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에서 졸업한 대우건설이 재계 판도를 바꾼다

드디어 뚜껑이 열린 대우건설 본 입찰. 지난 9일 발표된 ‘대우건설 매각 본 입찰’에는 기존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유진그룹, 프라임그룹, 삼환기업등 5개사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각 주간사인 삼성증권-시티글로벌마켓증권 컨소시엄에 최종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부와 대기업의 결탁이라는 의혹과, 대우건설 노조의 ‘짜맞추기식 밀실매각’ 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그 본 입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많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우건설 매각’ 은 재계의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최대 이슈로 꼽히고 있으며, 향후 대한민국 건설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어 정계, 재계를 비롯,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이 집중 되고 있다.
◆ 영원한 ‘신화’, 대우건설 1993년 라오스에서 진행되었던 아시아 최대의 715m 수직터널 공사는 아직까지 신화로 남아 회자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이라고 여겼던 라오스 후웨이호댐 프로젝트. 그러나 이 예상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2000년 10월, 수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한 끝에 드디어 성공적으로 공사를 수행하였다. 이후 라오스에 대규모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외국 기업인으로써는 최초로 라오스 정부 최고의 훈장을 수여받는 영예를 얻었다. 대우건설의 성공적인 공사 수행으로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았던 한국-라오스 양국간의 외교관계에 물꼬를 트는데 기여했으며, 한국의 다른 기업들이 라오스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최초의 B.O.T 사업으로 진행된 후웨이호댐 수력발전 프로젝트는 미래형 건설사업의 표본으로 자리매김 했다. ◆ ‘위기’에서 ‘부활’로 (주)대우(옛 대우실업)는 1967년 김우중 전 회장이 5명의 직원과 함께 창업한 섬유수출 전문회사였다. 보잘것없던 작은 회사가 30년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김회장이 이끈 ‘세계 경영’이 그 바탕이 됐다. 국교도 수립되지 않았던 동구권이나 아프리카 등지에는 대우맨이 가장 먼저 진출해 있을 정도로 탁월한 네트워킹 능력은 98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589개의 해외법인 및 사업장 진출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대우는 98년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1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대우그룹 성장과정에서 (주)대우는 세계 경영의 상징이자 본산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우의 외형적 성장은 무리한 차입에 따른 확장경영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던 대우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버렸다. 그 이후, 그룹이 산산조각 난 뒤 뿔뿔이 흩어졌던 계열사들은 고통의 나날들을 보내야 했지만 대부분 재기에 성공, ‘눈부신 성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계열사 중 2000년 ㈜대우의 분할로 인해 클린 컴퍼니로 재탄생한 대우건설 역시 2003년말 워크아웃에서 졸업했으며 놀라운 실적 개선 행진을 구가하고 있다.
◆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면 좋은 먹잇감? 우선 워크아웃은 부실기업을 채권단, 즉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주도해서 구조조정을 포함한 기업 재무구조 및 경영체질을 개선해서 채무 상환능력을 향상시켜 일정 기간 후 기업이 정상화되면, 채권단은 다른 기업에 인수 작업을 통해 매각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 일련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최근 대우건설 등과 같은 기업이 채권단이 주도(경영참여)하는 워크아웃 작업에서 졸업하기 위해서는 채권단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 때 채권단은 다른 기업에 매각을 통해 채권단이 그 동안 채무를 안고 경영했던 워크아웃 기업을 회생시켜 되파는 절차를 통해 마무리 짓게 된다. 그래야, 기업은 회생은 통해 존속하고 은행 등 채권단은 기존 채무를 떼이지 않고 보존할 수 있어 윈-윈 전략이 되는 것이다. ◆ 정부와 대기업의 결탁의혹 대우건설노조는 6월8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여당, 채권단에게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짜맞추기식 매각, 일실 담합 매각을 즉각 중단’ 할 것을 강력히 요구 하였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대우건설의 바람직한 매각과 중장기적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의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나, 그 동안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건설 매각과정에서 보여 준 ‘예비입찰 단계에서 특정업체 밀어주기, 매각 지분 일괄 매각, 출총제 예외인정, 매각주간사의 특정업체 밀어주기 기업보고서 발표, 평가기준에 건설업 경험 및 시공능력, M&A 관련 실적 여부 포함’등 일련의 불공정 행위들은 정부와 여당, 채권단, 매각주간사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시나리오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대우건설 게이트’”라고 강력히 비난하였다. 또한 대우건설 노동조합 정창두 위원장은 “만일 금번 불공정 사태에 대한 신속한 문제 해결 및 재발방지대책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공자위가 제시하지 않을 경우 정밀실사 저지, 매각중지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불공정한 매각이 진행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어느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 ‘특정업체 밀어주기’ 너무 ‘티’ 나잖아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밝힌 정부의 ‘짜맞추기식 매각’, ‘밀실 담합 매각’의 증거들을 살펴보면, ① 당초 보유지분 50%+1주 매각방침을 바꾸어 72.1% 전량 매각이 가능토록 변경함으로써 대기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도록 돈놀이판을 만들더니, 예비입찰에서는 탈락한 입찰자보다도 더 입찰내용이 부실한 특정업체를 슬그머니 입찰대상자로 선정하면서까지 돈 놓고 돈 먹기를 조장. ② ‘출총제 예외인정’이라는 재벌 대기업에게 절대 유리한 규칙을, 그것도 ‘매각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유불리가 달라지는 Rule이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매각원칙까지 무시하면서 노골적으로 재벌 대기업의 판이 되도록 조장하더니, 감점제를 들고 나와 경쟁업체까지 제거해 주는 비상식적인 행태, ③ 매각상황을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는 매각주간사 삼성증권까지 동원하여 기업분석보고서라는 미명하에 특정업체가 유리하다며 언론지상에 슬슬 흘려 이리 저리 인수가능업체를 점치며 갈 길을 정하지 못한 자금원이 자연스럽게 특정업체로 가도록 유도함으로써 넉넉지 못했던 자금마련까지 대행, ④경영능력 평가기준에 건설업 경험 및 시공능력, M&A 관련 실적 여부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중소기업을 배제하고 특정대기업에 넘기기 위한 술수. 이렇게 네 가지의 상황으로 정부의 ‘특정업체 밀어주기’의 의혹을 강하게 주장하였다. 과연 정부는 이러한 대우건설노동조합의 주장에 ‘근거 없음’ 이라고 못 박을 수 있을까?
