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언급”…합병무산설 반박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능성을 두고 증권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뉴시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능성을 두고 증권가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주목된다.

16일 유진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합병 무산시 발생할 손실을 감내할 주주가 많지 않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한병화 연구원은 “특히, 국민연금이 반대를 하거나 기권할 확률도 높지 않다”면서 “국민연금은 현재 약 1조원 이상의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합병 무산시 제일모직의 주가 하락은 명백해 엘리엇의 주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고, 더불어 국민의 재산을 위탁관리하는 연금이 해외 헤지펀드와 동조하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삼성그룹 지분(우호지분 포함) 22%, 국민연금 10.1%, 국내기관 7.7% 등 약 40%는 이번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엘리엇을 포함한 해외 펀드 전체의 지분율인 34%보다 높은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삼성그룹 입장에서 합병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엘리엇과 향후 소송에 따른 위험보다 눈앞에 닥친 후계구도의 확정이 그룹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현 시가가 자산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데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그룹 주식들은 제일모직과 합병 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서 사용될 때에만 그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합병 후 기대할 수 있는 주주 가치 상승 모멘텀을 누리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교보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성공에 무게를 뒀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7월 17일 열리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연금이 수익률 극대화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취하기 어려우며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합병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 26.7%의 표심 역시 유동적이므로 엘리엇 공세의 성공 여부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백 연구원은 “합병이 성공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합병 시너지에 대한 기대로 양사 주가가 공히 우상향할 것”이라며 “따라서 합병이 성사돼도 엘리엇이 어떤 금전적 손해도 입은 바 없고 소송을 해외로 끌고 가더라도 손해액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15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 김철범 리서치센터장은 “표대결과 해외 소송이라는 엘리엇의 전략에서 삼성 측이 다소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삼성 측이 확보한 우호지분이 19.8%에 불과하다”며 “반면 엘리엇은 단독 보유지분이 7.1%에 불과하지만 엘리엇에게 우호적일 수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이 26.7%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이어 “외국계 주주들은 엘리엇의 의견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합병안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과소평가해 합병조건이 공정하지 않다는 엘리엇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외국인 주주들에게는 그에 따른 추가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10.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도 현 시점에서 삼성 편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병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7월 초 발표될 예정인 글로벌 의결권 자문 전문회사 ISS의 의견서도 엘리엇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외국계 기관이나 연기금은 ISS의 의견에 따라 투자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ISS가 과거의 여러 사례에서 엘리엇의 의견을 지지한 점을 참고하면 ISS는 삼성 측보다 엘리엇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아울러 “합병이 성사돼도 해외 소송까지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삼성 측이 이번 합병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엘리엇의 삼성 공세가 단순한 시세차익의 목적이 아니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 센터장은 “이슈 초기만해도 단기 투자차익을 챙기는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최근 엘리엇이 두 차례나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며 “엘리엇은 과거 오랜 기간에 걸쳐 글로벌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법적분쟁을 일으켜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여러차례 있는 만큼 일시적인 이벤트라기보다 장기적 이슈이며,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엘리엇의 과거 전적은 화려하다.

엘리엇은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 디폴트에도 관여했다. 아르헨티나는 1000억 달러의 디폴트 선언 후 국제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을 합의, 채무의 71~75%를 탕감해주는 합의안에 채권단 다수가 참여했으나 엘리엇은 합의에 불응했다. 이어 타 해지펀드 한곳과 함께 미 법원에 소송, 액면가 13억 3000만 달러의 국채를 4800만 달러의 헐값에 사들인 뒤 소송에서는 액면가 전액 상환을 요구했다. 미국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며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도 전액 상황을 하게 되면서, 결국 아르헨티나는 기술적 디폴트에 빠졌다.

또한 2003년 엘리엇은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며 제시한 우선주 가치가 부당하다며 저지에 나서, 독일 2대 펀드인 Deka investment와 손을 잡고 법적 분쟁을 통해 주가를 높이는데도 성공했다.

이후 엘리엇은 2005년에도 미국 유통업체 샵코를 한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는 거래에 반대해 자신들의 샵코 지분 가격을 주당 24달러에서 29달러로 올려서 받아냈다.

2006년에는 인력 컨설팅업체 아데코가 독일기업 DIS를 인수해 비상장사로 만들려는 계획에 맞선 끝에 지분 가격을 주당 54.5유로에서 113유로로 끌어올린 바 있다.

한편, 삼성측은 합병 포기는 없을 것이라며 ‘합병무산설’을 반박했다.

삼성 관계자는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인한 합병 포기란 가설은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라며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이 시장의 불안을 부추기는 언급”이라고 반박했다.

제일모직 관계자도 “엘리엇과 네덜란드 연기금 외에는 현재 해외기관 투자자 중 명시적 반대 의사를 표시한 기관이 전혀 없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전부 반대 의사를 가진 것처럼 기재한 보고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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