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국 대응, 박근혜 리더십의 부재

▲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대응을 위해 충북 오송에 위치한 국립보건연구원을 방문해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정보 공개를 촉구하면서 질책했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미흡하게 대응한 삼성서울병원 원장을 호출해 질책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이를 두고 메르스 사태를 수수방관하다가 뒤늦게 대응에 나선 대통령이 사과는 커녕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고 문형표 복지부장관에 대해서도 몰아세우기도 했다.

이는 정부의 초동 대응 미흡, 그리고 2차 진원지인 삼성병원 통제 실패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문 장관과 삼성서울병원장에게 돌리고 있는 셈이다.

◆朴 “책임지고 해결해라”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미루면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메르스 방역의중심기관인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와 즉각대응TF 방문에 이어 17일에는 충북 오송에 위치한 국립보건연구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을 따로 불러 강하게 질책했다. 박 대통령은 “투명하게 공개해서 빨리 알려야 한다. 모르면 대책이 안 나온다”며 “그러니까 빨리 잘 알려서 (메르스 사태가) 종식으로 들어가도록 책임지고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 확산이 꺾이려면 전체 환자의 절반이 나온 삼성서울병원이 어떻게 안정이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많이 협조를 해 오셨지만 삼성서울병원의 모든 감염과 관련된 내용들이 투명하게 전부 공개돼 의료진 중에서 모르는 사이에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전부 좀 알려져야 한다”며 “환자가 많다 보니까 아무래도 환경이 오염된 부분이 남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더 확실하게 방역이 되도록 해 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병원에 위험한 기간 동안 잠시라도 드나들었던 환자나 방문객의 동선, 명단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렇게 신고를 다 받아서 다시 한 번 전부 진단을 함으로써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문제가 여기서 확실히 차단되면 종식으로 가는 데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송 원장은 “메르스 사태 때문에 대통령님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려 너무 죄송하다”면서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최대한 노력해 하루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연신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면담에 앞서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에게도 “보건당국에서 삼성병원에 들어가 완전히 통제를 하고 있는거냐”며 재차 책임을 묻기도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무의 무능함을 질타하며 메르스가 진정된 뒤 문책 인사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해 문형표 장관과 삼성서울병원 등 초기 대응 실패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버린 것은 사실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이며 총리가 부재한 지금 대통령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이토록 확산된 이유 중에 하나가 컨트롤타워 부재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러 개의 대책기구를 만들어 혼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이 사태를 총괄 지휘할 책임자가 불분명한 것이다.

특히나 메르스 후폭풍으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같은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여론을 환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野 “정부, 제때 제대로 잘 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은 18일 박 대통령이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만나 질책성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대통령의 때늦은 질책”이라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 자세를 촉구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현안브리핑을 통해 “국민이 청와대에 하고 싶은 말을 대통령이 삼성병원장에게 기대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라면서 “메르스 종식은 삼성병원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때 제대로 잘 해야 된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박 대통령은 삼성병원장에게 투명한 정보 공개와 확실한 방역을 지시했는데 진작 야당이 정부에 요구해왔던 사항들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면서 “정부가 야당의 지적을 발 빠르게 수용했다면 메르스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주문은 때늦은 것이 아닐 수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방문에 대해서도 “어제(17일)가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며 “지난 5일 국립의료원 방문을 시작으로 메르스 현장을 방문해왔지만 사태 한 달 가까이 되서야 대책본부에 방문한 것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메르스 대응이 이렇게 하나같이 때늦은 것들이라는 점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르도록 이제라도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으로 메르스 사태 차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김 수석대변인은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지역사회 전파도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대응단계를 격상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인력, 예산, 권한을 늘려야만 보다 적극적으로 메르스 사태에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응단계 격상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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