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에 경영승계 포석 가능성도 ‘솔솔’

▲ 아워홈 대표이사에 올랐던 두 사람이 잇따라 조기퇴진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아워홈

범 LG家 종합요리식품기업인 아워홈 대표이사에 올랐던 인물들이 올해 들어 두 번이나 조기퇴진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워홈은 두 경우 모두 ‘개인 일신상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기퇴진이 구지은 아워홈 부사장(48)과 경영진간의 불화설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구 부사장 중심의 승계작업을 위해 포석을 둔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실고 있다.

◆ 경영진 조기퇴진, 올해만 두 건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직 CJ제일제당 부사장이자 지난 2월 아워홈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던 김태준 씨가 선임 4개월 만에 퇴진했다.

당초 아워홈 측은 김 전 대표가 선임된 이유에 대해 “구지은 부사장과 함께 아워홈의 외식사업 부문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해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후 1986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한 김 전 대표는 신선CMG장, 식품연구소 연구기획담당 상무, 식품연구소장(부사장), 식품사업부문장(부사장) 등을 거친 ‘외식업계 통’이다.

당시 아워홈은 김 전 대표 전임이었던 이승우 전 대표이사가 자리를 내놓으면서 구 부사장과 경영진간의 불화설이 제기되자 평소 구 부사장과 친분이 있는 김태준 전 CJ 제일제당 부사장이 사장으로 선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르다”고 짧게 답변했다.

현재 아워홈 측은 김 대표의 퇴진과 관련해 어떤 구체적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표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향후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 등이 누군지 등 어떤 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1월에도 아워홈 대표로 있었던 이승우씨가 조기퇴진하면서 아워홈의 갑작스런 경영진 교체 결정에 의문을 품는 시각이 많았다.

당시 아워홈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승우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우기 전에 퇴진한 이유에 대해 “대표 이사의 경우 계약직이기 때문에 임기를 따지는 것 아니고, 본인이 퇴진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 아워홈은 김태준씨와 이승우씨가 임기도 다 채우기 전에 퇴진한 것을 두고 ‘일신상의 이유’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는 구 부사장과 경영진 간 불화설때문이거나 구 부사장 경영승계를 위해 포석을 둔 것이라고 보고 있다.ⓒ뉴시스

◆ 불화설, 구 부사장 성정이 원인?

김태준씨와 이승우씨가 임기도 다 채우기 전에 퇴진한 것을 두고 ‘일신상의 이유’라고 선을 긋는 아워홈 측의 설명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아워홈에 들어와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전에 회사로부터 ‘아웃’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우선 구 부사장과의 불화설이다. LG가 딸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지만 구 부사장의 경우는 예외였다. 그만큼 구 부사장은 실력면에서 뿐만 아니라 리더로써의 카리스마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의 1남3녀 중 막내딸인 구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 와이어트 코리아 수석컨설턴트를 거쳐 지난 2004년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다.

구 부사장은 입사 후 구매와 물류, 글로벌유통, 외식 사업 등을 맡아 아워홈의 기반 인프라 구축에 나섰고, 2004년 5000억원대였던 아워홈 매출을 지난해 1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구 부사장은 추진력이 있고 의사결정이 단호한 스타일이라는 게 업계 평이다.

그런데 최근 내수 침체로 외식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 부장이 아워홈의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영전략을 수립하거나 수정하려했고, 이 때 김 대표와 마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 경영승계 임박했나

아워홈 대표이사 잇단 조기퇴진 사태 이유를 두고 또 한 가지 거론되는 것이 구 부사장의 경영승계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85세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막내딸인 구 부사장은 오빠 구본성씨가 아워홈의 지분을 38.56% 가진데 이어 20.67%의 지분을 갖고 있는 2대주주지만, 실제 구본성 씨는 따로 의류업체를 운영하며 아워홈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고 있어 현재 후계 승계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구 부사장이 올해 2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점을 고려할 때 아직 사장직으로의 승진은 이르고 당분간 부사장 직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현재 공석으로 남아있는 대표이사 역할을 겸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구 부사장의 나이, 경영참여 정도, 기업 내 입지 등을 감안했을 때 구 부사장이 기업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