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권 신호등 붉은 등 점멸 예고

오는 6월 30일 서울시장직 퇴임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시장의 대권 도전 행보에 황색 신호등이 켜지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그동안 친이 세력으로 분류되며 그의 힘을 부풀려주던 세력들이 선거 후 하나둘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이 시장은 대권 도전을 혼자 힘으로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내달 11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대권주자들의 대리전이 될 것을 염려하는 당내 의원들이 親朴, 親李 등으로 분류되는 것을 우려해 거리두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 최근 경선 연기론을 제기한 이 시장에 대한 ‘패배주의’ 및 도덕적 자질문제가 불거지면서 親李 세력의 해체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이 시장만이 아니다. 흩어진 親李 세력들이 또 다시 어떤 세력과 규합을 하게 될 것인가,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내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당 전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밤잠 설치는 이 시장 최근 한나라당 내 중도개혁성향의 4개 그룹은 독자적으로 대권 후보를 내겠다고 발표하며, 이 시장과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4개 그룹 중 그동안 親李 계열로 알려져 있던 ‘국가발전전략연구회’, ‘푸른정치모임’ 등이 그 대표적인 세력이다. 더욱이 5.31 지방선거를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를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새정치수요모임’ 또한 그룹에 포함되어 있다. 수요모임의 박형준 대표의 경우 “7.11 전대에서 차기 대권주자의 대리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중립적인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며 이 시장 뿐 아니라 박근혜 대표, 손학규 경기도지사와도 선 긋기에 나섰다. 당내에서 이 시장과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원내대표 경선 당시 김무성 의원과 접전을 벌이며 박 대표와 이 시장의 대리전으로 불렸던 親李 계열의 대표적 인사 이재오 원내대표 역시도 이 시장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 역시 전대가 차기 대권주자의 대리전이 될 것을 우려해서 이 같은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親李계를 배경으로 당권주자에 도전하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시장 입장에서는 가장 든든한 지지 세력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더욱이 서울시장직을 퇴임한 후 야인의 입장으로 차기 대권행보에 나서야 하는 이 시장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잃게 되는 것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항간에 들려오는 “이 시장이 밤잠을 설치며 전전반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뜬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내 지지 세력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물론, 지방선거 직전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당한 후 지속적으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박 대표와는 달리 이 시장의 지지율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배신에 대한 복수? 이재오 원내대표와 더불어 이 시장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천군만마와도 같은 홍준표 의원 역시 親李계열에서 확실하게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다소 명쾌하지 못한 이유로 등을 돌리려 하는 데 반해 홍 의원은 직접적인 이유를 거론하며 이 시장을 비난했다. 이 시장이 “대선 후보를 가리는 경선 시기를 연기하자”고 주장한 데 대해 “패배주의적 발상”이라는 강도 높은 실망감을 표현한 것. 그동안 국가발전연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당내 누구보다 이명박계로 알려져 있던 홍 의원은 지난 5일 한나라당 대선토론회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의 이 시장에 대한 등 돌리기는 실망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이회창 후보의 경우를 예로 들며 “흠이 있는 후보를 뽑아서는 안된다”고 ‘비리후보 불가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 황제테니스 사건을 비롯해 지난 3월 26일 본지 단독 특종으로 밝혀졌던 산청도자기 뇌물 수뢰혐의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홍 의원 역시도 겉으로 드러난 이유보다 다른 속사정이 있어 이 시장과 담을 쌓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서울시장 당내 경선 과정에서 막판에 이 시장이 오세훈 후보 쪽으로 돌아서면서 이에 홍 의원이 상당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패배주의적 발상’에 대한 비난을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있어도, ‘비리후보 불가론’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미 이 시장의 비리는 5.31 지방선거 전부터 있었던 일들이며, 서울시장 경선에서 탈락하기 직전까지도 홍 의원은 親李계의 핵심 인물로 분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의 결과 지난 5일 이 시장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 압승을 거둔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잘해서 그런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희망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 이 시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날아온 화살의 진원지는 열린우리당이 아닌, 한나라당 내부. 특히,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 심재철 의원은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너무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잘해서 몰표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님을 이 시장은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 시장의 경솔함을 지적했다. 심 의원의 이 같은 지적 또한 이 시장에 대한 등 돌리기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또한 심 의원은 “서울 선거에서 25개 구청장을 싹쓸이했다고 자만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이 보이는 자만심에 국민들은 또 다시 한나라당에 싸늘한 눈길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내 ‘푸른모임’의 임태희 의원의 경우에도 8일 “전당대회의 당헌·당규 개정과 관련해 대선 주자들의 반응을 보고 한마디로 실망했다”고 하며 이 시장뿐 아닌 대권 예비 후보 모두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대권후보 선출시기에 대해서 늦출 수도 있고, 선출방법도 변경할 수 있지만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런 지엽말단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한심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주자들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검증받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당권·대권 분리 조항은 한나라당의 ‘빅3’를 위한 조항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에 ‘빅3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개혁성향의 4개 그룹이 연대해 독자적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전 시나리오는 준비했나? 국민적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이 시장은 현재 고건 전 총리나 박근혜 대표에게도 지지율이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발품을 팔아서라도 세를 늘리기 위해 여념이 없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수세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시장의 가능성이 모두 차단된 것만은 아니다. 정치라는 특성상 또 어떤 반전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親李계열로 이 시장과 공생관계에 있던 세력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 이 시장이 벌여놓은 상황에 대한 ‘자업자득’의 결과로 풀이되기에 다시 세를 연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어떤 예비 후보들과 비교해서도 지지율에서 앞서 있던 이명박 시장. 그가 떠나가는 민심과 지지 세력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어떤 묘책을 구상하고 있을지 궁금함이 증폭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