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보다 군대식 상명하복 기업문화 개선 시급

▲ 포스코가 지난 6일부터 팀장급 이상의 주말근무를 시작해 논란이다. ⓒ뉴시스

'비상 경영’을 선언한 포스코그룹이 6일부터 팀장급 이상 임직원의 토요일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토요일 근무시간이 평일 근무시간과 같은데다가 경영위기 원인에 대한 근본 처방이 아니라는 내부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포스코 그룹은 포스코건설, 대우인터내셔널을 포함해 그룹 전 계열사가 이날부터 임직원들의 토요일 근무가 진행됐다. 

현재 토요근무는 철강경기 침체로 실적부진에 빠진 포스코, 동국제강 등을 비롯한 철강업체들이 비상경영체제로 들어갔기 때문에 '조기극복 차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근무는 ‘자율’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안팎에서는 철강경기 침체 외에도 전임 경영진의 비리문제가 연이어 터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21일 콘퍼런스콜을 통한 기업설명회(IR)에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5조1010억원, 영업이익 73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스코는 "해외철강 및 E&C부문 시황부진으로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자동차강판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미얀마 가스전 본격 이익 창출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수준을 유지했고 영업이익률도 소폭 상승한 4.8%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1분기 순이익도 전년실적 악화에서 크게 회복한 37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 후 큰 실적 개선은 없지만 세계적인 철강 불황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또 국제 철강업계 불황의 밑바닥에는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란 구조적 악순환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와 가짜 제품까지 판을 치면서 철강업계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근본 대책은 수년전부터 국내 철강업계 전반에 걸쳐 절실한 실정이었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포스코그룹은 '위기경영' 때마다 단골로 '토요근무'를 등장시키고 있다. 포스코는 기업평가 사이트에 현직 직원들마저도 '군대식 문화가 강한 반공기업'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수직적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팽배한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영진이나 상사가 내놓은 정책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놓기 어려운 군대식 조직 문화가 여전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것이 지금 포스코 위기를 촉발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주말 출근 여부를 직원들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암묵적으로 회사 내부에서 강요된 조치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업무가 없어도 직장 상사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인사상의 불이익이 주어질 것이란 우려다. 특히 대부분의 실무를 팀장 이하 사원급에서 처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보여주기식 위기극복 방안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달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 권오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하고, 지난달 22일에는 비상경영쇄신위원회 자문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자문위원들은 "의식과 행동, 소통, 일하는 방식 등 기업문화 전반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면서 "최고경영진은 경영쇄신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곧 소통임을 인식해야 한다. 아래에서 위로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강화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한 재계인사는 "지금 포스코는 자문위원들의 지적과는 반대로 과거처럼 모든 직원이 단합된 것처럼 '보여주기식'으로 위기를 타계하려고만 한다"면서 "경영진에게서 불거진 위기를 직원 전체로 확대하는 모양새는 국민신뢰와는 거리가 먼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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