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터널’ 예상·업무 영역 제한적…수익성 “글쎄”

▲ 금융위원회는 18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연내 1~2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할 예정이다. ⓒ뉴시스

금융위원회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아울러 인터넷 전문은행이 연내로 1~2곳 출범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가장 유력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 주인공으로 키움증권을 꼽는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이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평균 8년의 ‘적자 터널’을 지난 후에야 빛을 봤다는 점,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 영역이 소액 개인 신용대출에 제한될 것이라는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해당 안이 불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 은산분리 완화·최저자본금 50% 낮춰

18일 금융위원회는 5차 금융개혁회의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을 도입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50%까지 허용키로 했다.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도 인터넷 은행 설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저자본금 기준도 현행 10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낮췄다.

현행법은 비금융 산업자본의 경우 은행지분을 4% 초과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이에 창의성이나 혁신성, 핀테크 기술력을 갖춘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금융업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만 금융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61개사(공정거래위원회 4월 지정 기준)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존 대주주와 상충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와의 거래규제는 강화한다. 대주주의 신용공여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 25%·지분율 이내에서 10%·지분율 이내로 하향조정 하고 대주주의 발행 주식 취득을 제한할 예정이다.

최저자본금은 현행 시중은행 수준보다 50% 낮췄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인가를 받기 위한 최저자본금은 1000억원이지만, 인터넷 은행의 경우 500억원만 있어도 은행업을 인가받을 수 있다.

가능 업무는 현재 일반 시중은행이 하고 있는 예·적금과 대출, 신용카드업 등 고유업무, 겸영·부수업무까지 모두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적용받는 건전성 규제 역시 일반은행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설립 초기인 점을 감안해 일정기간 동안에는 예외적으로 규제가 완화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특성을 감안해 다양한 비대면확인 방식도 허용한다. 기존에는 고객이 계좌개설시 금융회사 창구를 방문해 은행직원과 대면(face-to-face)해 실명을 확인받아야 하므로 점포 없는 은행 출현에 제약이 있었는데 오는 12월중 유권해석 변경을 통해 비대면확인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연내 1~2곳 인터넷전문은행 출범…‘1호’는 누구?

이에 따라 연내 1~2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9~11월 신청 및 심사를 거쳐 12월에 한두 곳을 대상으로 시범인가를 내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업은 내년 상반기께 시작된다. 은행 등 금융사 주체의 인터넷은행을 우선 설립하도록 하되 내년 이후엔 정보통신기술(ICT) 등 산업자본도 인터넷은행을 세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우선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을 금지한 은산분리의 원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연내 1~2곳을 우선 허용할 방침이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고, 그나마 4%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제 범위에서 인가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은행법 개정으로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 후 추가 인가를 고려하는 한편 시범인가 된 은행의 영업추이 및 소비자반응, 향후 성장가능성, 추가 신청 소요 등을 감안해 본격 인가에 나설 방침이다.

이처럼 ‘단계적 접근법’을 택한 이유는 은산분리가 워낙 민감한 이슈라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범 사업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에서 첫 시범 사업자가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존 은행은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18일 브리핑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시장에 혁신과 경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인 만큼 기존 은행이 주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제 1호 설립자는 키움증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

은행을 제외하면 남는 금융권은 제2금융권이다. 보험사는 대기업 계열사가 많고, 저축은행은 기존 시중은행에 비해 두드러진 경쟁력이 없어 시범사업자로 선정하기에 부담이 있다는 점 등을 점을 감안하면 결국 남는 것은 증권사 뿐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의 영업범위가 일반은행과 동일하기 때문에 결국 온라인 또는 비은행 고객 기반을 갖춘 참여자 중 자본력이 있는 증권사와 ICT 기업 중심의 컨소시엄이 우선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꼽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은 내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서 가장 유력한 ‘1호 인터넷은행’의 주인공으로 점쳐지는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명실상부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시장 점유율 1위 증권사다. 키움증권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다우기술과 연합한 컨소시엄을 활용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업계는 내년 상반기 선보일 인터넷전문은행의 국내 1호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증권업계 입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은 업무영역 확장의 기회”라며 “은행권에서는 정부와의 호흡이 중요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행보가 적극적”이라고 분석했다.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인터넷 전문은행이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인터넷전문은행은 황금알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pixabay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존 시중 은행들의 수익성도 금리 하락과 함께 약화되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은 많은 마케팅 비용과 역마진을 초기에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아도 초기 3년간 대규모 적자가 일반적이고 온라인사업의 특성상 초기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며 "규제 당국에서도 시장 교란, 정책 실패를 막기 위해 엄격한 인가심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이 궤도에 오르기까지 대규모의 자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봤다. 일본 인터넷은행 역시 최저 자본금 요건은 20억 엔에 불과했지만, 실제 설립 당시 평균 자본금은 10배가 넘는 200억~300억 엔에 달했다는 게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설립 직후부터 실적이 당장 나오는 해외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일본의 경우에도 설립 이후 4년이 지나서야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경우, 6개 주요 인터넷전문은행이 순이익을 내는데 짧게는 2년 7개월, 길게는 8년 9개월이 걸렸다. 평균으로 4~5년의 기간이 필요했고 이 기간은 적자만 냈다.

아울러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업무 영역이 소액 개인 신용대출에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 역시 일반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자기자본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면서 “이 가운데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면서 당분간 소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제한적인 영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보다는 오히려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중복고객이 발생 가능성이 크고, 업무영역도 개인 신용대출 부문에 집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인터넷은행은 소액대출 등 비은행 여신시장을 두고 기존 사업자와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대도 만만찮아

한편,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두고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18일 논평을 통해 금융위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과 관련 “이 방안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금지하고 그 소유 지분을 4% 이하로 제한한 은산분리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위가 규제완화 대상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 재벌의 은행 소유를 막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으로 2015년 기준 61개이지만, 공정위에서 이 기준을 5조에서 7조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범위가 축소됨으로써, 금융위가 말하는 ‘규제완화 배제 기업’의 숫자도 현재 금융위가 상정하고 있는 것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아닌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고, 이들이야말로 차입에 대한 의존도와 필요성이 훨씬 높은 기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기업들이야말로 소유 은행의 사금고화 위험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위에서는 인가 과정에서 대주주 자격심사를 철저히 하여 부적격자를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나, 이 역시 저축은행 사태에서 대주주심사에도 불구하고 사금고화하는 대주주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역시 논평을 통해 “은산분리 규제는 완화되어서는 안 된다. 비대면 본인확인 허용은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기관의 무과실책임을 예외 없이 도입한 전제 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법이 자산운용규제와 별도로 산업자본에 대한 강력한 소유규제를 하는 이유는 재벌의 횡포만을 걱정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대주주 또는 경영진이 자신의 다른 사업을 위해 은행의 자금을 사용하려는 인센티브는 재벌만이 아니라 산업자본 일반이 갖는 속성이기 때문”

참여연대는 “비대면 본인확인 허용에 따르는 금융사기 증가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은 언급이 없다”며 “비대면 본인 확인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금융사기에 대한 금융기관의 무과실 책임을 예외 없이 도입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터넷은행 도입 초기에는 비판여론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심사하겠지만, 도입 이후 경쟁 강화 등 다양한 논리로 결국 저축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처럼 인가 대상이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2001년과 2008년에도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면서 “인터넷은행 출범에 따른 영향을 판단하려면 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와 시범운영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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