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숙해도 업체간 경쟁 심화, 혁신 모색해야

▲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쿠팡을 제외하고 위메프, 티몬은 순수자본 총액이 모두 마이너스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키피디아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와 티켓몬스터(티몬)가 ‘완전자본잠식’ 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관련 업계에서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위메프, 티몬을 포함한 소셜커머스 업체의 자산총액은 각각 3428억4079만원, 1417억7339만원, 1013억5525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의 부채총액은 각각 3191억3663만원, 2235억897만원, 1885억8869만원으로 나타났다. 쿠팡을 제외하고 위메프, 티몬은 순수자본 총액이 모두 마이너스다.

위메프와 티몬처럼 기업이 가진 자본금보다 투입되거나 갚아야 할 돈이 많아 총 자산이 마이너스로 접어드는 상태를 완전자본잠식이라고 부른다. 더구나 이 두 기업은 부채가 800억원이나 더 많은 상황이다.

◆ 모바일 쇼핑 느는데...부채는 왜?

반면 국내 모바일 쇼핑 시장은 거래액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산업연구원이 19일 내놓은 ‘모바일 쇼핑 확산과 유통산업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쇼핑 시장 규모는 13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3년 거래액 5조9100억원보다 무려 2.2배나 증가한 규모다. 모바일 시장 거래액이 본격 집게 된 지난 2012년에는 1조8200억원에서 무려 600%이상 증가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이 40~60대까지 확대되고, 모바일 결제가 보다 간편해지면서 올해 시장 거래액은 20조원을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쇼셜커머스는 지난해 모바일 쇼핑 비중 37%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 쇼핑을 소셜커머스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시장 성장세와 반대로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 위메프의 자본금은 2011년 50억원에서 2012년 178억원으로 늘어난 이후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는 자본잠식 상태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티몬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티몬도 2011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쿠팡만 지난해 투자를 받으면서 지난해 자본총계 237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부채가 약 3200억원대라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원인이 소셜커머스들의 무리한 마케팅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매달 새로운 이벤트와 쿠폰을 방출하고 있다. 제품 가격도 오픈마켓보다 싼 데다 쿠폰까지 더해지면 공급업체나 소셜커머스 수수료 수익이 작아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투자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영업형태가 수년간 이어지면서 적자폭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커머스에 위협적인 요인은 또 있다. 지난해부터 오픈마켓과 TV홈쇼핑도 모바일 쇼핑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TV홈쇼핑이 15%, 오픈마켓은 32%의 비중을 보였다. 이 둘을 합치면 소셜커머스보다 10%나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TV홈쇼핑이 여러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웹페이지, 모바일 쇼핑을 연계해 특가전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모바일 쇼핑에서 소셜커머스 우위는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해 인터넷 쇼핑 총 거래액. 이중 모바일 쇼핑 부분에서 소셜커머스 점유율은 37%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오픈마켓과 홈쇼핑도 모바일 쇼핑에 뛰어들면서 소셜커머스 점유율도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 멈추지 못하는 폭주기관차 ‘소셜커머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수수료 책정과 대금 지금 문제를 포함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곧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이 소셜커머스와 배달앱 업체의 수수료 책정과 대금 지급 문제 등 입점업체 피해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날 김 의원은 “소셜커머스의 경우 20%의 수수료를 입점업체로부터 받고 있지만 입점업체 측에 지급하지 않은 금액이 5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자본잠식상태에서 입점업체에 갈 돈으로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보통 상품이 팔리면 입점업체에 1~2개월 후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이런 대금지급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오픈마켓과 달리 판매 제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거래가 완전히 끝나기까지 환불, 클레임, 불량 상품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판매자 대금의 일부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계적으로 대금이 지급되면서 1~2달의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오픈 마켓은 이 기간이 1주일 정도다.

특히 소셜커머스 회사들은 이를 미지급금과 매입채무로 분류해 부채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지급금만 쿠팡 2275억1175만원, 위메프는 2115억4136만원, 티몬은 87억4067만원으로 총 약 4480억원에 이른다. 매입채무도 쿠팡 339억1291만원, 위메프 13억135만원, 티몬 1506억1228만원으로 총 186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위메프와 티몬이 완전자본잠식상태를 지속하다 도산할 경우, 2차 기업들도 줄도산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 소셜커머스, 경쟁보다 혁신 지향해야

사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자본잠식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문제는 위기를 벗어날 현금성 자산이 매입채무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 우려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흑자전환이 어려운 상태에서는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을 부추기는 것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오픈마켓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판매 수수료도 20%가량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소셜커머스가 모바일 쇼핑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었지만, 결국 자립에는 실패했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한국 소셜커머스는 ‘모바일 커머스’에 가깝다”면서 “업체 간 불필요한 경쟁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키워야 할 때”라고 밝혔다. 혁신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시사포커스 /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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