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사·보험사 잔뜩 몸 움츠려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으로 금융권은 예정된 행사와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잔뜩 몸을 움츠리고 있다. / 사진 : 홍금표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확산되면서, 금융권 역시 예정된 행사와 중요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바짝 몸을 움츠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12일 부산에서 개최가 예정되어 있었던 ‘KB평생사랑 콘서트’의 행사 일정을 9월~10월 중으로 잠정 연기했다. 국민은행은 “‘KB평생사랑콘서트’는 면역력이 약한 중장년층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행사”라며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행사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 주말 직원 5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었던 주말자율연수와 110명이 참석하는 ‘하나 이노베이터 워크샵’, 11일 예정됐던 ‘주니어 드림소사이어티’ 등의 행사를 모두 잠정 연기했다.

IBK기업은행은 매년 우수행원을 선정해 해외에 보내주는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 ‘IBK 무역실무 아카데미’ 일정을 잠정 취소했다. 기업은행 측은 한국이 메르스 위험국으로 간주되면서 한국인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경계 수위가 높아진데다, 직원들의 안전 및 여론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이와 함께 오는 19일 일반 고객 신청을 받아 오는 19일과 다음달 3일 진행하려던 ‘천안함 안보견학’ 일정도 잠정 연기했다. 또 기업은행이 30억원을 투자한 영화 ‘연평해전’의 11일 시사회를 취소했다. 연평해전은 10일 개봉에서 24일 개봉으로 일정이 늦춰지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영화 흥행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도 지난 4일 하나은행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던 기업 수출입 담당 직원 연수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명동 ‘낭만 명랑시장’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농협은행은 지난주 부터 내부 교육이나 회의를 연기하고, 중요한 회의같은 경우는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주 예정됐던 고객, 직원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오는 13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우리미술대회 시상식도 일정을 연기할 것인지 취소할 것인지를 두고 검토를 진행중이다.

메르스의 확산으로 고객들이 사람이 모이는 곳을 꺼리는데다, 바깥 출입 자체를 자제하고 있어 은행 내방고객도 급감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전보다는 내방고객수가 확연하게 줄었다”면서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평택 및 경기 남부 지역병원 내 점포 고객은 평소 대비 절반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내방고객 수를 집계하진 않지만 줄어드는 분위기”라면서 “주초라 급한 거래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평택 지역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내방고객 감소세도 뚜렷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수신 창구 고객이 20~30% 줄었고 어린 자녀들을 동반해서 내점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이번 주 들어 내방 고객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향후 대책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카드사와 보험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대카드는 지난 주말 이태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뮤직 라이브러리+언더스테이지' 공연을 뒤로 미뤘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후 다시 일정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대학생들과 임직원들이 함께 과제를 수행하며 기업경영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영랩마케터’ 3기 수료식 행사를 잠정 연기했고, 국민카드는 내달 고객들에게 1박2일의 캠핑 이벤트를 제공하는 행사 일정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현대해상은 오는 1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부근에서 열기로 했던 ‘소녀 달리다’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현대해상은 오는 24∼25일 예정했던 초등생 교통안전 뮤지컬대회도 미뤘다. 한화생명은 6∼7월 개최하기로 한 세계어린이 국수전을 보류했다.

삼성화재는 사업부별로 통상 월초에 진행하는 직원, 설계사 워크숍을 이달에는 열지 않았다. LIG손해보험도 애초 계획했던 설계사 교육을 연기했다. [시사포커스/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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