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밀어내기 갑질에 오너 탈루 혐의까지…도덕성 도마 위

▲ 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물량 밀어내기’혐의로 부과받은 과징금 중 일부분을 환급받게 됐다.ⓒ남양유업

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물량 밀어내기혐의로 부과 받았던 과징금 124억원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과징금 환급은 남양유업의 현금유동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에 이어 올해 홍원식 회장이 세금탈루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등 남양유업이 불식해야 할 도덕성 논란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

◆ 물량 밀어내기 과징금 환급

‘물량 밀어내기’로 불매운동 역풍을 맞았던 남양유업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받아냈다. 원심에서 ‘5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의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던 만큼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남양유업은 당초 과징금 124억원에서 최대 119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사건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상고심에서 대법원 특별 1부는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하며 ‘심리불속행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이란 재판에서 본안의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이 경우 원심이 최종 판결이 된다.

앞서 지난 1월31일 서울고법 행정2부(이강원 부장판사)는 남양유업이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24억원 가운데 5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바 있다.

즉 원심결과를 최종 판결로 결정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남양유업에 당초 부과됐던 124억원의 과징금이 모두 취소되고 공정위가 재산정한 액수가 재부과되는 순으로 과징금 정산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그 건에 대해서는 드릴말씀이 없다”고 짧게 답변했다.

만약 공정위가 적법한 과징금 기준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갑질’에 대한 과징금은 5억원에 그칠 수도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3년 7월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나 주문하지 않은 제품을 강제 할당해 구입하도록 한 것과 판촉사원 임금을 대리점이 절반 이상 부담하게 한 것을 적발하고 과징금 124억원을 부과했다.

당시 갑을 논란이 촉발되자 남양유업은 1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전환됐다.

이후 남양유업은 공정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구입 강제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까지 과징금을 매겼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고법은 남양유업이 판촉사원의 임금을 대리점에 전가한 것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구입 강제 혐의에 대해서는 “남양유업은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회전율이 낮은 일부 제품에 대해 구입을 강제했을 뿐 전체 품목을 구입하도록 강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 남양유업이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 총 198억원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사진 / 이철행 기자

◆ 공정위 제재누락 보고서 일시 정정

앞서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 총 198억원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서 회사에 유리해 보이도록 ‘꼼수’를 썼다는 지적도 받았다.

금감원 기업공시국은 남양유업이 2011~2013년 까지 공정위로부터 2차례에 걸쳐 부과 받은 과징금 총 198억원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을 적발하고, 지난 5월11일 오전 수정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공정위 제재사실 2건을 곧 바로 2011년 2분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12개의 분기보고서와 3개 사업보고서에 '그 밖에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란에 일시에 추가해 넣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통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기업공시 작성기준에 근거해 당국으로부터 제재 받은 사실이 있을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이 과거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실은 추가 투자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2011년 매일유업과의 ‘커피값 담합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74억원을 부과 받았고, 이후 지난 2013년 7월 ‘물량 밀어내기’ 불공정행위로 124억원을 부과 받았다. 이로써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은 총 198억원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당초 2011~2014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담합건과 불공정행위건으로 공정위로부터 부과 받은 과징금 내역을 하나도 기재하지 않았다.

대신 남양유업은 사업보고서에 공정위를 상대로 진행한 과징금취소소송 내역을 기재했다. 2014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우발채무 등’ 현황에 “당기말 현재 당사가 원고로 계류 중인 소송사건은 2건으로 소송가액은 198억원”이라고 적고 있다. 이에 회사에 유리해 보이도록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편, 총 과징금 198억 중 담합건 과징금에 해당하는 74억원은 이미 지난 4월 대법원이 공정위 측의 손을 들어주며 남양유업 측이 과징금을 지불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된 사안이다. 이외 불공정행위 건에 대한 124억은 이달 대법원이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내림에 따라 조만간 공정위가 재정산액수를 결정하고 나면 조절될 예정이다.

◆ ‘탈루혐의’ 홍원식 회장, 오너리스크 작용?

한편,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오너리스크가 회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 회장은 지난 2월6일 73억여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홍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홍 회장과 함께 기소된 김웅(62) 전 남양유업 대표에게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홍 회장은 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을 이용, 직원들에게 자신의 차명 주식계좌를 관리하도록 하고, 차명 주식을 양도해 양도소득을 얻었음에도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면서 “증여세를 포탈하기 위해 미술품 거래 명의를 차명 주식계좌 명의인으로 가장하기도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홍 회장의 포탈세액은 26억5000만원에 달한다”면서 “다만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고 그에 따른 세금 및 가산세까지 395억원을 모두 납부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13년 ‘물량 밀어주기’ 갑질 논란이 나온 해 최초로 적자전환 한 이래 남양유업의 실적은 잇따라 하향세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270억원이었고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6.4% 줄어든 1조1517억600만원을 기록했다.

업황 악화가 실적하향세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리점 밀어내기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역풍을 맞은 영향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 회장의 ‘탈루’ 혐의는 오너리스크로써 남양유업의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남양유업은 최근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자회사인 금양흥업에서 총 3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진행해 마련한 수백억원을 강남 신사옥 건립에 쏟아붓고 있다.ⓒ뉴시스

◆ 실적악화에도 강남 신사옥은 올려야

또한 홍 회장의 숙원사업인 강남사옥 신축을 두고 그룹의 재무건전성에 위협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올해 1월 남양유업은 자회사 금양흥업에서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강남 사옥 신축 자금으로 부어넣었다.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금양흥업은 남양유업의 사옥 발주처로 강남 사옥을 위해 이미 2013년 100억원과 2012년 6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무리해서 사옥 신축에 몰두하는 것을 두고 향후 회사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양흥업의 경우 남양유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규제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회사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 유상증자를 통해 사옥 신축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의견이 많다.

남양유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1년, 2249억원→2012년, 1376억원→2013년, 615억원→ 2014년 586억원으로 3년 만에 4분의 1토막 났다.

남양유업 신축 사옥은 연면적 1만5293㎡규모로 지하 4층부터 시작해 지상 16층에 이른다. 완공은 내년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후 본사 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2013년부터 강남 사옥 신축을 진행해왔지만 실적 악화 때문에 계속해서 공사 중단과 개재를 반복해왔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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