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창출 아니면 분열, 모 아니면 도!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5.31 지방선거가 가져온 파장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거대한 분위기다. 파장의 핵심 소용돌이는 물론 열린우리당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못지않게 각 정당들 또한 크고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계개편에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대권 주자들의 경합이 치열해지면서 그 파장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으로 열린우리당의 대권 예비 후보들은 한나라당 예비 후보들에 지지율 측면에서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한나라당이 충분히 선전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열린우리당 스스로가 자업자득의 형상으로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세는 한나라당 측으로 기울어 있다. 그러나 그들을 견제하며 틈새를 노리고자 하는 또 다른 잠룡들과 한나라당 내부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적을 간과하고 넘어가서는 한나라당도 안심하고 대선을 향할 수만은 없다. ◈정계개편, 한나라당도 예외 아니다 5.31 지방선거 이후 당 붕괴설이 불거지고 있는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최고위원을 주축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며 당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대중적 지지도와 함께 절대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의 부재가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고만 있는 당 지지도나 그것에 더한 당내 계파 간 분열은 빠져나오기 힘든 수렁 속으로 열린우리당을 잡아끌고 있다. 민주당으로의 편입, 고건 전 총리와 신당 창당 세력 구축, 중도성향 제 3세력의 규합 등 흩어질 대로 흩어진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마음은 더 이상 한 곳으로 모으기 힘들만큼 제각각인 분위기다. 그러나 이 같이 살얼음 위를 걷는 분위기는 열린우리당에서만 보이고 있는 현실이 아니기에 더욱 흥미롭다.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 축배의 잔을 아직 놓지 않은 한나라당 또한 여유를 부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차기 대권을 향한 예비 후보들 간의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비 후보들 간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도 한나라당 내 갈등을 심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예비 후보들은 경선 결과에 절대적 승복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쉽지 않은 이야기다. 경선을 치르기도 전에 갈라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당내 경선에 참여했던 후보들은 깔끔했다. 당시 오세훈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했을 때, 그와 가장 경합을 벌이던 홍준표, 맹형규 후보 등은 약속했던 대로 깔끔하게 오 후보를 전폭 지지해주었다. 그러나 내달 11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는 대권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서로 격려하고 도우며 마라톤을 해 왔지만, 결국 골인지점에서는 두 사람이 아닌 한 사람만이 1등을 할 수 있다. 아무리 경쟁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먼 길을 달려온 것에 대한 보상심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더 이상 오를 곳 없이 최종 목적지에 다다른 이들에게 대권 도전은 말 그대로 밑져야 본전인 게임이다. ◈무엇이 사실인가? 현재 여론조사결과는 어느 기관에서 실시한 것을 막론하고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언론플레이를 노린 조작 결과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물론, 각 기관별 예비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미세하게 1, 2위를 다투고 있다는 결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대권 후보 빅3로 풀이되는 고건 전 총리,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이들 3인의 경합이 어느 정도 과열 양상을 띠며 경합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지방선거 직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피습을 당했던 사건 이후 박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분석된다. 수많은 여론조사기관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일례로 지난 5일 ‘H갤럽’(이니셜표기)은 전국 성인 1022명을 대상으로 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고건 전 총리가 26.7%의 지지율을 얻어 대권 예비 후보 빅3 중 1위를 기록했다고 하며, 박근혜 대표가 24.4%의 지지율, 이명박 서울시장이 22.8%의 지지율을 얻어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H갤럽’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예비 대권 후보들 간의 격차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며, 이 역시도 오차범위 내에 있는 수치가 될 수 있기에 순위를 매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나 ‘H갤럽’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3일이 지난 6일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R리서치’(이니셜표기) 측은 박근혜 대표의 지지도가 30.1%로 3주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하며,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고건 전 총리(21.9%)와 이명박 서울시장(18.9%)은 오차범위 내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박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는 다른 후보들과 그 차이가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불과 3일 안에 이처럼 극명한 결과를 보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R리서치’ 측은 이미 3주 전부터 박 대표가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고 언론에 보도했다. 