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당 40건 넘는 하자에 협상태도마저 도마 위

▲ 지난 2월 준공된 화성시 신동탄 SK 뷰파크 1차 아파트 입주민들이 수 많은 하자와 SK건설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하면서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입주자모임카페

SK건설이 지난 2월 준공한 화성시 신동탄 SK 뷰파크 1차 아파트에서 세대 당 수십 건의 하자가 발생해 입주민들이 부실시공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15일 경기도 화성시 반월동에 위치한 SK건설의 ‘신동탄 SK 뷰파크 1차’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세대마다 평균 40건, 많게는 한 세대에서 100여건까지 하자가 발생, 입주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SK건설이 ‘명품아파트’라고 홍보해 온 신동탄 SK 뷰파크 1차 아파트는 지난 2012년 11월 선분양을 시작했다. 신동탄 SK 뷰파크 1차 아파트는 총 25개동 총 1967실의 대규모 단지로 구성됐으며 ‘신동탄’이란 이름과 달리 행정구역상 동탄1·2신도시에 속하지 않아 동탄2신도시의 아파트 단지들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웠다.

동탄2신도시의 최저분양가는 3.3㎡당 1050만원이었지만, 신동탄 SK 뷰파크 1차 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150만원 이상 저렴한 평균 3.3㎡당 890만원대였다. 이처럼 비교적 저렴한 분양과와 주변 인프라 덕에 완판 분양에 성공했다.

SK건설 측은 분양 당시 “분양가를 대폭 낮췄고 시공 품질은 고급화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계약 당시 SK건설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사전에 품질만족을 위한 자체 점검활동을 시행하고 준공 전 공사를 마무리한 후 입주고객에게 직접 평가를 받겠다며 호언장담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민들 “세대당 40건이상 하자”
하지만 입주를 앞둔 지난 1월 24~26일 실시된 사전점검에서 입주예정자들은 수많은 하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전점검 당시에도 곡선으로 휘어진 천장, 흔들리는 창문 틀, 손으로 누르면 쑥 들어가는 벽 등 여러 하자가 있었다. 사전점검 과정에서 접수된 하자는 무려 2만2000여건이었다.

입주민들은 입주 후에도 타일이나 도배·콘센트 마감은 물론 신발장이 천정 등에 막혀 열리지 않는다거나 출입구 앞에 기둥이 있어 동선을 가로막는 등의 문제를 여기저기서 발견했다.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세대당 적게는 40~50건, 많게는 100여건의 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한 세대는 작은방 창문의 외벽 난간 시멘트가 파손돼 바람이 불 때마다 실내로 돌가루가 유입된다고 전했고, 다른 세대는 입주 후 거실 벽과 붙박이장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파트 내부 뿐만 아니라 공용장소인 보도블록, 주차장에서도 하자가 발견됐으며 한 입주민은 “분양 당시 명품 아파트라는 말만 믿었는데 상당수가 부실시공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입주민들은 아울러 SK건설이 하자보수 일정에 소극적으로 일관해 왔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직접 1인 시위 등 행동에 나서기까지 했다. 지난달 1일 신동탄 SK뷰파크 2차 모델하우스 개관일에는 한 입주민이 마스크를 쓴 채 빨간깃발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지난 2월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수감된 의정부 교도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달 9일에는 2차 단지 분양에 항의하는 거리행진마저 진행됐다. 세대 곳곳에서는 SK건설을 성토하는 현수막이 걸리는가 하면 이의를 제기하는 의미로 빨간 깃발을 내건 세대들도 상당수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입주민들은 다른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들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부실시공 논란 현황을 알리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입주민들이 거주목적으로 분양받았고, 저렴한 분양가 덕에 상대적으로 입주민들의 연령대가 젊은층에 속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SK건설 측은 90%가 넘는 하자를 모두 보수 완료했고 이달 중으로 모든 하자를 보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입주민들은 SK건설 측이 보수해줬다고 해명하는 하자들도 대부분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입주자모임카페

◆SK건설 행태도 도마 위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SK건설의 무성의한 행태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총 1200여 세대에서 5만여건의 하자 관련 민원이 제기된 상태지만, SK건설 측은 세대당 10여건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면서도 세부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입주 후 세 달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끊임없이 하자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다. SK건설은 94% 정도의 하자를 보수했으며 이달 중으로 모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입주민들은 말도 되지 않는 얘기라며 아직도 처리되지 않은 하자들이 곳곳에 널려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점검 당시 하자가 2만여 건이나 발생했지만, SK건설 측은 “보수를 완료하겠다”며 장담했고 지난 2월 17일 화성시로부터 준공승인을 받았다. SK건설은 준공승인 사실조차도 알리지 않다가 일주일이 지난 후에 입주예정자들에게 준공승인을 알리고 입주 안내를 시작해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입주민들은 화성시에 준공승인을 내주지 말 것을 강하게 요청해온 터라 화성시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화성시청 주택과 관계자는 “민원 전화를 많이 받았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한 입주 예정자는 “3억원짜리 물건을 샀는데 악성민원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입주자들이 모인 카페에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SK건설 측과 4차례에 걸쳐 협상 테이블을 열었지만, 입주민들에 따르면 SK건설은 하자보수는 대부분 해결됐고 입주민들이 만족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놔 입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입주민들은 대부분의 하자 보수가 땜질식 처방에 그쳐 안 하느니만 못한 상태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고 꼬집고 있다.

