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원 모어 띵', 새 제품 아닌 '애플 뮤직'

▲ 애플 세계개발자회의(WWDC)2015 출입증 이미지. 애플은 매년 6월 WWDC를 열고 키노트 행사로 새로운 제품이나 운영체제 변화 등을 소개한다./이하 이미지=애플 WWDC 키노트 페이지

애플이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센터에서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5 행사를 연 가운데 애플이 운영체제 외에도 새 미디어 서비스를 대거 발표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WWDC는 애플이 매년 개최하는 개발자 이벤트로 올해로 26회째다. 이날 팀 쿡 애플 CEO에 따르면 이번 WWDC에는 세계 70개국 개발자들이 참여했으며, 학생 350명과 1000여명이 넘는 애플 개발자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키노트 외에도 행사 기간 내내 100개가 넘는 세션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중계할 정도로 12일까지 성대하게 행사가 진행된다. 무엇보다 이번 WWDC가 주목 받는 이유는 애플이 전과 다르게 신문, 음악을 포함한 전 분야에 걸친 생활 및 미디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 애플 세계개발자회의 키노트 행사를 보러 온 참가자들.

◆ 애플 "속도와 안정성이 운영체제 중점" 

WWDC는 시작부터 키노트로 세계 애플 애호가들을 흥분시켰다. 맥 운영체제 OSⅩ과 모바일 운영체제 iOS, 애플워치를 위한 워치OS발표가 먼저 시작됐다.

크레이그 페더레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요세미티는 이미 55%에 달하는 맥에 설치돼 있지만 윈도우8.1은 겨우 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말은 맥 컴퓨터의 궁극적인 경쟁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말로 풀이된다. 실제 윈도우8 시리즈는 불편한 사용자 경험과 불안정으로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애플은 이날 새 맥 OS인 ‘엘 캐피탄’을 공개하면서 경험과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엘 캐피탄은 맥용 메탈(METAL)을 탑재해 이전 버전인 요세미티보다 애플리케이션(앱) 시작 속도는 1.4배, 앱 전환 속도는 2배, PDF 파일 미리보기는 4배 더 빨라졌다. 메탈은 오픈CL 컴퓨팅과 오픈GL 그래픽을 조합한 것이다. 애플에 따르면 어도비 애프터이펙트의 경우 렌더링 효과는 8배나 향상됐다고 한다. 또 창 관리 기능도 개선해 전체 화면에서 다른 창을 위로 드래그하면 간단하게 좌우 화면 분할을 할 수도 있다. 엘 캐피탄은 올 가을부터 무료로 출시되며 베타 버전은 이날 개발자들에게 공개됐다. 일반 사용자 대상 베타 버전은 오는 7월 제공될 예정이다.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iOS9도 소개됐다. 페더레기 부사장은 “iOS8이 현재 사용 중인 아이폰 중 83%가 도입한 데 비해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은 채택율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iOS8이 아이폰4S까지 지원되기 때문에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 83%가 아이폰4S이상 사용자라는 의미다. 따라서 iOS9도 아이폰4S까지 지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는 음성비서 기능을 갖춘 ‘시리(Siri)가 지난해보다 40% 성능이 향상됐다면서 새로운 시리 UI를 iOS9에 탑재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시리의 검색 기능이 대폭 개선됐다. 예를 들어 '요리법'을 검색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최적 앱을 추천해 준다. 비슷한 서비스인 ‘구글 나우’와 경쟁할 계획인 것이다. 특히 애플은 이런 데이터 분석이 디바이스에서만 이뤄지며 다른 제3의 업체와 공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iOS9에서는 지도 앱에서 경로를 검색하면 시리가 내비게이션처럼 가는 길을 알려준다. 대중교통 환승 정보도 지하철 몇번 출구로 나와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시리가 알려주는 지도 기능은 미국 뉴욕과 시카고, 캐나다의 토론도,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시안 등 300여개 도시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iOS9을 이용하면 아이패드에서도 화면을 분할해 두 가지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화면 비율도 7대 3이나 5대5로 조절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페더레기 부사장은 iOS9은 저전력 모드를 지원해 기존보다 3시간 추가사용시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애플은 애플워치 운영체제인 워치OS도 독립시켰다. 이날 발표된 워치OS2는 그동안 아이폰을 거쳐야 했던 번거로움을 대폭 수정했다. 워치OS2는 애플워치 내에서 구동되는 '네이티브 앱'을 지원한다. 애플워치 전용으로 앱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오류를 줄이고 구동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 올 가을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에 먼저 선보일 뉴스앱. 플립보드 형태로 선별적으로 뉴스를 볼 수 있으며 매거진 형태로 이용자가 이용할 수 있다.

