사한 끝에 지난 11일 CJ대한통운에 시정명령을 내린 건이다.

마홍원 이사에 따르면 KLS는 CJ대한통운의 제안에 의해 2013년 9월 H사가 발주한 500t급 대형 크레인 브라질 운송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6~7개월여 동안 K사와 정식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H사가 크레인 제작 지연을 통보함에 따라 주선해 놓은 선박과의 계약을 취소한 뒤 2차로 선박을 섭외했음에도 CJ대한통운은 이를 H사에 알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H사가 CJ대한통운과 KLS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는데 이 부담을 CJ대한통운이 온전히 KLS에 떠넘겼다는 얘기다.

마홍원 이사는 “수주하고 나서 CJ대한통운의 태도가 돌변했고, 나중에 계약서를 쓸 때도 강압적으로 대했다”면서 “2차계약까지 마치고도 보고를 했는데도 CJ대한통운은 칭찬은 못 할망정 H사와 계약해지를 당하는 날까지 그 사실을 숨기고 후속 배선이 불가능하다고 H사에 보고해 계약을 해지당했다”고 설명했다.

마홍원 이사는 “배선 계약을 할 때 단순히 선박업체랑만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십 수개의 부가적인 계약을 해야 한다”면서 “CJ대한통운은 2차 배선 계약에 대해 우리가 먼저 설레발을 쳐서 취소가 된 것이라며 위약금을 지불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CJ대한통운은 원래 그 취소료들보다도 많은 취소료를 H사로부터 받아내겠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2~3년 간의 소송에 따른 업무 지장, 소송비용, 수주 급감 등으로 더 이상 여력이 없어 사업을 영위할 수가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마홍원 이사는 공정위의 시정명령 이후에도 CJ대한통운 측에서 아무런 전화 한 통도 없다며 “제풀에 꺾여 떨어지는 걸 바라는 게 아닌지, 이제부터가 진정한 갑질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 최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판결을 얻어내기도 했던 KLS의 마홍원 이사는 CJ대한통운이 공정위의 조치 이후에도 전화 한 통 하지 않는다며 진정한 갑질이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한미건설 “동국제강 계열사 갑질로 사업 접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한미건설 김일중 대표는 동국제강의 계열사인 DK UIL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해 결국 사업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DK UIL은 전자제품 및 부품 제조와 판매사업 등을 영위하는 제조업체로 휴대폰 키패드와 부속품의 생산·판매가 주력 사업인 동국제강의 계열사다.

김일중 대표는 “건설 하도급에 갑질을 당한 사례”라면서 “베트남에서 벌어진 일이고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 합의를 보긴 했지만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가 이런 짓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김일중 대표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DK UIL의 현지 메인공장에 기숙사 신축, 지하 물탱크 설치 공사 등을 도급받았지만, 무리한 요구와 잦은 설계 변경으로 인한 부실 설계 등으로 인해 재시공이 거듭돼 추가 비용이 당초의 계약금인 83만6000달러 수준만큼인 72만1000달러로 불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DK UIL 측은 계약금도 83% 정도인 69만8000달러만 지급했고 추가 비용 역시 25만달러만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준공 후 도급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사채를 통해 이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7개월간 추가 공사비 협상이 지연되면서 하도급사와 사채업자들의 협박에 시달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일중 대표는 “이 과정에서 담당 지사장은 스트레스 때문에 고혈압으로 쓰러져 몸이 마비가 되고 지금은 신부전증이 와서 3일마다 투석을 하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M2G 타코벨코리아 “6년간 키웠더니 쫓겨날 판”
또한 M2G 타코벨코리아 함영규 상무는 LG아워홈과 글로벌 대기업 Yum으로부터 자신들이 키워온 타코벨 가맹사업이 배제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Yum은 KFC와 피자헛, 타코벨 등의 글로벌 브랜드를 영위하는 미국 대기업으로 국내에서 타코벨을 M2G와 계약을 맺고 가맹사업을 체결했다가 최근 LG아워홈으로 사업파트너를 교체했다.

