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가든3차 재건축 ‘The-H’로…새 브랜드 개발 신호 감지

▲ 현대건설이 오랜 기간 주력 브랜드로 사용해온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가 최근 위상 정체에 따라 조만간 새 브랜드로 대체될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시공능력평가 1위를 수 년간 지켰던 현대건설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의 브랜드 선호도가 정체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새 브랜드를 내놓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오는 20일 서울 반포동 삼호가든3차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두고 삼호가든3차에 새 브랜드 ‘The-H’를 적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에 현대건설을 대표하는 ‘힐스테이트’ 브랜드가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화제를 뿌렸다.

당초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라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힐스테이트 브랜드가 최고급 이미지를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내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힐스테이트 브랜드는 지난 2006년 현대건설이 선보인 아파트 브랜드다. 2000년에 ‘현대홈타운’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은 현대건설은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로 올라서겠다는 현대건설의 포부에 따라 야심차게 론칭됐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원하는 ‘최고’의 이미지와는 갈수록 거리가 멀어지고 오히려 정체하거나 후퇴하고 있는 모양새다.

브랜드스탁에 따르면 지난해 힐스테이트 브랜드 선호도는 2010년 2위에서 2011년 6위로 추락했다. 지난해는 5위에 머물러 ‘빅5’ 건설사 중 꼴찌 수준이다. e편한세상, 푸르지오 등에 밀린 것은 물론 특히 재계 라이벌인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꾸준히 1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행보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존의 ‘현대엠코’를 두고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갈수록 프리미엄의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처럼 브랜드 선호도가 정체되자 현대건설이 새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번 삼호가든3차 재개발 수주전을 통해 새 브랜드가 론칭되면서 결국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 현대건설이 수주를 따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 반포동 삼호가든3차 아파트 재건축의 The-H 브랜드 조감도. ⓒ현대건설

◆삼호가든3차 조합원들 요구에 ‘힐스테이트’ 대체
삼호가든3차 재건축에 새 프리미엄 브랜드 ‘The-H’를 적용키로 한 과정도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위상 정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반포동 삼호가든3차는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교대역으로 넘어가는 법원 언덕길에 있으며, 교통과 학군이 좋아 강남의 요지로 꼽히고 있다. 내년 12월 착공될 예정이며 기존 424가구에서 34층 6개동 835가구로 변모한다. 추산 사업비 규모는 1200억원으로 일반 분양가 하한선은 3.3㎡당 평균 3600만원 수준이다.

특히 삼호가든3차는 강남권에서 올해 첫 시공사를 선정하는 재건축 단지라는 점에서 롯데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전개되고 있어 건설사들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각종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 업계는 어디든지 삼호가든3차 재건축을 수주할 경우 반포주공 1단지와 신반포 15차 재건축 수주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브랜드 사용을 놓고 삼호가든3차 조합원들은 현대건설 측에 힐스테이트가 아닌 다른 브랜드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현대건설이 이에 화답하면서 입찰 제안서에 프리미엄 브랜드 ‘The-H’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고급 브랜드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강남권에서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입지가 크게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고 난 후부터 승승장구하면서 크게 수혜를 입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월 이후 2월까지 총 6개 사업장 3538가구 중 5개 사업장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엔지니어링은 주택 공급을 크게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순이익 역시 현대건설과 비교한 3100억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브랜드가 흥행이 계속될수록 ‘원 주인’인 현대건설은 차기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특히 삼호가든3차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는 강남권에서 상대적으로 가격 및 인지도 면에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서울 주요 랜드마크에도 마찬가지다.

실제 반포동 래미안퍼스트지(84㎡) 시세는 14억5000만원으로 바로 옆 반포 힐스테이트(84㎡) 보다 1억5000만원 정도가 더 비싸다. 입주 당시에 비해 반포 래미안퍼스트지는 가격이 2억원 이상 오른 반면 힐스테이트는 1억5000만원 가량 시세가 떨어진 상태다. 이에 삼호가든3차 조합원들도 ‘The-H’의 적용 방침을 접하고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건설이 지난 16일 부랴부랴 내놓은 The-H 브랜드의 론칭 페이지 중 일부. ⓒ현대건설

◆차기 공식 브랜드는 아직 미정
하지만 다음 프리미엄 브랜드가 정확히 결정되기까지는 당분간 진통이 예상된다. ‘The-H’는 삼호가든3차 재건축을 위해 1회성으로 적용되고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꾸준히 개발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현대건설이 ‘The-H’를 론칭하면서 고급 주택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3.3㎡당 평균 3000만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에 적용할 것”이라며 프리미엄 이미지 조성에 공을 들였지만, 현대건설은 현재 여러가지 이유로 ‘The-H’를 본격적인 새 브랜드로 내세우기에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다.

우선적으로 기존 힐스테이트 입주자들과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브랜드 아파트’ 시대를 맞아 아파트 브랜드가 주택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지는 와중에 내로라하는 대형 건설사의 주력 브랜드를 선택한 입주민들이 겪게 될 상실감은 곧바로 거센 항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용료를 내고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분양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반발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미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를 두고 논란을 겪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존에 분양하던 ‘현대엠코’ 브랜드에 입주한 입주민들이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 방침에 따라 현대엠코가 아닌 힐스테이트를 쓰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대엔지니어링 측에 내용 증명이 날아들기까지 했다.

반면 힐스테이트 입주자들은 당연히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입주한 만큼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브랜드 변경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역시 힐스테이트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새 프리미엄 브랜드의 론칭 역시 이처럼 갑작스럽게 ‘The-H’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힐스테이트 입주자들은 새 프리미엄 브랜드가 론칭될 경우 힐스테이트 브랜드 이미지가 더욱 퇴색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현대건설이 ‘The-H’를 론칭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고 조용하게 넘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The-H’라는 이름 자체가 현대건설을 대표하는 최고급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에는 상대적으로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각종 지역에 ‘The-H’를 사용하고 있는 점포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은 물론 모 건설사의 지방 아파트 브랜드 명과 동일하기까지 하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지난 2013년 캠퍼스를 방문해 현대차의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의 프로젝트명을 ‘The H’로 사용하기도 했다.

◆힐스테이트 브랜드, 수명 다했나
결국 ‘The-H’는 삼호가든3차에만 사용되고 향후 그룹 차원에서의 새 프리미엄 브랜드가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삼호가든3차 조합원들은 그리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여 수주를 따내야 하는 현대건설의 고뇌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조합원들 입장에서 ‘The-H가 1회성 브랜드로 사용되면 굳이 새 브랜드를 요구한 의미가 크게 퇴색되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The-H’가 특정 사업장에만 사용되는 일회성 프로젝트 브랜드로 결정되면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른 조합원은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 것으로 알았는데, 조합원들이 결정해 수주가 되면 사용하고 요구하면 바꿀 수도 있으며 이마저도 (공식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1회성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솔직히 현대건설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현대건설은 지난 16일 ‘The-H’ 브랜드의 론칭 페이지를 공개하고 “‘The-H’를 최고급 아파트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조합원들 달래기에 나섰지만, 업계는 사실상 ‘The-H’가 공식 프리미엄 브랜드로 결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The-H’가 차기 프리미엄 브랜드로 선정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현대건설이 아예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어떤 경우의 수가 나오든 간에 이번 삼호가든 3차 재건축을 둘러싼 ‘The-H’ 논란은 힐스테이트 브랜드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결국 어찌됐든 이번 일로 현대건설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새 공식 프리미엄 브랜드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