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요금-부가서비스 강매 등 '제재 필요'

▲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 다단계 영업에 대한 집중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조사 대상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LG유플러스로 지목되고 있다. ⓒLG유플러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 다단계 영업에 대한 집중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최성준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달 이동통신 다단계에 대해 실태점검을 진행한 결과 유독 1개 이통사가 다단계 판매를 굉장히 크게 하고 있으며 단통법 위법사항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이에 따라 지난 1일부터 사실조사로 전환해 진행 중이며 엄정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동통신 3사 중 후발주자로 가입자 유치에 다단계 판매에 적극적이었던 ‘LG유플러스’를 유력한 제재대상으로 보고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도 LG유플러스 주도로 이동통신 다단계 업체 2곳이 휴대전화 불법 판촉행위를 하고 있다는 시민단체 신고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다단계 판매 정말 적법할까?

법률상으로 다단계 판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이동통신시장의 경우도 다단계 판매 방식은 각 개인이 이통사에 가입해 온라인 대리점 또는 일반 판매점 코드를 얻고 개인 유통점이 된다. 이후 가입자 유치 성과에 따른 수수료를 이통사로부터 받는다. 또 휴대폰이라는 이동통신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단통법 사전승낙제에 따라 사전승낙만 받으면 된다. 여느 다단계 판매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업체는 법에서 정한 것만 잘 지키면 된다. 

문제는 판매자다. 다단계는 피라미드 구조기 때문에 한 명으로 시작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수백 또는 수천 명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행위들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성업 중인 한 통신 다단계 판매업체는 판매자가 가입자 유치를 많이 하게 되면 등급이 오르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등급은 쉽게 오르는 구조가 아니다. 판매자가 새 가입자에게 고가의 요금제나 출고가가 높은 휴대폰을 팔아야 점수가 높아진다.

서울YMCA에 따르면 다단계 업체들은  판매원 가입 시 의무적으로 구형 단말기를 구입시키고, 판매원 개통 회선은 고가인 89요금제 이상 의무적으로 가입시켜 유지를 강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판매원이 개통 단말기를 해지할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후원수당 실적을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이와 관련해 “다단계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실제 피해는 없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단계 판매업체들도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통 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 다단계 판매 유형 ⓒ찾기쉬운생활법령정보

◆ 대형 피해 집단 만드는 '다단계'

다단계 판매는 새로운 판매자를 모집해온다는 조건이 붙는다. 구매자가 곧 판매자가 되고 또 다른 구매자가 판매자가 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가 주장하는 실제 피해자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또 다단계 판매자는 ‘1인 판매점’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다단계에서 판매자들은 온라인 판매점이나 대리점 코드를 받고 있다. 따라서 단통법에서 다단계 판매자는 사전승낙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단통법에서는 사전승낙을 받지 않게 될 경우 휴대폰을 판매할 때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인 판매점으로 볼 수 없더라도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단계에서 휴대폰 구매자가 판매자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구제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 입장이 아닌 판매자로서 ‘판매자 간 분쟁’으로 치부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개통만 책임지기 때문에 이 부분은 판매자 과실로 떠넘기기 쉽다. 더구나 다단계 업체 입장에서도 이들이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회피도 쉽게 된다.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사각지대’가 발생한 셈이다.

반면 수익은 이통사가 지급하는 통신요금과 휴대폰단말기 지원금으로 배당금을 풀어 나눠준다. 책임소재는 서로 간에 불분명한데도 소득은 서로 나누는 이상한 구조다. 따라서 다단계 판매자 지위가 1인 판매자인지 단순 모집원인지에 대한 설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다단계 판매 자체만 불법이 아닐 뿐, 영업형태는 규제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단통법 파고 든 ‘다단계 판매’

정부는 이미 지난 2002년 정보통신부 시절 KTF에 휴대전화 다단계 영업이 통신 유통망에 혼란을 주고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후 통신 다단계 판매는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그러나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근절은 되지 않고 있다. 실제 올해 2월 서울 강남 소재 다단계 판매업체는 2만대가 넘는 신규 휴대전화를 개통해 이동통신 3사 대리점 가운데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의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이전만해도 각 이통사 대리점 간에 단말기 지원금 경쟁이 치열했다. 또 소비자들도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대리점을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보다 싸게 단말기를 구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단계가 끼어 들 자리는 극소수 시장에 한정 됐었다.

그러나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보조금 상한 등이 규정되면서 이제는 어떤 대리점을 가도 비슷한 조건으로 단말기를 사게 된다. 단말기 가격이 대부분 동일하다보니 요금제 선택 외에는 소비자들에게 큰 선택권이 없다. 다단계 판매자들에게 유리한 영업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또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에 다단계 판매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오래전부터 다단계에 뛰어들었다는 한 판매자는 “대리점에 가서 가입하면 대리점 직원들이 가지는 이익금을 받지 못한다”면서 “(다단계 판매로) 아는 사람들과 그 이익금을 나눠 받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면서 오히려 휴대폰 유통질서를 개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제상황이 좋지 않게 되면서 다단계 판매자들도 지인과 가족까지 동원해 실적을 만드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며 “승급하기 위해 노령층 가입자까지 높은 요금제와 부가서비스를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 비슷한 피해사례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해당 글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노령층이다. 이 때문에 다단계 판매에 적극적인 LG유플러스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와 다단계 판매업체들은 “적법한 테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한편 최근 KT는 LG유플러스와 유사한 영업형태의 가입자 유치를 시작했고, SK텔레콤도 이 같은 활동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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