함영규 상무는 “저희가 1년의 준비기간, 5년간의 영업 등 6년간 노력해 타코벨이란 브랜드를 국내에 알려 희망을 갖게 되는 순간 Yum 측이 아무란 상의 없이 직속으로 국내 대기업인 LG아워홈과 또 다른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면서 “지난해 12월에는 우리의 영등포 타임스퀘어 점포에서 불과 1Km 남짓 떨어진 곳에 신규 점포를 개설하기까지 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함영규 상무는 “이 건은 과거 1985년 Yum의 피자헛을 국내에 알린 성신제 씨와의 분쟁과 유사하다”면서 “가맹계약을 맺은 성신제 씨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피자헛을 정착시키자 직접 진출하기 위해 소송 등을 통해 성신제 씨로부터 피자헛 지분 및 가맹점들을 모두 빼앗은 사건이 재연된 것”이라고 비교했다.

함영규 상무는 “이 사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그간 적자를 보는 등 M2G의 헌신과 노력 끝에 국내 타코벨 가맹사업이 성공 궤도에 접어들게 됐는데, 대기업인 Yum과 아워홈이 상호 공조 하에 M2G의 독점적 영업권을 침해했다”면서 “이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중소기업 죽이기 사례”라고 성토했다.

한편 이에 대해 25일 타코벨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타코벨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복수 가맹사업자’ 정책을 펴고 있으며 가맹사업자에게 동일한 IFA (International Franchise Agreement)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워홈에서 운영하는 타임스퀘어점과 M2G에서 운영하는 신도림 디큐브시티는 가맹점 개설과 관련한 거리 기준에 위반한 것도 아니며 상권이 달라서 경쟁관계가 아니다”라면서 “M2G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타코벨 브랜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 한미건설 김일중 대표는 동국제강 계열사 DK UIL로부터, M2G 타코벨코리아 함영규 상무는 글로벌대기업 Yum과 국내 대기업 LG아워홈으로부터 각각 갑질을 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JBS건설-삼성重·다스-중앙미디어그룹 횡포도 재조명
아울러 지난 5월 3차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회에도 소개됐던 JBS건설과 다스의 사례도 다시 소개됐다.

JBS건설 정병수 전 대표는 회사 소유 대지에 타운하우스 신축 분양을 위해 시공사로 선정한 삼성중공업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고의로 착공과 협의를 지연해 결국 대출금 만기가 돌아오자 대출금을 대신 갚고 토지소유권과 분양권 및 사업권을 모두 빼앗아 자신들의 브랜드로 기존 금액보다 32% 할인된 금액으로 분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은 타운하우스에 일방적으로 데크와 태양광 설비 등을 시공하지 않고 곳곳에 불량·부실시공을 해 대대적 하자·보수 없이 분양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면서 “분양개시를 막아 우리를 상환 불능 상태로 막아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등을 판매하는 다스 역시 3차에 이어 4차 발표회에서도 피해 사례를 소개했다.

‘나인뷰’ 상표등록을 가지고 있는 다스의 조향훈 상무는 에이딕스테크놀러지에 블랙박스를 대신 팔아주던 중앙미디어그룹의 자회사 중앙엠앤씨가 상표권자인 다스 몰래 나인뷰 상품을 시중에 유통·판매해 왔다고 설명했다. 2년간 판매된 제품은 무려 3만여 점으로 45억원 상당이다. 에이딕스테크놀러지는 블랙큐브 H500이라는 유사제품까지 1300여대를 팔았다.

조향훈 상무는 “이들 제품이 할인판매되면서 다스가 발주한 제품의 단가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A/S신청 모두 다스 측으로 접수돼 관련 비용을 모두 다스가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이딕스테크놀러지 대표는 구속 기소됐음에도 자신들이 속았다고 주장하는 중앙엠앤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아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막힌 셈이 됐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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