◆ 새기술 탑재보다 서비스 실용성 강화 

이번 WWDC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애플이 긴 시간을 할애해 향후 서비스될 사업들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는 물론 그동안 엉성하다는 비난 받았던 애플맵스도 기능이 강화됐다.

모바일 결제서비스 ‘애플페이’는 앞으로 북미에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마스터카드, 비자 외에도 포에버21, 베스킨라빈스, JC페니를 포함한 다양한 소매점에 도입되게 된다. 오는 7월 중 애플페이를 지원하는 매장 수는 약 100만 개에 도달할 전망이다. 또 애플은 오는 7월에 영국에서 애플 페이를 시작한다. 영국 내 지원 매장은 25만개로 추산된다. 올 가을부터 스퀘어 역시 애플페이용 리더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핀터레스트 역시 iOS에 한정해 애플페이를 지원하며 기존 패스북(Passbook)은 애플페이에 통합해 월렛(Walet)으로 대체하게 된다.

애플맵스도 음성비서 시리 기능 향상으로 대폭 서비스가 강화된다. 이날 애플은 애플맵스에 대중 교통 환승 안내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그 뿐 아니라 정류장을 누르면 모든 대중 교통 수단도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결합해서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할 경우 자세하게 안내하는 기능이다. 길 안내 역시 시리가 자연어를 지원한다.

또 애플 홈키트는 아이클라우드를 이용해 홈 보안 장비나 기기에 접근이 가능해진다. 카플레이의 경우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스위프트(Swift)의 경우 모듈 최적화를 통해 6∼7.5배 속도를 개선하는 등 컴파일 속도를 단축했고 프로토콜도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유추해보면 애플의 궁극적인 경쟁자는 이미 관련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하려고 준비하는 ‘구글’로 풀이된다. 다만 애플은 자사 소프트웨어의 강점을 살려 이번 WWDC에서 정식으로 구글과 경쟁할 뜻을 확실히 한 셈이다.

▲ 애플이 이번 키노트 행사에서 '원 모어 띵'으로 발표한 '애플뮤직'.

◆ 뉴스-음악 등 미디어 전반에 손대는 애플

이번 WWDC 키노트에서 수잔 프리스콧 프로덕트 마케팅 부사장은 뉴스(News)라고 불리는 새로운 앱을 소개했다. 이 앱은 ‘플립보드’처럼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제공된 콘텐츠는 애플 포맷에 맞게 전 세계에서 모은 소스를 제공하게 된다. 뉴스 소스를 선택하고 취향을 택하면 나머지는 이에 맞춰 맞춤형으로 잡지 레이아웃으로 표시된다. 방식은 플립보드와 똑같이 좌우로 스와이프해서 기사를 보거나 동영상 재생도 가능하다. 책갈피 기능도 있어 나중에 읽기도 가능하다. 뉴스앱에는 뉴욕타임스, ESPN, 타임, 허스트, 배니티페어, 보그, GQ, 와이어드를 포함한 20여개 콘텐츠 제작자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올 가을 미국, 영국, 호주에서 먼저 시작될 예정이다.

애플 키노트 전통에 따라 마지막으로 설명된 ‘또 하나 더(One more thing)’는 애플뮤직(Apple Music)이다.

애플뮤직은 지난해 애플이 3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비츠 뮤직' 서비스를 개선한 것이다. 장점은 음악 선별 기능이다. 포유(For you) 기능은 이용자가 선택하는 음원들을 파악해 다른 음원을 추천해준다. 또 애플뮤직은 음성비서 ‘시리’를 지원하며 유명 아티스트들이 DJ로 참여하는 24시간 인터넷 라디오 방송 '비츠원'을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가수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액 커넥트(@Connect)' 기능도 담았다. 이 기능은 타임라인 형태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아티스트는 음악 뿐 아니라 동영상이나 사진도 올리면서 팬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이날 에디 큐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 수석 부사장은 애플뮤직을 통해 수만 개에 달하는 광고 없는 HD급 뮤직비디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 뮤직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팟터치의 경우 iOS8.4 이상에서 이용할 수 있다. 윈도우와 맥은 아이튠즈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 이용이 가능하며 안드로이드 버전도 제공할 예정이다. 가격은 월 9.99달러이며 가족 6명까지 월 14.99달러에 이용할 수도 있다. 3개월은 무료다. 애플 뮤직은 6월 30일부터 100개 국가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일각에서는 애플뮤직이 다운로드가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기 때문에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내놓은 ‘데이터중심요금제’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WWDC에서 발표된 애플의 새 서비스들은 한국에서는 일부 자리잡은 서비스들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혜택을 볼 수 없거나 본격 서비스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시사포커스 / 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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