조사 방법이나 설문 내용에 있어서 다소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 있지만, 여론몰이를 주도해 대중 심리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없었는지에 대한 의혹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도 분열 가능성 현재 여론조사 결과가 내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여론조사 결과들이 분분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바닥까지 떨어진 지지도를 한창 상승하고 있는 빅3와 대조해 보여줌으로써 기사회생하기 힘든 여권의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려는 것은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굳이 드러내 보이려 하지 않더라도 국민들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그러한 분석으로만 여론조사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팽팽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박 대표와 이 시장의 지지율이다. 같은 당 내에 난형난제한 두 예비 후보의 대결이기에 그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달 당 경선을 통해 어느 정도 교통정리를 하고 대선을 향하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경선에 승복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기에 그 후의 파장도 염려할 필요가 있겠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동상이몽을 깨고 확실한 동맹을 맺는다면 충분히 ‘고건 신당’을 통해 헤쳐 모인 연합세력들과의 싸움에서 승리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와 이 시장 둘 중 누구라도 전당대회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하게 될 경우 그 아쉬움에 또 다른 세력과 규합을 노릴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급 인사는 “그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하며, “그렇게 될 경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를 통해 핵분열 되었다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반으로 찢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또 다른 복병 출현 예고 물론, 이 시장이나 손 지사는 근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내 경선에 밀리더라도 결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짐했다. 이 시장의 경우 “국민이 한나라당에 거는 가장 큰 기대는 단합해서 정권 교체하는데 전력을 다하라는 것이다”라며 “한나라당 이 둘로 쪼개지면 국민적 여망에 맞추는 게 아니라 개인적 여망을 따르는 것이 된다. 내가 공정 경선을 해서 승복을 안 한다면 그건 국민적 배신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경선불복 가능성에 대한 주위의 우려를 잠재웠다. 손 지사 역시도 “정치권에 들어온 후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며 “한나라당에서 핍박을 당해도 꼼짝도 안했다”면서 한나라당을 변화시키고 개혁시켜서 그 실력을 국정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전당대회에서 차점자로 예상되는 두 후보의 이 같은 결의는 어느 정도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후 파장에 대한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치르기 이전 이들의 신경전은 상당히 날카롭다. 전당대회의 룰을 두고 서로의 의견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경우 후보 선출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박 대표와 손 지사는 “당원들 공감대가 중요한 것이지, 당 밖에서 불쑥 문제제기할 사안이 아니다”며 “이 시장이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이 문제를 꺼낸 정치적 저의가 뭐냐”는 강경한 대응으로 견제를 했다. 이 같은 전당대회 룰을 두고 벌어진 신경전은 이 시장이 지난 2일 방송에서 전당대회가 “너무 빠를 수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시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6개월 전까지 당 후보를 뽑게 돼 있는데, 지금 후보를 선출하게 되면 여당의 공격에 노출될 기간이 길어진다는 논리를 꺼낸 것이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 지사는 “단지 공격 받는 시간을 줄이자는 이유라면 곤란하다”며 “공격이 두려운 후보는 아예 나서지 말고, 도덕적으로 떳떳한 후보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시장의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다. 갈등은 이들 빅3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7일 당내 개혁성향의 ‘새정치수요모임’과 중도성향의 ‘푸른정책연구모임’, 비주류 의원 모임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소속 의원 등이 연대해 전당대회에 독자적 당 대표 후보를 내기로 해 적잖은 변수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능성이기는 하지만, 당이 親朴과 反朴, 중도개혁성향의 신진 세력으로 3등분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나라당계 인사는 “당내 많은 모임들이 자율적으로 당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계파로 분류되어 갈등을 조장하는 바탕이 된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조심스럽게 한나라당이 하나로 힘을 합쳐야만 정권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심하면 무너진다 가능성은 누구에게라도 열려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더욱이 아직 대선까지 1년도 넘게 남은 기간에 어떤 변수들이 나타날지 예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를 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내부적 상황에 예비 대권 후보들은 안도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을 통해 보았듯이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을 때일수록 한나라당은 민심을 잡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내 갈등을 떠나서 정권 창출을 향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그들의 오랜 염원이 실현될 수 있을지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오랜만에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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