◆ 입찰에 참가한 기업들 ‘총알’은 있나 ‘대우건설인수’ 라는 결승선을 목전에 두고 최대의 변수는 자금 조달 능력이다. 대우건설의 인수자금부담이 애초에 3조 5천억원 이었던 것이 대우건설의 주가가 오르고 인수 경쟁이 치열해 짐에 따라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나타나 관련 기업들의 분위기는 한 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사실상 ‘인수 후 2년간 대우건설을 매각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놓은 상태여서 인수 희망 업체들은 두둑한 ‘총알’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모습들이다. 금호 아시아나 그룹은 재계나 시장 반응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였으나, 대우건설 매각 본 입찰 당일인 지난 9일 오전, 산업은행이 컨소시엄 구성에서 포기할 뜻을 밝혀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이다. 게다가 정부의 ‘밀어주기’ 루머와 풍문에 휩싸여 있어 현재는 전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유진그룹은 자회사 매각등으로 벌써 1조원 가까이를 마련해 놓은 상태이다. 컨소시엄 역시 신한은행, 하나은행등과 함께 네덜란드계 은행인 ABN암로, 공무원 관리공단, 지방행정공제회등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프라임그룹은 신도림과 강변 테크노마트 분양 및 자산 유동화를 통해 1조 5천여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게다가 농협과 우리은행이 2조원 미만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였으며,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최대 관심사로 꼽히던 대우건설 우리사주 조합이 프라임그룹을 선택 하였다는 것에서 이목이 집중 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진로 인수 전 당시 남아있던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분투자에 동참할 SI 그룹도 꾸민 상태다. 그러나 자금력이 아닌 도덕성 평가에서 큰 감점이 예상되는 만큼 양질의 FI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삼환기업은 별도의 SI없이 독자적으로 대우건설 인수에 나섰는데, 외환은행과 일본계 금융기관이 인수금융을 지원하고 있다. ◆ 대우건설 우리사주 조합 결국 ‘프라임과 동침’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복병’으로 떠올랐던 대우건설 ‘우리사주조합’이 결국 프라임그룹과 손을 잡았다.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 마감일인 9일 오전 우리사주조합이 프라임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최종 합의한 것이다. 우리사주 조합은 현재 대우건설 지분 3.4%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지분 중 3000억원을 프라임 컨소시엄에 투자키로 한 것이다. 이것은 단지 ‘자금의 확보’ 라는 의미를 넘어서 비가격요소 평가에서도 유리한 ‘명분’을 확보함으로써 다른 경쟁사 컨소시엄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프라임그룹의 좋은 분위기가 ‘대우건설 인수’라는 결승선 까지 몰고 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결국 ‘금호’와 ‘프라임’의 ‘맞짱’ 으로 이어지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어느 정도 윤곽은 드러났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의 분위기 상으로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프라임그룹이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밀어주기 의혹의 ‘주인공’인 금호아시아나그룹, 막판 대우건설 우리사주조합과 손을 잡은 프라임그룹. 그러나 대우건설 매각 본 입찰 당일인 지난 9일, 두 그룹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철썩같이’믿었던 산업은행이 컨소시엄구성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반면, 프라임그룹은 천군만마라고 할 수 있는 ‘대우건설 우리사주조합’과 손을 잡음으로써 대외적으로 ‘좋은 배경’을 얻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장의 반응이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오는 23일 이전에 또다시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 누가 인수하던지 ‘후유증’은 남을 전망 현재의 분위기는 경쟁 자체가 지나치게 과열된 느낌이다. 이러한 경우 ‘대우건설’의 인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인수 후 정상적인 경영이 이루어질지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이러한 ‘인수가격상승’은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의 분배에서 불협화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그러한 예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은 인수 업체와 컨소시엄구성원 들의 힘겨루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인수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경우 자금의 유동성 악화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더불어 “대부분 외부의 자금에 의존한 나머지 인수 후 경영 주도권 전쟁이 빚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자산 관리 공사는 대우건설 입찰자들에 대한 심사를 거쳐 오는 23일쯤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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