◆저렴한 분양가, 부실시공 의혹까지
아울러 공용시설 설치에 관한 부분도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입주민들은 분양 공고문이나 계약서 상에 따라 아파트 미관을 높이는 경관 조명 설치, 가스 배관의 매립형 설치, 계단실·복도실 창호의 개방형 시공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SK건설 측은 신동탄 SK 뷰파크 아파트가 아닌 수원 SK 스카이뷰의 모집 공고문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들어간 내용이라고 발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용시설 설치에 관해 SK건설 측은 입주민 카페에서 구성된 비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입주자대표회의와 얘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입주민들은 비대위를 해체하고 지난 13일에는 입주자대표위원회 회장을 선출하는 등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고 있다.

애초 모델하우스와 다른 자재를 사용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대위에 따르면 SK건설은 기존 모델하우스에 전시된 KCC 새시가 아닌 다른 브랜드 새시를 아파트 시공에 사용했다. 하지만 SK건설 측은 “비슷한 품질의 새시를 사용했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SK건설 측이 비대위가 요구하는 추가 시설물의 설치가 어렵다는 또 다른 이유로 ‘분양가’를 들고 있다는 점은 예고된 부실시공에 대한 의혹마저 낳고 있다. 지난 3월 SK건설 측은 “이 분양가로는 그런 시설들을 더 공급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입주민들은 무리하게 분양가를 낮추면서 부실시공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109동 주차장 옹벽, 주차할 수 없게 돼 있는 주차장 설계 등 공용시설의 하자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1차 아파트의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지면서 2차 아파트가 흥행에 실패하자 이 지역에 SK브랜드타운을 조성하겠다는 SK건설의 계획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입주자모임카페

◆2차까지 직격탄?…SK 브랜드타운 ‘흔들’
신동탄 SK 뷰파크 1차 아파트의 부실시공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근에 대규모로 분양하는 신동탄 SK 뷰파크 2차 아파트 단지의 분양마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SK건설은 신동탄 SK 뷰파크 2차 아파트 1086세대를 분양해 지난달 청약 접수를 마감했다. 1차와 합하면 총 3000여세대에 달하는 ‘SK 브랜드타운’이 조성된다.

하지만 최근 중소형 아파트의 품귀 현상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분양 보증수표로 불리는 59㎡A와 59㎡B는 청약이 마감됐지만 나머지 84㎡A·B·C 타입은 100%를 겨우 넘겨 120%를 채우지 못해 마감에 실패했다. 청약 마감은 청약률 공개시 20% 이상의 예비입주자가 선정돼야 하기 때문에 120% 이상인 곳만 해당된다.

특히 1순위 접수에서는 371세대를 모집하는 59㎡A형의 경우 140명 접수에 그쳐 1순위 미달을 기록했고, 92세대를 모집하는 59㎡B형도 52명만이 접수했다. 84㎡A형의 경우 232세대 모집에 27명만이 접수했고, 335세대 모집의 84㎡B형은 70명, 158세대를 모집하는 84㎡C형도 단지 12명만이 접수했다. 1순위 청약률은 0.25대 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향후 개시될 실제 계약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이 같은 청약 미달에 신동탄 SK 뷰파크 1차 아파트의 부실시공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신동탄 SK 뷰파크 2차 아파트 주변에 초등학교가 없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초 SK건설은 2차 아파트 주변에 초등학교가 신설될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지난 2014년 교육부 심사 결과 설립 허가를 통과하지 못해 초등학교 개교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허가가 나더라도 완공 전까지는 신동탄 SK 뷰파크 1차 아파트 주변의 반월초등학교로 임시 배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월초등학교는 신동탄 SK 뷰파크 2차 아파트로부터 도보로 최대 25분이 소요된다.

이처럼 논란의 여파가 지속될 경우 내년 진행될 3차 청약과 분양 역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SK건설은 1086세대로 구성된 SK 뷰파크 3차의 청약과 분양을 내년 진행할 예정이지만, ‘SK 브랜드타운’의 화룡점정을 찍을 3차 역시 입주민과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SK건설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아직 구성되고 있지 않은 만큼 구성되고 난 후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다만 구체적 계획 등에 대해서는 “담당자에게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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