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설득 위한 자료 전격공개…삼성물산 “주장 되풀이하는 수준”

▲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는 근거를 담은 프레젠테이션을 홈페이지를 통해 전격 공개했다. 엘리엇은 이 자료가 ISS를 설득하기 위한 자료라는 사실을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엘리엇의 여론전이 본격 시작되는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뉴시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부당하다며 삼성물산과 이사진을 대상으로 제기한 주주총회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엘리엇 측이 ‘총공세’를 폈다. 자사가 직접 개설한 홈페이지를 통해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27페이지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 기구인 ISS를 설득하기 위한 자료임을 밝힌 것이다.

이번 자료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ISS가 글로벌 주주총회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총 안건과 관련해 입장을 정할 때 권고안을 제시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즉,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과 관련해서도 삼성물산 외국인 주주들이 찬성, 반대 여부를 결정할 때 ISS의 권고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법원 심리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으로 여론전에 나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엘리엇은 “엘리엇은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하며 이같이 말했다.

엘리엇은 “(경영권 승계)진행 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반드시 준수하여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주주들의 이익 또한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날 엘리엇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27페이지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자료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하는 자사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엘리엇은 특히 이번 PPT가 글로벌 의결권 자문 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를 설득하기 위한 자료임을 시사했다.

엘리엇은 “이 자료는 ISS를 위해 준비된 것으로 ISS가 이번 인수 제안을 검토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저평가’ 제일모직 ‘고평가’”

먼저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불법적”이라는 기존 주장에 대한 근거 자료를 제시했다.

엘리엇은 “이번 합병 계약은 삼성물산을 심각하게 저평가했고 제일모직 주식의 시장 가치가 극단적으로 고평가됐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며 “합병이 되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 주주들을 위해 7조8천억원의 장부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주가를 반영한 합병안은 적절하거나 공정하지 않다”며 “두 회사의 공정한 가치를 기반으로 한 적합한 평가가 기반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은 한국의 주요 엔지니어링 및 건설 회사 중 하나로서 삼성물산의 실적은 명백하다”며 ”회사의 전체 영업 이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은 국내 건설 회사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이득이 되는 사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동종업계 기업들의 성장률을 비교하면 삼성물산이 이들보다 우월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업종의 업황 부진으로 삼성물산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건설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 이하로 낮은 수준이라는 삼성그룹 측의 설명을 반박했다.

엘리엇은 5월 25일 기준 PBR이 삼성물산 0.64, 현대건설 0.98, GS건설 0.66, 대림건설 0.68로 엇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등 계열사 지분을 제외하고 다시 계산하면 삼성물산의 PBR이 -0.06으로 기형적으로 낮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합병 발표일을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4.1%), 삼성SDS(17.1%), 제일기획(12.6%), 삼성엔지니어링(7.8%) 등 삼성 계열사 지분 가치는 12조4천억원어치로, 삼성물산 시가총액 8조1천억원의 1.5배에 달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엘리엇은 “제안 일을 기준으로 삼성물산 주가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 가치의 63%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일모직 상장 이후 대형 건설주가 평균 26.1% 상승하는 동안 삼성물산은 오히려 11.8%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제일모직 주가는 장기 성장성을 반영하더라도 낮은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해외 IB들이 제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해외IB 11곳(HSBC, 대신증권, 골드만삭스, 노무라, UBS, 유안타, 씨티, 도이치, 모간스탠리, CS, CIMB)이 분석한 삼성물산의 평균 목표주가는 7만5천309원이지만, 지난달 25일 현재 삼성물산 주가는 5만5천300원이라면서 36% 저평가됐다고 제시했다.

제일모직에 대한 7개 해외IB(JP모간, 모간스탠리, 씨티, CS, 바클레이즈, HSBC, BAML)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10만7천원이지만 현 주가는 16만3천500원이라며 35% 가량 고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은 합병 공식(merger formula)에 근거 해 결정됐는데, 이는 제일모직이 극도로 고평가돼 있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매우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제일모직 상장 이후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한 점을 제시하면서 “제일모직과의 불공정한 합병 시도가 삼성물산 주가를 짓누름으로써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합병 시너지도 실제와 다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시너지 역시 실제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우 복잡한 기반시설과 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대부분이지만 제일모직은 단순한 빌딩과 리모델링이 대부분”이라며 “양사의 건설사업에는 공통점이 없어 시너지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측이 합병회사의 건설분야 매출은 6년 연평균성장률(CAGR)을 6.5%로 적용했을 때 2020년에 23조6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관련 “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 6년간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이었던 14.0%보다도 적은 수준”이라며 “제일모직의 건설부문 매출은 합병회사 건설 매출의 8%를 기여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또 엘리엇은 “주주들은 높은 합병 비용을 떠안지 않는다면 다양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삼성 측은 이번 합병과 관련된 비용에 대해서 어떠한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제일모직은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업이 거의 없다”며 “놀이공원이나 건설, 패션상점, 케이터링, 생명보험회사의 주요 주주, 바이오 의약품 부문 손실 등을 안고 있는 회사”라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주요 투자은행의 리포트를 거론하며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우리의 견해에 공감한다”며 실제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모건스탠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건설사업부문의 매출을 분석하면 우리는 의미있는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합병을 통한 건설사업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우리는 양사가 오직 일부분만 사업 범위가 겹치기 때문에 합병을 통해 실질적인 사업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자료 공개에 대해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5개 순환출자 고리 형성”도 강조

마지막으로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엘리엇은 이번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통합 삼성물산,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통합 삼성물산,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통합 삼성물산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통합 삼성물산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화재→통합 삼성물산 등의 5개의 순환촐자 고리가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불공정한 합병안을 받아들라고 주주들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대신 장기적인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18일 "기업의 미래가치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엘리엇이 일반인을 상대로 한 홈페이지 개설과 관련해선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